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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김세현 기상전문기자 인터뷰, 재난 대비 돕는 기후 번역가
투데이신문
이에 투데이신문은 대기과학 박사 출신으로 학자의 정밀함과 기자의 집요함을 두루 갖춘 KBS 김세현 기상전문기자를 만났다. 기상전문기자는 복잡한 대기과학의 데이터를 뉴스 한 꼭지로 압축해 시민들이 기상 이변을 파악하고 재난에 대비할 수 있게 돕는 ‘기상·기후 번역가’다.
그러나 이들의 역할은 단순히 숫자를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과학 데이터가 지닌 불확실성이 시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순간 기상 보도는 곧 ‘재난 보도’가 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덥다거나 비가 온다는 소식을 넘어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실질적 대안을 찾는 것이 기상전문기자의 역할이라고 김세현 기자는 말한다.
“정확하면서도 쉽게 쓰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그의 치열한 고민과 기후 위기 시대의 보도 철학을 들어봤다.

박사학위를 따고 연구원으로 근무할 때만 하더라도 기자가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대학 시절 방송 기상학 수업조차 듣지 않았을 만큼 방송과는 무관한 삶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교수님의 추천으로 JTBC의 첫 기상전문기자 채용에 도전하게 됐고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 지금의 ‘김세현 기자’를 만들었다.
Q. 이공계 학자의 길을 걷다가 언론계로 오면서 겪은 괴리감도 상당했을 것 같다.
처음엔 별다른 생각이 없었지만 기사를 몇 번 쓰고 나니 이질감을 느꼈다. 가장 큰 차이는 ‘정답’과 ‘확률’의 간극이었다. 이과 학문은 딱 떨어지는 정답을 내는 게 핵심이지만 언론에서는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A는 B다”가 아닌 “A는 B일 수도 있다”라고 설명해야 하는 모호함을 견디며 기사를 쓰는 과정이 처음엔 무척 어려웠다.

전공 용어를 마음껏 쓸 수 없다는 점이다. 고기압, 저기압 같은 대중적인 용어만으로 어떻게든 현상을 설명해야 한다. 한 번은 선배에게 “정치권의 ‘필리버스터’ 같은 단어는 어렵지만 기사에서 곧잘 쓴다. 그런데 왜 ‘지휘 고도’ 같은 기상 용어는 못 쓰게 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당시 선배는 “사람들이 관심이 많으면 그 단어를 쓸 수 있다”고 답했다.
사람들은 날씨에 지대한 관심을 두고 기사를 보지만 정작 기상을 학문이 아닌 일상 속 현상으로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기상은 엄연한 과학적 학문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학문적 근거를 설명하기 위해 전문 용어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시청자들이 이를 신뢰하고 납득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Q. 기상 현상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노력해 온 부분이 있다면.
대중의 눈높이를 파악하기 위해 교과서를 찾아본 적 있다. 하지만 시대별로 의무교육 수준이 다르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설명해야 하기에 교재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지금은 시각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그래픽 제작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또 방송에서 다 담지 못한 정교한 요약이나 상세한 분석이 필요한 부분은 디지털 기사를 활용해 상세히 풀어내고 있다.
Q. 기후 이상 현상을 지구온난화 탓으로 보는 등 인과관계를 단순화하는 기사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기상전문기자로서 이런 보도를 볼 때 어떤 생각이 드나.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지 않고 모든 기상 이변을 지구온난화 탓으로 돌리는 건 무책임한 보도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엘니뇨’도 마찬가지다. 엘니뇨가 한반도 날씨를 결정짓는 유일한 변수가 아닌데도 언론에서는 대개 폭염과 폭우의 원인으로 엘니뇨만을 지목하곤 한다. 예전에는 이런 보도를 접하면 속으로 화만 냈지만 이제는 기사를 통해 직접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려 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전라북도 폭우 당시 ‘역대 최대 강수량’이라는 보도가 쏟아졌지만 데이터를 확인해 보니 2024년 어청도의 기록이 더 높았다. 이를 근거로 당시 보도에서는 ‘역대 최고’ 같은 자극적 수식어 대신 객관적인 수치만을 전달하며 중심을 잡으려 노력했다.
Q. 기상 보도에서 ‘역대급 폭염’, ‘최악의 더위’ 같은 표현이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이 무감각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상 전망을 전달할 때 어떤 점을 가장 고려하는가.
이 부분에는 오해가 있다. 나는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평년보다 더울 확률이 60%다”와 같이 가능성을 전달하는 편이다. 계절 전망은 변수가 많아 단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청자들은 ‘올여름도 최악’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그럼에도 끝까지 단정 짓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과학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상북도 산불 현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라 산불 규모가 이토록 거대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수해 현장에서는 흙탕물 속에서라도 물건들을 건져 올릴 수 있지만 산불이 난 지역에는 모든 것이 전소돼 복구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당시 주민들이 들고나온 핸드폰 하나가 그들 재산의 전부였을 정도다. 그 현장을 잊을 수 없다.
Q. 당시 어떤 보도를 진행했나.
재난 발생 시 ‘선제적 대피’의 필요성과 구체적인 대피 방법을 담은 리포트를 제작했다. 특히 인명 피해가 전혀 없던 영덕군 지품면 사례를 취재했는데 면장님께서 “불길이 넘어오는 걸 보고 미리 대피령을 내렸다”고 하시더라. 결국 재난 대응의 핵심은 대피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민방공 경보처럼 위험이 닥치기 전 미리 짐을 챙겨 신속히 대피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Q. 기후 위기 시대 속 기상전문기자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제 폭염과 폭우가 온다는 사실 자체는 상식의 영역에 들어섰다. 기상전문기자는 그 너머를 말해야 한다고 본다. 기상 지식과 재난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피해를 줄이는 실질적인 방안을 보도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기상전문기자의 역할이다.
Q. 10년 후 모습을 예측해 본다면.
10년 전 연구원이었던 내가 기자가 될 줄 몰랐던 것처럼 지금도 10년 뒤 미래를 확언하긴 어렵다. 하지만 그때도 기자를 하고 있다면 이상 기후나 재난이 닥쳤을 때 시민들이 맨 먼저 찾아보는 기자가 되고 싶다. ‘정확하면서도 쉽게 쓰는 것’. 그것이 기상전문기자로서 나의 가장 큰 소신이자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