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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전 비협조 나토국 미군 재배치 검토"…주한미군 영향 우려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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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의 전쟁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주둔 미군을 협조한 동맹국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뿐 아니라 한국·일본 등 비(非)나토 동맹국의 소극적 대응도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만큼, 이번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주한미군·주일미군 재배치 논의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WSJ "비협조국 미군 빼 친미국 이동 검토"…스페인·독일 기지 폐쇄론

트럼프 행정부는 대(對)이란 군사작전에 소극적이었다고 판단한 나토 회원국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고, 미국의 작전을 지지한 국가들로 병력을 옮기는 방안을 최근 몇 주 사이 고위 관리들 사이에서 논의해왔다고 WSJ가 행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이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백악관 내부에서 지지를 얻고 있으며, 나토 제재를 위해 검토 중인 여러 방안 중 하나다. 병력 재배치 외에도 유럽 내 최소 1곳의 미군 기지를 폐쇄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 중이라고 WSJ는 보도했다.

폐쇄 후보지로는 스페인 또는 독일 내 기지가 거론된다. 스페인은 나토 회원국 중 유일하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5% 지출 의사를 밝히지 않았으며, 이번 전쟁에서 미국 항공기의 자국 영공 통과를 차단했다. 이탈리아는 시칠리아 기지 사용을 일시 불허했고, 프랑스는 이란 공습에 관여하지 않는 항공기에 한해서만 기지 사용을 허용했다.

반면 폴란드·루마니아·리투아니아·그리스는 대이란 작전에 우호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 병력 증강 수혜국으로 거론된다고 WSJ는 전했다. 특히 루마니아는 전쟁 발발 직후 미국 공군의 기지 사용 요청을 신속히 승인했다. 다만 미군 병력이 러시아 접경지로 전진 배치될 경우 모스크바를 자극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현재 유럽 전역에는 약 8만4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이들 기지는 미국의 글로벌 군사작전 핵심 거점이자 주둔국 경제에 도움이 되고, 동유럽 주둔 미군은 러시아에 대한 억지력 역할도 수행한다.

◇ 백악관 "나토, 시험대서 실패"…트럼프 "다시 필요해도 없을 것"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며 "그들은 시험대에 올랐고 실패했다(tested and they failed)"고 밝혔다. 이어 "지난 6주(이란과의 전쟁 기간) 동안 나토가 미국 국민에게 등을 돌린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회동 직후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나토는 우리가 필요할 때 거기 없었고, 다시 필요할 때도 없을 것이다. 그린란드, 저 크고 형편없이 관리되는 얼음 덩어리를 기억하라"는 글을 올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파병 요청은) 일종의 시험이었고, 우리는 그들을 위해 거기 있었다. 그들은 우리를 위해 거기 있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나토가 단지 유럽이 공격받을 때 방어해 주는 것이고, 우리가 필요할 때 주둔권을 거부하는 것이라면 그다지 좋은 합의가 아니다. 그 모든 것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트럼프, 유럽 주둔 미군 재배치, 아시아 동맹국에도 미치나...주한미군 거론하며 비협조 불만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에 대한 불만은 나토 회원국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백악관 부활절 오찬에서 호르무즈 해협 관리 문제를 거론하며 공개적으로 한국을 지목했다. 그는 "한국이 하게 두자. 그들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하게 두자. 그들은 해협에서 석유의 90%를 가져온다. 중국이 하게 두자"며 "도대체 우리가 왜 그 일을 하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비판의 근거로 주한미군(USFK) 주둔을 거론했다. 그는 "우리는 험지에, 핵 무력 바로 옆에 4만5000명의 군인을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주한미군은 약 2만8500명 수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수치와 차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의 비협조를 이유로 주둔 미군 재배치를 추진하는 한편, 한국·일본 등 비나토 동맹국에 대해서도 공개 비판을 이어가는 만큼 이번 원칙이 아시아 주둔 미군에까지 확대 적용될지 주목된다.

◇ 뤼터 나토 사무총장, 방미 설득전…트럼프와 2시간 면담 후 묵묵부답

뤼터 사무총장은 이날 워싱턴 D.C.를 방문해 루비오 장관과 먼저 회동한 뒤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약 2시간에 걸쳐 면담했다.

토미 피곳 국무부 대변인은 루비오 장관과 뤼터 사무총장의 회담에서 미·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협상 종결 방안, 나토 동맹국 간 조정 및 부담 분담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레빗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의 나토 탈퇴 가능성을 묻는 기자 질문에 "대통령이 이미 논의해온 사안이며, 뤼터 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담 후 뤼터 사무총장은 기자들에게 말 한마디 없이 자리를 떠났으며, 이후 미국 CNN 방송을 통해 "일부 유럽 국가들이 공약을 지키지 못한 건 사실이고, 미국의 실망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대다수 유럽 국가가 기지·물류·영공 지원을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나토 탈퇴 자체는 법적 장벽이 높다. 2023년 제정된 미국 법률에 따라 대통령이 나토 조약을 탈퇴하려면 상원의 3분의 2 동의 또는 의회의 별도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 블룸버그통신은 "병력 감축이나 자금 삭감 같은 우회 수단으로 공식 탈퇴에 이르지 않고도 미국의 나토 참여를 실질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는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분석을 전했다.

◇ 블룸버그 "뤼터 유화 전략, 트럼프 오판 초래"…유럽 수정론 확산

블룸버그는 이날 뤼터 사무총장이 구사해온 '트럼프 달래기' 전략이 유럽 일각에서 의구심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나토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드러내온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과 과도한 칭찬, 달래기로 상대해왔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습을 옹호하는 듯한 뤼터 사무총장의 발언이 유럽의 실제 여론과 크게 동떨어졌다고 지적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결국 이 같은 발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동맹국들이 이란 작전을 지지할 것이라고 오판한 채 파병을 거듭 요청했고, 유럽이 이에 응하지 않자 분노가 폭발해 대서양 양안의 긴장이 더욱 고조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뤼터 사무총장의 유화적 접근법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이고,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를 초래해 러시아의 전쟁 자금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때로는 단호히 유럽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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