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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북갑 한동훈 단일화 기류, 보수 책임론 차단 고심
투데이신문
하지만 패배한다면 치명적입니다. 한동훈 후보에 대한 정치 경쟁력에 대한 회의론이 퍼지면서 정치 생명마저 위협받게 됩니다. 한 후보로서는 이번 재보궐선거에 출마를 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한 후보의 단일화 스탠스에 대한 미묘한 기류 변화도 감지됩니다. 그동안 한동훈 후보와 박민식 후보는 모두 단일화에 ‘단’ 자도 꺼내지 않고 직진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동훈 후보의 단일화 기류에 먼저 변화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여기에는 현재의 3자 구도가 굳어질 경우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어지면서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를 비롯한 일부 지역 의원들이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는 상황론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 후보는 지난 11일 SBS 라디오에서 박 후보와의 단일화와 관련해 “세상에 절대 안 되는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단일화 가능성에 완전히 거리를 뒀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워딩입니다.

하지만 박 후보는 단일화 불가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단일화 여부에 “(단일화가 없다는 입장은) 확고부동하다. 3자 구도 역시 불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도 “단일화 가능성은 제로”라며 “더 이상 희망회로를 돌리지 말라”고도 했습니다.
박 후보뿐 아니라 장동혁 대표 등 지도부 역시 ‘정적 1호’인 한동훈과의 단일화에 지극히 부정적입니다. 단일화를 할 경우 강성 지지층의 반발은 물론 그들의 표가 오히려 민주당 하정우 후보에게로 향하는 ‘반대 투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수 진영에서는 부산북갑의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분위기입니다.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는 “이재명 정권의 폭주를 막고 부산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북갑에서부터 분열을 끝내야 한다. 통합의 첫걸음을 지금 시작해야 한다”고 단일화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미애 의원도 페이스북에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서로 상처 내기에 급급하면 답이 없다. 민심에 반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박빙 지지율 상황이 양쪽 모두에게 단일화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게 합니다. 지난 4, 5일 무선전화 면접 방식으로 실시된 TBC·메타보이스·리서치랩 여론조사 결과 3자 구도에서 박민식 후보가 26%, 한동훈 후보는 25%였습니다(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럼에도 부산북갑 단일화는 어떤 식으로든 이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단일화는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한쪽이 단일화를 해서 정치적 실리를 더 챙길 수가 있다는 계산이 서면 전격 이뤄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에서 단일화를 할 경우 누가 더 정치적 이득을 챙길 수 있을까요. 한동훈 후보입니다. 일단 한동훈 후보는 이번 재보궐선거 ‘단판’으로 자신의 정치생명을 끝장낼 수도 있는 위험한 도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무조건 이긴다’는 자세로 덤벼야 하겠지만 만에 하나 질 경우 그 후폭풍이 다른 후보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늪’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타 후보에 비해 생존을 위한 현실적인 계산을 더 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한동훈 후보는 자신에게 덧씌워진 ‘배신자 프레임’의 굴레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후보는 보수 전통 지지층으로부터 ‘윤석열 배신자’라는 낙인이 깊게 찍혀 있습니다. 장동혁 대표가 야당 당수의 리더십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면서도 버틸 수 있는 것도 ‘한동훈 배신자’ 프레임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동훈 후보가 양보를 하지 않아 졌다는 결과가 나오면 한 후보에게는 윤석열 배신자 프레임뿐 아니라 부산 보수 궤멸의 정치적 책임까지 떠안아야 합니다. 한동훈에게는 ‘윤석열+보수 붕괴’의 이중 배신자 프레임이 굳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최근 한 후보는 선거캠프 개소식에서 ‘청와대 입성’을 공공연히 떠벌였습니다. 대권이 꿈인 그가 부산북갑 재보궐선거 단판으로 그동안 쌓아온 정치적 자산을 모두 잃게 될 필요가 없습니다.
차라리 ‘보수 재건의 밀알이 되겠다’고 깨끗하게 선언하고 사퇴한 뒤 박민식 후보를 위해 뛰어주는 것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이럴 경우 한동훈 후보의 ‘복당’에도 힘이 실리게 됩니다. 장동혁 대표로서도 더 이상 한동훈 후보를 내칠 명분이 없어집니다.

정치는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이벤트가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선택과 책임, 희생의 결과물입니다. 어려운 길을 걸어보지 않은, 타인을 위해 희생을 해본 적이 없는 한동훈이 과연 보수 재건의 밀알이 되려고 할까요.
문제는 단일화를 하느냐 마느냐 자체가 아니라 그 선택의 기준입니다. 보수와 지역을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는 단일화라면 ‘결단’에 가깝지만 자신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출구 전략에 그친다면 또 다른 형태의 자기 정치일 뿐입니다.
부산 북갑에서 한동훈이 증명해야 할 것은 단순한 단일화 여부가 아닙니다. 손익 계산을 넘어 진영과 유권자에게 어떤 책임을 지는 정치인으로 남을 것인지에 대한 태도입니다. 윤석열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한때 ‘넘버 2’였던 그 역시 이 사태에 대한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