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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용 검사 정당 행사 참석, 정치적 중립 논란
시사위크
검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에 대한 공방이 거세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박상용 검사가 최근 정치권이 마련한 공개석상에 참석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적극 반박하면서다. 단순한 개인 해명을 넘어 공무를 수행하는 검사가 정치적 논쟁의 장에 직접 나서는 것이 적절하냐는 문제의식이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논란은 검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가 어디까지 적용되는지 또 그 경계를 누가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 질문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 해명보다 앞서 요구된 ‘절차 준수’ 의무
논란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본격화됐다. 이날 법사위에서는 박 검사에 대한 위증 혐의 고발안이 다뤄졌다. 그러나 여야가 여러 지점에서 충돌한 가운데, 특히 박 검사가 전날 국민의힘이 마련한 행사에 참석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공개 반박한 점이 도마에 올랐다. 이와 관련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특정 정당이 주도한 자리에 참석해 자신이 맡았던 사건을 설명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검사 신분으로 정치권 무대에 오른 행위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다.
이런 논란의 쟁점은 ‘정치적 중립’ 위반 여부다. 검사는 국가공무원법 적용을 받는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는 공무원의 정치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정당이나 정치단체를 위한 활동, 특정 정치세력 지지·반대 행위 등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다만 방송 출연이나 행사 참석, 공개 발언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박 검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진 배경에는 행사 성격과 발언 내용이 함께 작용했다. 박 검사가 참석한 자리가 일반 토론회나 학술행사가 아닌 특정 정당 주최 행사였던 데다, 그 자리에서 자신이 직접 수사했던 사건에 대해 공개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단순 해명인지, 정치적 의견 표명인지 해석이 갈리는 이유다.
박 검사 사례는 단순히 공개석상에 등장했느냐보다 어떤 성격의 자리에서 어떤 발언을 했느냐가 판단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공개 활동 자체만으로 곧바로 위법 여부를 판단하긴 어려운 만큼, 실제 법 적용 역시 참석 사실보다는 해당 행위가 정치활동에 해당하는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검사는 일반 공무원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직군으로 꼽힌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통해 국민 기본권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에 대한 신뢰 역시 정치적 중립성과 직결된다. 법조계에서 검사의 외부 발언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의 본질이 따로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검사가 적극 해명에 나선 배경에는 자신을 둘러싼 ‘전화 변론’ 논란이 자리하고 있지만, 애초 관련 절차를 규정대로 이행했다면 이 같은 정치적 공방 자체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시각이다.
실제 대검찰청 예규인 ‘형사사건 변호활동에 관한 업무지침’ 제7조 제3항은 검찰 공무원이 사건과 관련해 변호사와 전화 등 구두 방식으로 변론을 진행할 경우, 그 내용을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입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7조 제4항은 전산 입력이 어려울 경우 별도 관리대장을 작성해 보존하도록 하고 있다. 전화 변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적절한 청탁이나 전관예우 논란을 막기 위한 취지다. 제도 핵심은 통화 내용의 경중보다 접촉 사실 자체를 남기는 데 있다.
이 때문에 박 검사를 향한 비판 역시 해명 내용의 타당성보다 애초 정해진 절차를 충실히 따랐는지에 맞춰진다. 관련 규정에 따라 전화 변론 기록이 명확히 남아 있었다면 이후 제기된 각종 의혹 역시 상당 부분 객관적으로 해소될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반대로 기록이 존재하지 않거나 절차 준수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는 뒤늦은 공개 해명이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직자의 신뢰는 사후 해명보다 사전 절차 준수에서 나온다. 특히 검찰처럼 강한 공권력을 행사하는 기관일수록 결과뿐 아니라 과정의 투명성이 함께 요구된다. 절차적 정당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어지는 공개 반박은 자칫 자기방어를 위한 여론전으로 비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박 검사 논란은 단순히 한 검사의 처신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검찰권을 행사하는 공직자가 어디까지 정치적 공간에 설 수 있는지, 또 공적 신뢰를 얻기 위해 어떤 책임과 절차를 지켜야 하는지를 다시 묻고 있다. 이번 공방이 검찰 조직 전체의 정치적 중립 기준을 둘러싼 논의로 번지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