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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도라산역 DMZ 평화열차 6년 6개월 만에 운행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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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정적만이 감돌던 철길 위로 다시 힘찬 경적 소리가 울려 퍼진다. 남과 북을 잇는 상징적인 통로이자 분단의 아픔이 서린 경기 파주 비무장지대(DMZ)로 향하는 열차가 마침내 운행을 재개한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서울역과 도라산역을 오가는 ‘DMZ 평화이음 열차’를 4월부터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이번 운행 재개는 지난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평화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된 이후 6년 6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통일부와 국방부, 경기도, 파주시 등 4개 관계 기관도 다시 철길을 여는 데 힘을 모았다. 끊겼던 길을 다시 잇는다는 상징성과 함께,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오랜 기다림에 답하는 운행 재개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DMZ 평화이음 열차는 오는 24일 첫 운행을 시작으로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금요일에 왕복 1회 운행한다. 열차는 서울역을 출발해 운정역과 임진강역을 거쳐 민간인 통제 구역 안에 위치한 도라산역까지 이어진다. 특히 5월까지는 회당 120명 규모로 운영하며 현장 안정성을 점검한 뒤, 6월부터는 매주 금요일 월 4회로 운행 횟수를 확대할 예정이다.

열차에 오르는 순간부터 평화를 향한 여정은 시작된다. 이동 수단의 기능을 넘어, 열차 내부는 방문객들이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진다. 차창 밖으로 흐르는 민통선의 이색적인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열차 안에 마련된 ‘DMZ 평화 포토월’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찍은 사진은 현장에 비치된 ‘흑백 영수증 사진기’를 통해 즉석에서 인화해 간직할 수 있다.

또 미래의 자신이나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느린 우체통’도 마련됐다. 휴대전화 메시지로는 다 담지 못할 진심을 담아 써 내려간 편지는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배달돼 여행의 여운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열차를 이용하려면 민간인 통제 구역 출입 절차에 따라 사전 예약을 마쳐야 하며, 당일 현장에서는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도라산역 / Eleanor Scriven-Shutterstock.com

열차의 종착지인 도라산역은 “남쪽의 마지막 역이 아니라 북쪽으로 가는 첫 번째 역”이라는 문구로 익숙한 곳이다. 이곳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을 통해 건립된 현대사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평소에는 쉽게 발을 들일 수 없는 민간인 통제선 북쪽에 자리한 만큼, 긴장감과 평화에 대한 염원이 함께 감도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도라산역사에 들어서면 깔끔하게 정돈된 플랫폼과 북행 열차를 기다리는 전광판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곳의 공기는 서울과는 사뭇 다르다. 고요함 속에 스며드는 바람 소리는 우리가 여전히 분단국가에 살고 있음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언젠가 이 철길을 따라 유라시아 대륙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한다.
도라산역에서 연계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서부전선 최북단에 위치한 도라전망대에 닿는다. 이곳은 망원경을 통하지 않고도 육안으로 북한의 선전마을과 개성공단 부지를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장소다. 맑은 날에는 송악산의 산세까지 한눈에 들어와, 지척에 두고도 갈 수 없는 땅을 바라보는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전망대 인근의 제3땅굴은 분단의 긴장감을 가장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는 곳이다. 1978년에 발견된 이 땅굴은 폭 2m, 높이 2m, 총길이 1635m에 달한다. 방문객들은 안전모를 착용하고 지하로 내려가 좁은 땅굴 내부를 직접 걸어볼 수 있다. 차가운 지하 공기와 단단한 암벽 사이에 남아 있는 폭파 흔적은 안보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민통선 내부에 위치한 통일촌은 평화로운 전원마을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대대로 이 땅을 지키며 비무장지대의 청정한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농사를 짓고 살아간다. 마을 곳곳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벽화가 그려져 있어,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며 DMZ의 조용한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

열차가 잠시 머무는 임진강역 주변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과 자유의 다리는 이미 많은 시민이 찾는 곳이지만, 열차를 타고 임진강 철교를 건너는 경험은 이 기차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다. 강물을 가로지르며 펼쳐지는 임진강의 경관은 평온하게 흐르며 또 다른 인상을 남긴다.
파주 민통선 지역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는 먹거리다. 이곳은 예로부터 임금에게 진상하던 ‘장단삼백’으로 유명하다. 장단삼백이란 파주 장단 지역에서 생산되는 콩, 쌀, 인삼을 일컫는다. 특히 DMZ의 깨끗한 토양과 기후에서 자란 장단콩은 단백질 함량이 높고 고소한 맛으로 잘 알려져 있다.

통일촌 주변 식당에서는 이 장단콩으로 직접 만든 손두부와 콩비지찌개를 맛볼 수 있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두부 요리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에 좋다. 또한 파주의 대표 특산물인 개성인삼을 넣은 보양식과 민물매운탕도 많은 이들이 찾는다. 임진강에서 잡은 신선한 민물고기에 갖은양념을 더해 끓여낸 매운탕은 깊고 시원한 맛으로 여행의 피로를 덜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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