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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맥주 대신 화이트와인 하이볼, 2026 주류 시장 재편
위키트리
“와인은 레드”라는 재래의 공식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 레드와인 점유율이 48%로 내려앉는 동안 화이트와인은 26%까지 치고 올라오며 1450억 원 규모의 독자적 시장을 형성했다. 2030 세대를 위주로 확산된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라이프스타일은 무겁고 떫은 맛 대신 산뜻하고 청량한 감각을 선택했다. 차갑게 식혀 마시는 화이트와인의 산미는 ‘가벼운 한 잔’을 선호하는 요즘 트렌드와 완벽히 맞아떨어졌다.

소주와 맥주의 빈자리를 가장 빠르게 꿰찬 것은 하이볼이다. 직접 위스키와 탄산수를 섞던 단계를 넘어, 이제는 편의점에서 캔만 따면 완성된 맛을 즐기는 ‘RTD 하이볼 2.0’ 시대가 열렸다. 유명 셰프의 비법을 담거나 감칠맛을 강조한 제품들은 퇴근길 직장인들의 장바구니를 점령했다. 편의점 주류 매대의 주인이 수제맥주에서 하이볼로 바뀌는 현상은 현시점 가장 뚜렷한 변화다.
전통주의 반전도 거세다. 명절 술이라는 낡은 이미지를 벗고 ‘K-리큐르’라는 새로운 옷을 입은 전통주는 2030 세대 매출이 130% 폭증하는 기염을 토했다. 감각적인 병 디자인과 세련된 이미지를 구축한 ‘티나(TINA)’ 같은 브랜드는 클럽이나 바에서도 어울리는 프리미엄 콘텐츠로 대접받는다. 백화점 팝업 스토어마다 ‘오픈런’ 사태를 빚는 전통주의 인기는 젊은 세대가 희소성과 스토리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들은 이제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가진 서사를 소비한다.
음주 방식 또한 혁명적으로 바뀌었다. 술자리에서 알코올 음료와 논알콜 음료를 번갈아 마시는 ‘지브라 스트라이핑(Zebra Striping)’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2024년 704억 원 수준이던 국내 무·논알코올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며 주류 시장의 한 축으로 안착했다. 다음 날의 일상을 망치지 않으면서도 분위기를 즐기려는 스마트한 소비가 자리를 잡은 셈이다.

전통 주류의 매출 급감은 기업들에게 사활을 건 변화를 요구했다. 기존 제조 방식에 안주하던 업체들은 이제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탈바꿈 중이다. 단순히 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해당 주류가 소비되는 공간과 문화를 설계하는 데 집중한다. 증류식 소주의 프리미엄화나 해외 산지와의 직접 협업을 통한 단독 PB 와인 출시 등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