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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목지 흥행, 촬영지 야간 통행 금지 및 관람객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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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목지'가 개봉 7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자, 실제 촬영지인 충남 예산군 광시면의 저수지 살목지에 밤낮없이 방문객이 몰려들고 있다. 새벽 3시에도 차량이 100대를 넘어서는 상황이 이어지자 예산군이 야간 통행 금지라는 강경 조치를 꺼내들었다.
배급사 쇼박스에 따르면 '살목지'는 개봉 7일째에 누적 관객 80만 명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2026년 개봉작 가운데 가장 빠른 기록이다. 개봉 첫 주말인 10일부터 12일까지 53만 6452명을 동원했고, 개봉 3일 차인 10일에는 오프닝 스코어를 뛰어넘은 11만 1766명을 모으며 호러 장르로는 2019년 '변신' 이후 개봉 주 주말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총 제작비 약 30억 원의 중저예산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 성적은 더 눈길을 끈다. '살목지'는 등장인물 중 한 명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방식인 파운드 푸티지 기법을 택했다. '곤지암', '랑종', '파라노말 액티비티', 'REC' 등 공포 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기법으로, 관객이 마치 그 자리에 함께 있는 듯한 날것의 공포감을 끌어낸다는 강점이 있다. 로드뷰 촬영팀이라는 현대적 설정과 맞물리면서 실제 사건을 목격하는 듯한 몰입감을 완성했고, 극장가에서는 2019년 '곤지암'의 계보를 잇는 봄 대표 호러 흥행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흥행의 불씨는 극장 안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영화가 화제를 모으면서 실제 촬영지인 살목지로 향하는 발길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살목지 쿠키영상은 따로 없다.

살목지 뜻은 죽일 살(殺)·나무 목(木)·못 지(池)로 연상하면 섬뜩하지만, 실제로는 인근 지명인 '살목·시목'에서 따온 이름이다. 1982년 농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조성된 저수지로, 충남 예산군 광시면 산중에 자리잡고 있다. 그럼에도 그 어감만큼은 공포 영화의 배경으로 더없이 잘 어울렸고, 이상민 감독도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개봉 전부터 물귀신 괴담이 전해지던 곳이었고, 2022년 MBC '심야괴담회'에 소개되며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런 곳이 영화 한 편을 계기로 순식간에 핫플레이스로 탈바꿈했다.
영화 개봉 후 SNS에는 "새벽 3시인데 귀신들 시끄러워서 다 강제이주 당하겠다", "있던 귀신도 다 도망갈 듯" 같은 글이 쏟아졌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살리단길'이라는 별칭까지 생겨났다. 경리단길, 망리단길처럼 특정 골목에 붙는 '~리단길' 접미어가 핫플레이스의 공식처럼 굳어진 지 오래인데, 이제 산중 저수지에까지 그 공식이 붙은 것이다. 15일 오후 5시 기준으로도 티맵 실시간 교통 상황에는 살목지로 이동 중인 차량이 39대로 집계됐다. 야간 통제가 시작된 이후에도 낮 시간대 방문은 계속되고 있다.
결국 예산군청은 지난 14일 공식 SNS를 통해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살목지 야간 방문을 전면 통제한다고 공지했다.

쇼츠 영상을 통해서는 "당신의 자동차 라이트는 그곳에 존재할 수 없다", "야영·취사·낚시·쓰레기 투기 금지", "어두운 밤 물가에는 가까이 가지 마라" 등 주의사항을 잇따라 안내했다. 살목지는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공공시설물로, 캠핑과 낚시가 허용되지 않는 곳이다. 수심이 깊고 주변 조명이 전혀 없어 야간에는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예산군은 이 상황을 마냥 단속으로만 대응하지 않았다. 군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옛날부터 살목지 터가 살찐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것 때문에 살찌는 거다"라며 광시면 특산물인 광시 한우를 홍보하는 유머 섞인 게시물을 올렸다. 공포의 이미지를 역으로 활용해 특산물 마케팅으로 연결한 것이다.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영화를 패러디한 홍보 영상까지 올라갔다. 군 관계자는 방문객의 관심을 반기면서도 야간 출입 통제에 협조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살목지 주소와 위치는 충청남도 예산군 광시면 대리 산27-1이다.

흥행 영화의 촬영지가 관광지로 부상한 전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 관객을 넘어서면서 강원도 영월군 상권과 숙박업이 눈에 띄게 살아났다. 촬영 한 편이 수년간의 지역 홍보 예산을 능가하는 효과를 낸 셈이다. 예산군의 경우는 여기에 '공포'라는 변수가 더해졌다. 가면 안 된다는 경고가 오히려 방문 욕구를 자극하는 구조다. 예산군이 안전 관리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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