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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적" 공식 선언한 김정은의 계산법
최보식의언론
김정은은 한국을 "철저한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동족 개념을 완전히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23년 말 제기했던 '적대적 두 국가론'을 일시적 전술이 아닌 장기 강령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그동안 대북 유화정책을 제시하여 남북화해 협력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 심리전 방송중단, 노동신문 열람 허가, 무인기 송출 사과, DMZ 출입 절차를 둘러싼 유엔사와의 불화 논쟁, 9.19 군사합의의 재개를 둘러싸고 북한과 물밑대화를 전개하는 줄 알았는데, 북한 당대회 결과 노출된 북한의 반응을 볼 때 완전히 일방적이었음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현재 대한민국 지도부를 바라보는 시각은 아주 우습게 보거나 운동권 세력의 역량을 꿰뚫고 있으니 당신들은 나의 상대가 못된다를 이렇게 적나라하게 노출시킬 이유가 없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대한민국 정치지도자의 역량을 한 수 아래로 보고 있으며 자기들의 상대는 미국이지 한국이 아니라는 점을 노골적으로 밝혔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의 이날 선언은 남북관계를 더 이상 민족 내부 문제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핵 사용에 따르는 정치적·심리적 제약을 제거하려는 조치다. '동족'이라는 틀을 해체함으로써 핵무기를 실질적 군사수단으로 명확히 위치시킨 것이다.
이는 위협 수위를 높이기 위한 군사적 조치이자, 내부 결속 강화를 위한 이념적 장치이기도 하다. 그동안 북한 핵은 '대미용'이지 동족인 우리를 향한 게 아니라고 큰소리 쳤던 사람들이 답할 차례이다.
북한 체제에 있어 가장 큰 구조적 위협은 외부 정보 유입과 남북 비교 효과다. 한류 확산과 남한의 경제·문화적 영향력은 체제 정당성을 잠식할 수 있다. 따라서 '적대국화'는 대남 압박을 넘어 체제 방어 논리의 정교화다. 외부를 완전한 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대한민국이 아무리 유화정책으로 나오더라도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가 체제 대결에서 북한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인식이다.
김정은의 또 다른 메시지는 미국을 향했다. 그는 핵 보유국 지위가 "완전히 불가역적"이라고 못박으면서도, 미국이 이를 존중한다면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는 비핵화 협상은 없지만, 핵보유국 인정과 제재 완화를 전제로 한 관계 재설정은 가능하다는 뜻이다.
북한은 핵을 협상 카드가 아닌 체제의 헌법적 지위로 고정했다. 비핵화는 더 이상 교환 대상이 아니다. 대신 핵동결과 제재 완화의 교환 구조를 염두에 둔 장기 전략을 시사한다.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국제 환경에서 북한은 스스로를 전략 자산으로 활용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협상 주체에서 '주변부'로 밀려난다. 남북관계를 차단함으로써 미북 직거래 구도를 강화하려는 계산이다. 과거 '통미봉남'이 남북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한 전략이었다면, 이번에는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함으로써 협상 구조 자체에서 배제하려는 한 단계 더 나간 형태라 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대북 방송 중단, 9·19 군사합의 복원 추진, 한미연합훈련 조정 요구 등 긴장 완화 조치를 시도해 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북한과의 실질적 대화 채널이 복원되었다는 징후는 확인되지 않는다.
북한은 이미 남북관계를 전략적으로 폐기했는데, 한국은 대화 재개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 관리 국면을 모색하고 있다. 문제는 의도의 선의 여부가 아니라 힘의 구조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미국과의 직거래를 시도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억제력 강화 없이 평화 담론만을 앞세운다면 협상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평화는 선언으로 성취되는 상태가 아니라 힘의 균형 위에서 유지되는 질서다. 북한이 핵무력을 체제의 불가역적 기반으로 규정한 이상, 한반도 안보 환경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 비핵화는 장기적 목표로 남을 수 있으나, 단기적 현실은 핵 보유 북한을 상대로 억제와 관리 전략을 병행하는 것이다.
그동안 한미관계에 대하여 미국이 원자력 잠수함 건조 허용 등의 문제가 쿠팡사태를 계기로 미 의회에서 조사를 강화하고 서해 공군기 훈련을 빌미로 미 국방부(전쟁부)가 한밤중에 지시하여 연합사령관이 성명을 발표하는 분위기로 보아, 은밀하게 추진해야 할 사안을 너무 노출시켜 좌초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이번 당대회는 남북관계의 단절 선언이자, 미북관계 재설계의 신호다.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구조적 분석이 요구된다.
'적대적 두 국가' 선언을 그대로 수용할 것인지, 아니면 확고한 억제력과 동맹 기반 위에서 새로운 전략 균형을 설계할 것인지가 한국의 과제다. 지금 한반도는 대화의 국면이 아니라 구조 재편의 분기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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