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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해임 촉구, 핵 시대 역행하는 안보관 비판
최보식의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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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식의언론=김정기 세계스마트시티기구 사무총장]
나는 정동영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정치적 거리에서만 바라본 인물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마주했던 적이 있다.

2010년 주상하이 대한민국 총영사로 재직하던 시절,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단이 상하이를 방문했다. 18명 규모의 대표단이었다. 제15대 대선후보 이인제, 제16대 노무현과의 대선 후보 단일화와 결별 과정을 겪었던 정몽준, 제17대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그리고 국회의장 김형오까지...여야가 뒤섞인 중량급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정당도, 이해관계도 제각각이었다.

총영사관 입장에서는 가장 까다로운 일정이었다. 나는 모든 의원에게 총영사관 소속 영사들을 1대1로 배치했다. 의전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였다. VIP가 많을수록 변수는 줄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한 장면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일정 중 정동영 의원이 예상치 못한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외부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나는 고민하지 않았다. 내가 신뢰하는 경력 외교관을 따로 불러 조용히 정리하라는 미션을 줬다. 공식 라인 밖에서, 눈에 띄지 않게 문제를 처리했다. 그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일정을 마쳤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감정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나는 그를 개인적으로 공격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지금의 평가는 더 냉정해질 수밖에 없다.

그때의 인상은 분명했다. 결기 있는 정치인이라기보다,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인물이었다. 직전까지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서 이명박과 정면으로 격돌해 완패했던 정치인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그 인상은 더욱 대비되어 보였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인상이 아니다. 그의 대북 인식이다. 정동영의 북한관은 단절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다. 출발점은 MBC 기자 시절 통일부 출입을 통해 형성된 초기 인식일 가능성이 크다. 현장을 접하며 만들어진 이 시기의 인식은 이후 정치 경로를 따라 강화된다.

1996년 국회 입성 과정에서 김대중에게 발탁되면서 그의 시선은 햇볕정책이라는 정치적 프레임 안에서 재구성됐을 것이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맡으며 그 인식은 정책으로 집행됐고, 검증되기보다 확신으로 굳어졌다.

문제는 그 이후다. 북한은 완전히 다른 길을 선택했다. 6회에 걸친 핵실험을 거쳐 사실상 비공인 핵보유국이 되었고, 체제는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바뀌며 더 폐쇄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했다. 그럼에도 그의 인식은 바뀌지 않았다.

이것이 위험한 이유는 단순하다. 안보에서는 상대의 의도가 아니라 '보유한 능력'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무엇을 말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가 본질이다. 지금 북한은 핵을 가진 국가다. 이 사실 하나가 모든 판단을 바꾼다.

한반도의 현실은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멈춰 있다. 그 정지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의지가 아니라 '억제'다. 핵을 가진 상대와의 관계는 선의로 유지되지 않는다. 억제로만 유지된다. 공격했을때 되돌아오는 대가가 명확할 때만 전쟁은 멈춘다. 이것이 핵 시대의 기본 원리다.

이 구조에서 핵심은 세 가지다. 상대를 명확히 적으로 인식하고, 압도적인 보복 능력을 유지하고, 그 의지가 의심받지 않는 것이다. 이 세 축이 동시에 유지될 때 억제는 작동한다.

통일부 장관으로서 정동영의 발언과 정책 방향은 이 세 축을 정면으로 흔들고 있다. 그는 북한을 '주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고, 한미연합훈련을 문제 삼았으며, 9·19 군사합의의 선제 복원을 주장했다. 북한의 도발 국면에서도 긴장의 원인을 남측에서 찾는 인식이 반복됐다.

각각의 발언을 따로 보면 하나의 의견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하나로 묶으면 방향이 드러난다. 적의 개념을 흐리고, 억제 수단을 약화시키며, 보복 의지에 의문을 남기는 방향이다.

억제는 심리다. 상대가 “공격해도 괜찮다”고 판단하는 순간 무너진다. 지금의 메시지는 그 심리를 건드린다. 의도와 무관하게 결과는 같다.

여기에 더해 정동영은 북한을 ‘북한’이 아니라 ‘조선’, 즉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공식 국호로 부르자는 문제를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국가 인식의 문제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3조에서 한반도 전체를 영토로 규정하고, 제4조에서 자유민주적 질서에 따른 통일을 명시한다. 이 전제에서 남북은 두 개의 국가가 아니라 하나의 국가가 분단된 상태다.

‘조선’이라는 호칭은 북한을 별도의 주권 국가로 인식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헌법이 전제한 단일 국가 구조와 긴장을 일으킨다. 발언 하나로 곧바로 위헌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인식이 정책으로 이어지는 순간 헌법과의 충돌은 불가피해진다. 결국 문제는 호칭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한반도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에 있다.

통일부를 단순한 대화 창구로 보는 시각도 문제다. 대화는 억제 위에서만 의미를 가진다. 억제가 무너지면 대화는 협상이 아니라 요구를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변한다. 힘의 균형이 없는 대화는 외교가 아니라 압박의 또 다른 형태다.

정동영 통일부의 정책 방향은 순서를 거꾸로 잡고 있다. 억제를 약화시키면서 대화를 앞세운다. 이것은 정책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현실 인식의 문제다.

나는 과거의 기억 때문에 이 결론을 쉽게 말하지 못한다. 그러나 국가는 개인적 인연으로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특히 핵이 개입된 안보 문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선의는 중요하다. 그러나 선의로 억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결론은 복잡하지 않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대화의 의지가 아니라 억제의 신뢰성이다. 그 기준으로 보면 판단은 명확해진다.

정동영은 지금의 자리에 맞지 않는다. 정동영은 즉각 해임되어야 한다.

jeongkee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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