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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고유가에 전기차 수요 급증, 인프라 및 지원 확대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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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이 베트남 교통 시장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 운전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임계치에 도달한 사이, 전기차는 압도적인 비용 안정성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여기에 충전 인프라의 공격적인 확대와 정부의 정책적 지원까지 맞물리며 베트남 내 친환경 교통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19일(현지 시각) VN익스프레스 등 베트남 매체들을 종합하면, 최근 3월 초부터 이란 전쟁 등의 영향으로 베트남 국내 연료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운전자들이 체감하는 고통은 한층 가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호찌민시 냐베에 거주하는 한 운전자는 "이전에는 SUV 모델의 한 달 연료비로 약 150만 동(약 8만5000원)을 썼지만 지금은 300만 동(약 17만 원)까지 두 배나 뛰었다"며 "버는 돈의 상당 부분이 차량 유지비로 증발하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최근 일부 주유소의 수급 불안정으로 인해 주유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등 일상의 불편함도 커졌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기차 이용자들은 이러한 유가 변동의 파고에서 한 발 비껴나 있다. 가솔린 세단을 처분하고 빈패스트(VinFast) VF8 모델로 교체한 하노이의 한 운전자는 "예전에는 유가 변동 소식이 악몽과 같았으나 지금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며 "한 번 충전으로 일주일 내내 주행이 가능하고 비용이나 시간 면에서 자유로워진 덕분에 고유가 상황에도 완전히 '면역'된 기분"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개별 소비자들의 경험 변화는 곧바로 판매 현장의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전국 빈패스트 매장에는 연초 이후 시승 체험과 예약 고객이 기록적으로 늘었으며, 호치민의 주요 대형 매장에서는 VF3, VF6, VF7 등 인기 모델의 품절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현장의 영업 컨설턴트 민득 씨는 "전기차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이토록 높은 것은 처음 본다"며 "과거에는 충전 인프라나 배터리 성능을 먼저 확인하던 고객들이 이제는 '언제 차를 인도받을 수 있느냐'를 첫 질문으로 던진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폭발적인 수요에 발맞춰 공급 측면의 인프라 대응도 전례 없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빈패스트는 배터리 교환과 가정용 충전을 병행하는 혁신적인 모델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만 전국적으로 4만5000개의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을 구축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충전 전문 기업 V-Green 또한 전국 주요 고속도로와 국도 요충지에 99개의 초고속 충전소를 세우기 위해 10조 동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해당 충전소들은 최대 100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으며,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15분 내외의 초단기 충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실용성과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젊은 층의 가세는 이러한 전환 속도를 더욱 앞당기고 있다. 시장 조사 결과 베트남과 동남아 지역의 25~44세 연령층에서 전기차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인 비중은 이미 7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민간의 움직임에 정부도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팜 민 찐 총리는 최근 중동발 유가 급등에 대응해 전기차 보급 확대와 대중교통 체계의 친환경 전환을 강력히 지시하며 국가적 에너지 전환 의지를 재확인했다.

정책적 의지는 대규모 국제 자본 유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신세대 ODA' 세미나에서 쩐 꾸옥 프엉 재무부 차관은 약 8조 3,500억 동 규모의 ODA 차관 승인 사실을 알리며, 이달 중 공식 서명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자금은 녹색 투자 촉진과 온실가스 감축, 기후 변화 대응 역량 강화 등 베트남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사업에 집중 투입될 예정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유가 급등에 따른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와 비약적인 인프라 확충, 그리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베트남은 명실상부한 친환경 교통 전환의 분기점에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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