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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직격탄 맞은 보험업계, 데이터 기반 재편 본격화
데일리임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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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민영 기자

기후변화로 이상 기상현상이 심화되며 보험사의 손해율이 흔들리는 가운데 기상데이터를 둘러싼 보험산업의 판이 바뀌고 있다. 기후위기가 구조적 리스크로 자리 잡으면서 보험업계의 사업모형이 데이터 기반 체계로 전환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상청과 손해보험협회는 기상감정 활성화와 기상정보 기반 보험상품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자 협의체를 구성했다. 집중호우·폭염·한파 등 이상기상 현상이 빈번해지면서 자연재해로 인한 재산·인명 피해가 늘고 있고 이에 따라 보험금 지급을 위한 손해사정 과정에서 객관적 기상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상감정은 특정 지점에서 발생한 기상현상을 과학적으로 추정하거나, 해당 기상현상이 피해에 미친 영향을 분석·판단하는 절차를 말한다. 사고 당시의 강수량·풍속·적설량 등을 종합해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데 활용된다.

기상재해로 인한 손해배상이나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주요 증빙자료로 쓰이며 사법 분야에서도 책임 소재를 가리는 판단 근거로 활용된다. 특히 관측장비가 없어 기상청의 기상현상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없는 지역에서는 인근 관측 자료와 레이더·위성 정보 등을 바탕으로 기상 상황과 피해 규모를 추정하는 데 기상감정이 활용된다.

그동안 손해사정은 현장 조사와 계약 약관 해석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으나, 기후 리스크가 복잡·대형화되면서 과학적 근거 확보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폭우로 인한 침수 사고의 경우 특정 시간대 강수량, 하천 수위, 배수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책임 소재와 보상 범위를 둘러싼 분쟁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상 데이터의 정밀도가 높아질수록 보험금 지급의 객관성과 예측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며 “데이터 확보 역량이 곧 손해율 관리 능력으로 연결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미선 기상청장도 "기상정보를 활용한 기상감정은 재해 피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사회적 분쟁을 최소화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손해율 악화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보험은 이상기상과 사고 빈도 증가가 맞물리며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졌다. 지난해 12월 기준 ‘빅5’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모두 90%를 웃돌았다. 메리츠화재 96.9%, 삼성화재 98.9%, 현대해상 94.2%, KB손해보험 92.2%, DB손해보험 98.8%로 집계됐다.

통상 손해율이 80%대 중반을 넘어서면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구조적 적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집중호우·폭설 등 기상 요인이 사고 건수와 수리비 증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기후위험이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보험 계약 구조의 한계도 함께 거론된다. 보험연구원은 기후변화의 장기적 특성이 전통적인 1년 단위 손해보험 계약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1년짜리 단기계약은 보험사가 매년 위험을 재평가하고 요율과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후위험의 변화는 계약기간을 넘어 누적·진행되기 때문에 장기적 위험 신호를 시장에 충분히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단순히 보험료를 조정하는 차원을 넘어 기후 리스크를 정교하게 반영할 수 있는 상품과 평가모형의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수형 보험이다. 지수형 보험은 실제 손실액과 무관하게 일정 기준 이상의 강수량·기온·지진 진도 등 사전에 정한 객관적 지표를 충족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손해액 산정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분쟁 소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지수형 날씨보험인 ‘KB 전통시장 날씨피해 보상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전통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일정 기준 이상의 강수량 등 기상 지표가 충족되면 신속하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해당 상품은 금융감독원의 ‘2025 상생·협력 금융신상품 우수사례’로 선정되며 공공성과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한편, 2024년 3월 금융위원회 보험개혁회의가 발표한 미래대비과제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지수형 날씨보험 활성화가 주요 추진 과제 중 하나로 선정되며 인구·기술·기후 3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제시된 바 있다.

이승준 보험연구원은 연구위원은 “보험회사는 지속가능경영 관점에서 사업모형 전반에 기후변화 적응 전략을 통합해야 한다”며 “지수형 보험 등 기후 적응 상품을 확대하고, 기후통합 재난모형의 정교화와 데이터 접근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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