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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기만공작·팀6 투입·수송기 폭파…이란 적진 48시간 구출 작전 전말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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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적진에서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가 격추된 지 48시간 만에 성사된 무기체계 장교(WSO) 구출 작전 성공의 이면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기만 공작, 최정예 특수부대 투입, 수십 대 항공기 동원과 함께 피할 수 없는 장비 손실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CIA 기만공작 가동…허위 정보로 이란군 눈 돌리고 실종 장교 은신처 특정

작전의 첫 관문은 실종 장교의 위치 파악이었다. 3일 격추된 F-15E의 무기체계 장교는 비상탈출 직후 해발 2000m가 넘는 능선을 타고 이동해 산속 바위 틈새에 몸을 숨겼다. 미국과 이란 양측 모두 초기에는 그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미군이 해당 장교의 위치 신호(beeping signal)를 포착했으나 당국자들이 이란의 유인책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란 측이 허위 신호를 보내고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밝혔다.

한 국방부 관리는 "초기에는 상황이 명확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 정보를 신뢰했고 그가 생존해 있으며 포로로 잡히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악시오스에 전했다.

결국 CIA가 이 장교의 은신처를 찾아냈다. CIA는 동시에 기만 작전을 병행했다. 실종 장교가 이미 구조돼 지상 호송대를 통해 이란 국외로 이동 중이라는 허위 정보를 이란 내부에 유포한 것이다. CIA가 혼란을 조성하는 사이 장교의 좌표가 미국 국방부와 백악관에 전달됐고, 트럼프 대통령이 구조 명령을 내렸다고 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가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이 관리는 WP에 "이번 작전은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의 극한이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조 직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그를 구출했다(WE GOT HIM!)"고 선언했다.

◇ 미, 빈라덴 사살 작전 수행 팀6 등 수백명·수십대 항공기 투입…이란군 포위망 뚫고 장교 구출

구조 작전에는 미국 해군 최정예 특수부대 네이비실 '팀6' 대원을 비롯해 수백 명의 특수부대원, 수십 대의 군용기와 헬기, 사이버·우주·정보 역량이 총동원됐다고 NYT는 전했다. 팀6은 공식 명칭 '특수전 개발단(DEVGRU)'으로도 불리며 2011년 5월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을 수행한 부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특수작전부대 소속 병사 200여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공격기들은 무인기 MQ-9 리퍼 드론 등을 활용해 장교 은신 지역에 이란군 호송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먼저 폭격을 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군 특수부대원들은 이란군이 구조 현장에 오지 못하도록 사격했으나 이란군과 직접 교전을 벌이지는 않았다고 미군 관계자가 전했다.

이스라엘도 정보 자산을 통해 작전을 지원했으며, 이스라엘 공군이 구조 작전 지원을 위해 한 차례 선제 공습도 실시했다고 이스라엘 관리와 작전 관계자가 WP에 밝혔다.

실종 장교는 구조대와 교신할 수 있는 비컨(beacon·무선 신호기)과 보안 통신 장비를 갖추고 있었으나, 이란군도 신호를 감지할 수 있어 비컨 사용을 자제했다고 NYT는 전했다. 해당 장교는 권총 한 자루에 의지해 36시간 이상 이란군 추적을 피하고 능선을 넘었다. 구조대와 마침내 교신에 성공한 장교는 무전으로 "하나님은 선하시다(God is good)"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 국방부 관리가 밝혔다고 악시오스는 보도했다. 구조된 장교는 치료를 위해 쿠웨이트로 이송됐다.

◇ 기밀 유출 막아라…고립 수송기 폭파·헬기 피격 속 구조 강행

구조 작전은 성공으로 마무리됐지만 장비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구조된 장교와 특수부대원들을 이송하려던 특수항공기 MC-130J 2대가 이란 내 외딴 기지에서 기동 불가능 상태에 빠졌다. MC-130J는 적 후방 침투 및 병력 철수에 특화된 C-130 개량형 항공기다.

이에 미군 지휘부는 새 수송기 3대를 추가 투입하고, 기존 항공기 2대가 이란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현장에서 폭파했다고 NYT·WP는 보도했다. WP는 소형 헬기 MH-6 '리틀버드' 최소 2대도 함께 폭파됐다고 전했다.

수색 과정에서 구조 헬기 2대도 이란군의 지상 사격에 피격됐다. 두 헬기는 안전한 공역으로 빠져나갔으나 탑승 대원 일부가 부상을 입었다고 미군 관계자들이 밝혔다고 WP는 보도했다. 같은 날인 3일 A-10 선더볼트 II 공격기 1대도 이란의 공격을 받고 쿠웨이트 공역 내에서 조종사가 비상 탈출한 뒤 추락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미군의 구조 작전 관련 공습 과정에서 이란인 5명이 "순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란군은 "블랙호크 헬기 2대와 C-130 수송기 1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으나, NYT는 해당 항공기들이 이란군에 격추된 것이 아니라 미군이 의도적으로 폭파한 것이라고 전했다.

◇ "특수작전 역사상 가장 복잡"…권총 한 자루로 36시간 버텨…SERE 생존 교리 적진서 작동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인 전투원을 결코 버려두지 않겠다"며 "미군 사상자가 단 한명도 없이 두 작전을 완수한 것은 이란 상공에서 압도적인 공중 지배력과 우위를 달성했음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한 미군 고위 관리는 이번 구조 임무를 "미국 특수작전 역사상 가장 도전적이고 복잡한 작전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고 NYT가 전했다.

이번 생존의 이면에는 미 공군 승무원 필수 훈련 과정인 SERE가 있다고 WSJ와 AFP통신이 집중 조명했다. SERE는 생존(Survival)·회피(Evasion)·저항(Resistance)·탈출(Escape)의 약자로, 훈련 목표는 "생존자의 임무는 명예롭게 귀환하는 것"이라고 공군 모집 영상에 명시돼 있다. 훈련 기지는 미국 워싱턴주 페어차일드 공군기지에 본부를 두고 있다.

미첼 항공우주연구소의 데이비드 뎁툴라 예비역 공군 중장은 WSJ에 "조종사가 살아남고, 가능한 경우 포로 생포를 피하고, 포로가 된 경우 적에게 이용당하지 않으며 구조 가능성을 높이도록 준비시키는 것이 훈련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육군 특수작전 출신 예비역 원사로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민간 SERE 훈련학교의 수석 교관인 제이슨 스미스는 "이번 구조된 조종사는 분명히 저항과 탈출 양쪽 모두에서 훈련을 받았다"고 밝혔다.

SERE 훈련에서 조종사들은 사막·북극 등 다양한 극한 환경에서 식수 확보, 불 피우기, 곤충 섭취, 응급 치료, 은신처 구축 등을 익힌다고 WSJ는 소개했다.

1993년 소말리아 모가디슈 '블랙호크 격추' 사건에 참여한 전투수색구조(CSAR) 대원 출신 스콧 페일스 예비역 원사는 "어떤 작전이 수행되기 전에도 항상 CSAR 계획이 마련돼 있다"며 "휴민트(인간정보)부터 영상정보·드론·신호정보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해당 장병을 찾아낸다"고 강조했다고 AFP는 전했다.

미첼연구소 소속 휴스턴 캔트웰 예비역 준장은 AFP에 "낙하산 하강 중이 어디로 가야 할지, 어디를 피해야 할지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라며 SERE 훈련의 핵심 원칙을 소개했다. 캔트웰 전 준장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전투 비행 400시간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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