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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조 무장애 관광 시장, 관광공사 열린관광지 및 인프라 확충
아주경제
미국의 장애인 관광객 연간 지출액은 294억 달러(약 43조원)에 달한다. 영국은 장애인과 그 가족의 경제적 기여를 '퍼플 파운드'라 명명하며 그 시장 가치를 146억 파운드(약 29조원)로 추정하고 있다. 이동 약자가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입증되면서 국내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는 추세다. 문화체육관광부 추산에 따르면 국내 무장애 관광의 현재 규모는 6조6000억원이며 향후 잠재적 규모는 11조원에 달한다.
이에 발맞춰 관광공사는 기존 개별 관광지 중심의 개선을 넘어, 지역 중심의 통합 생태계 구축과 디지털 접근성 고도화로 본격적인 시장 선점에 나선다.

관광공사는 지난 2015년부터 관광 취약계층이 활동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열린관광지’를 꾸준히 조성해 왔다. 올해로 사업 도입 12년 차에 접어들면서, 단순한 공간 조성을 넘어 질적 성장세도 뚜렷해지는 추세다. 공사가 낙후 시설 개선과 모니터링을 강화한 결과 열린관광지 조성 전 37.0점이던 방문객 만족도는 조성 후 64.3점으로 73.8% 상승했다. 지자체의 개선 이행률 역시 95.0%에 달하고, 실제 이동 수요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열린관광지를 찾은 70세 이상 고령층은 전년 대비 8.4% 증가한 1950만명으로 집계됐다.
관광공사는 물리적 인프라 확충과 더불어 정보 접근성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무장애 여행 정보 플랫폼 ‘모두의 여행’ 방문자 수는 전년 대비 177.7% 증가한 161만명을 기록했다. 특히 플랫폼 내 구축된 국내 최초 취약계층 맞춤형 숙박 정보 서비스 ‘모두의 호텔’이 주목받고 있다. 전국 4·5성급 호텔과 리조트 등 101개 시설의 정보가 등록된 이 서비스는 객실 도면을 3D 실측 영상으로 제공한다. 침대 높이, 화장실 문 폭, 통로 폭 등 세부 수치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해 휠체어 이용객이 겪는 정보 불확실성을 대폭 해소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올해 무장애 관광 관련 예산은 전년 대비 33.5% 증액된 146억원 규모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러한 정책적 기반 아래 관광공사는 올해로 2회째를 맞은 '2026 모두의 봄, 열린여행' 캠페인을 4월 14일부터 30일까지 전개한다. 전국 25개 지자체의 43개 열린관광지 및 민간 시설과 협력해 입장료, 숙박, 교통 등 특별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관광 취약계층 약 210명을 대상으로 총 7회차에 걸쳐 운영되는 '나눔여행'이다. 이번 여행 코스는 춘천, 합천, 진주, 상주 등에 조성된 열린관광지를 중심으로 힐링, 가족여행 등 7개 테마로 기획됐다. 안전한 여행을 위해 참가자 1명당 최대 2명의 동반자를 지원하며 한국타이어 나눔재단의 '틔움버스' 2대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이동 편의도 대폭 강화했다.
미디어와 협력해 무장애 관광의 가치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노력도 병행한다. 5월 중 방영될 JTBC 음악 예능 '비긴어게인' 오픈마이크 코너를 합천 황매산군립공원에서 촬영해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장벽 없는 여행의 의미를 전한다. 또한 국내 최초 청각장애 아이돌 그룹 '빅오션'을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여행 수어 챌린지를 진행하며 캠페인 확산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하이커 그라운드에서는 수어 통역이 동시에 진행된 가운데 '열린여행 주간' 개막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박성혁
관광공사 사장은 환영사에서 "무장애 관광은 소수를 위한 배려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관광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전 세계 고령층과 장애인이 가장 먼저 선택하는 목적지가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물리적, 경험적 접근성의 표준을 새롭게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문체부 관광정책실장 역시 "공동체가 포용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여행에 어려움이 있는 분들의 환경을 선제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올해 국회에서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린 만큼 앞으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개막식 직후 나눔여행단은 강원도 춘천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나눔여행단 참가자 김재우씨는 "여행을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인프라 문제 등 불편함이 커 지방 여행을 주저하곤 했다"면서 "보통 국내 지원 프로그램은 단발성 행사로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나눔여행은 다양한 코스 중 원하는 곳을 직접 선택해 접수할 수 있어 무척 좋았다. 여행에 대한 열정이 더 끓어오르는 것 같다. 제가 받은 이 좋은 혜택과 경험을 앞으로 글로 꾸준히 써서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자폐성 장애인 아들과 동행했다는 참가자 서하나씨는 "평소 아이의 돌발 행동 등으로 주변 시선이 집중돼 불편한 점이 많았다"며 "지난해에도 나눔여행에 참여했는데 올해는 피드백이 반영돼 발달장애인끼리 모여 가게 됐다. 덕분에 서로 이해하는 분위기 속에서 덜 눈치를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전시 부스 1층에서 햅틱 기기를 직접 체험한 관람객 이현종씨는 "장애인이 여행 시 겪는 감각을 평소에는 잘 몰랐다. 진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 새로웠다"며 "열린관광에 대한 사전 설명을 들은 뒤 체험에 나서면서 무장애 관광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관광공사는 향후 열린관광지 조성 사업을 개별 관광지라는 점 단위의 시설 개선을 넘어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면 단위의 '무장애 관광 연계성 강화 사업(무장애 관광 도시)'으로 확장한다. 교통체계부터 인근 숙박·식음 시설 등 민간 인프라까지 함께 정비해 지역 중심의 통합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사업지는 기존 강릉, 울산에 이어 향후 파주, 수원 등지로 점진적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오프라인 인프라 확장과 함께 소프트웨어적 정보 접근성 고도화에도 나선다. 네이버 지도, 티맵, 카카오맵 등 민간 플랫폼과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연계해 '계단 회피 최적 경로' 등 휠체어 이용객을 위한 맞춤형 내비게이션 안내 기능을 지원할 방침이다.
문지영
관광공사 열린관광콘텐츠팀장은 "무장애 관광은 모든 국민이 제약 없이 여행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관광의 패러다임을 넓히는 가치 있는 일"이라며 "이번 캠페인이 그동안 여러 제약으로 여행을 주저했던 분들에게 용기를 주는 따뜻하고 안전한 봄 여행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지자체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늘어나고 민간 영역의 관심도 함께 커지는 등 현장에서부터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민관 협업을 통해 지속 가능한 무장애 관광 생태계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