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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브랜드관 가동, 친애하는 X 108개국 1위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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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플랫폼 브랜드관 모델 가동…'친애하는 X' 108개국 1위

넷플릭스라는 거대 플랫폼이 한국 콘텐츠의 유통 길목을 독점해 온 구조 속에서, 토종 OTT들이 독자적인 글로벌 경로를 설계하며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핵심은 단일 플랫폼에 모든 권리를 넘기는 대신, 지역별 유력 OTT와 손잡고 자사 콘텐츠를 공급하는 글로벌 파트너십 기반 유통 전략이다. 플랫폼의 이름 자체를 해외에 심는 '글로벌 브랜드관' 모델이 이제 막 첫 시험대에 올랐다.
티빙이 시도 중인 글로벌 브랜드관 전략의 첫 성과는 오리지널 시리즈 '친애하는 X'에서 나왔다. 이 작품은 지난해 11월 국내 공개와 동시에 HBO Max, 일본 디즈니플러스, 라쿠텐 비키, 중동·북아프리카 스타즈플레이 등 복수의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났다. 라쿠텐 비키에서 108개국 1위, 일본 디즈니플러스에서 최고 2위를 기록했다. 스타즈플레이를 통해서는 CJ ENM 타이틀 최초로 아랍어 자막이 동시 적용돼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TOP5에 올랐다. HBO Max에서는 아시아태평양 17개 국가·지역에서 아시아 작품 중 최상위 성과를 거둔 타이틀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국내에서도 티빙 유료가입 기여도 5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여러 국외 플랫폼과 협업하는 방식은 단순히 노출을 늘리는 것을 넘어 위험 분산이라는 비즈니스적 이점을 갖는다. 최근 제작비가 치솟으면서 흥행 실패 시의 리스크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기 때문이다. 단일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경로로 유통하면, 국내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국외에서 판로를 찾을 수 있다.

현재 티빙은 HBO Max(아시아태평양 17개 국가·지역)와 일본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브랜드관을 운영 중이다. 브랜드관에 공급되는 콘텐츠의 범위는 티빙 오리지널에 국한되지 않는다. tvN 신작·구작은 물론, JTBC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 MBC '판사 이한영' 등 외부 방송사 작품도 신작과 구작을 가리지 않고 공급된다. 티빙 관계자는 "티빙 오리지널, tvN 구작·신작, MBC·JTBC 작품도 신작이든 구작이든 브랜드관을 통해 진출할 예정이며 시점이나 작품은 시기마다 업데이트 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4월 13일에는 '유미의 세포들 시즌 3'가 공개됐으며 상반기 중에는 '취사병 전설이 되다'가 브랜드관을 통해 글로벌에 선보일 예정이다.

브랜드관 모델이 가동되면서 제작 현장의 비즈니스 문법에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국내 성과를 확인한 뒤 해외 판매를 타진하던 사후 논의 구조가, 기획과 편성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유통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는 사전 설계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웨이브는 티빙보다 앞서 글로벌 거점을 구축해 왔다. 2022년 미주 지역 K콘텐츠 플랫폼 코코와(KOCOWA)를 인수한 웨이브는 자회사 웨이브아메리카를 통해 미주 35개국에 한국 콘텐츠를 꾸준히 공급하는 라이브러리형 모델을 이미 운영 중이다. 2024년에는 영국·아일랜드·스페인·호주 등 유럽·오세아니아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해 총 39개국으로 거점이 늘었다. 티빙의 브랜드관 전략이 특정 작품의 글로벌 동시 공개에 초점을 맞춘다면, 코코와는 드라마·예능·버라이어티 쇼 등 다양한 콘텐츠를 장기적으로 쌓아 소비 기반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업계의 시선은 이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이후로 향한다. 2023년 12월 MOU를 체결하고 2025년 6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은 양사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티빙의 '브랜드관 입점형' 전략과 웨이브의 '코코와 독자 플랫폼형' 모델이 어떻게 결합될 지가 초유의 관심사다. 구조적으로 다른 두 모델인 만큼, 합병 법인이 어느 쪽에 무게추를 실을지가 향후 글로벌 주도권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다만 합병 법인의 구체적인 유통 방향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티빙 관계자는 "합병 관련된 것들은 모든 것들은 보안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2025년 8월 CJ ENM 출신 서장호가 웨이브 대표로 선임된 것이 합병 속도에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다중 플랫폼 전략이 넷플릭스의 독주를 당장 뒤흔들 수준은 아니다. 넷플릭스가 단일 플랫폼에서 전 세계 동시 마케팅으로 초대형 히트를 만들어온 것과 달리, 다중 플랫폼 구조는 성과가 국가별로 분산되기 때문에 파급력이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흐름은 바뀌고 있다. 티빙 오리지널은 국내에서 이미 작품성과 화제성 면에서 넷플릭스 못지않은 경쟁력을 입증해왔다. '친애하는 X'의 글로벌 성과는 그 콘텐츠 경쟁력이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확인한 사례다. 아직은 성과를 쌓아가는 초기 단계지만, 토종 OTT가 넷플릭스라는 단일 경로 없이도 독자적인 글로벌 유통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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