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읽음
빚내서 주식하다 큰일 난 20대들...뚜껑 열어보니 '이 정도'나 심각하다
위키트리
0
코스피가 장중 6700선을 돌파하며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20대 청년층의 '빚내서 투자(빚투)' 규모가 1년 만에 두 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장밋빛 기대와 달리 신용을 이용한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오히려 시장 평균을 밑돌고 있어, 자산 형성 기반이 약한 청년층의 경제적 파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의 20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이달 둘째 주 기준 4,23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했던 1,888억 원보다 무려 124%나 급증한 수치다. 신용거래융자란 투자자가 주식 매수 자금을 증권사로부터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상태의 금액을 말한다. 보통 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강할 때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비단 20대뿐만이 아니다. 증시 과열 양상이 뚜렷해지면서 전 연령대에서 빚을 내 주식을 사는 규모가 커졌다. 10대 증권사 전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해 4월 14조 4,270억 원에서 올해 28조 2,629억 원으로 약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50대의 잔고가 9조 647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7조 2,728억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70대 이상 고령층이다. 70대 이상의 잔고는 1년 전 8,865억 원에서 올해 2조 1,341억 원으로 2.4배 이상 늘어났다. 사회초년생인 20대와 소득이 끊긴 은퇴층이 부족한 투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대출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레버리지(지렛대)를 활용한 투자가 기대만큼의 수익을 가져다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국내 대형 증권사 2곳의 개인 투자자 계좌 약 460만 개를 전수 분석한 결과, 지난달 초 신용융자를 이용한 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은 -19.0%였다. 반면 빚을 내지 않고 본인 자금으로만 투자한 이들의 수익률은 -8.2%였다. 빚을 낸 투자자의 손실 폭이 일반 투자자보다 2.3배나 컸던 셈이다.

특히 20대 투자자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20대 신용융자 이용 계좌의 손실률은 -17.8%로, 미이용 계좌(-6.7%)보다 손실 규모가 2.7배에 달했다. 30대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30대 신용융자 사용자의 수익률은 -18.2%로, 미사용자(-6.6%) 대비 2.8배 더 낮은 성적표를 받았다.
자본금이 적은 소액 투자자일수록 빚투의 독성은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투자금이 1,000만 원 미만인 소액 계좌 중 신용융자를 쓴 경우 수익률이 -20.7%까지 추락했다. 특히 20대 소액 투자자가 빚을 내 투자했을 때의 손실률은 빚을 내지 않았을 때보다 3.2배나 벌어졌다. 이는 변동성이 큰 종목에 무리하게 집중 투자했다가 주가가 조금만 하락해도 담보 부족으로 인한 반대매매(증권사가 임의로 주식을 파는 것) 등에 노출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청년층의 무분별한 빚투가 확산하자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자료를 공개한 강민국 의원은 "금융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경제적 기반이 약한 학생들이나 사회초년생들이 주가 상승 분위기에 휩쓸려 빚을 늘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징후"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들의 파산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거대한 잠재적 리스크가 될 것"이라며 정부의 선제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증시 규모나 투자 대기 자금 대비 신용융자 수준이 감당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향후 시장 동향을 면밀히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지난달 주요 증권사 관계자들을 소집해 신용융자와 차액결제거래(CFD) 등 위험성이 높은 레버리지 거래에 대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재점검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신용융자 금리 인하나 수수료 면제 이벤트 등을 자제할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증권사들도 스스로 리스크 관리에 돌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2일부터 알테오젠, 하이브,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 등 변동성이 크거나 신용 잔고가 높은 20개 종목에 대해 신규 융자 제한 등급을 적용했다. 사실상 이 종목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빚을 내서 살 수 없도록 막은 것이다.
KB증권 역시 같은 날 SK하이닉스 등에 대한 차액결제거래(CFD) 신규 매수를 차단하며 대응에 나섰다. CFD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진입 가격과 청산 가격의 차액만 결제하는 고위험 상품으로, 최근 변동성 장세에서 투자자 손실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호황일수록 개인 투자자, 특히 청년층의 포모(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심리가 극에 달한다고 분석한다. 취업난과 고물가로 인해 근로 소득만으로는 자산 형성이 어렵다는 박탈감이 청년들을 위험한 도박판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순한 모니터링을 넘어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강 의원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신용융자의 위험성을 알리는 금융 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며 "증권사들이 무분별하게 신용 공여를 늘리지 못하도록 감시 체계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스피 6700선 돌파라는 화려한 숫자 뒤에는 빚더미에 앉은 20대의 한숨이 짙게 깔려 있다. 정부와 금융권이 청년들의 올바른 자산 형성 경로를 안내할 안전장치를 제때 마련하지 못한다면, 사상 최고치의 축제는 누군가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재앙으로 끝날 수 있다는 경고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