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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10년, 원작, 여행, 음식 등 일상 소비 확장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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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생성한 기사 이미지입니다. 사진=챗지피티

드라마 한 편의 영향은 이제 화면 밖으로 이어진다. 시청자는 원작을 찾아 읽고 작품 속 음식을 맛보며 촬영지를 여행 목록에 올린다. 콘텐츠가 일상 소비의 한 축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넷플릭스가 글로벌 진출 10주년을 맞아 공개한 '넷플릭스 이펙트'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콘텐츠 소비는 시청 행위에만 머물지 않았다. 작품은 다시 발견되고 원작 소비와 여행, 음식, 패션, 언어 학습 등 일상 경험으로 이어졌다.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시청 방식이다. 고정된 편성표에 맞춰 콘텐츠를 보던 방식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작품을 고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OTT가 일상화되면서 시청자는 더 이상 특정 시간에 묶이지 않는다. 작품에 따라 전 회차를 한 번에 보기도 하고 주 단위 공개를 따라가기도 한다. 콘텐츠 소비의 기준이 방송사의 편성에서 이용자의 선택으로 옮겨간 셈이다.

취향을 발견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 특정 세대가 기억하던 콘텐츠가 플랫폼을 통해 다시 소비되며 새로운 시청자를 만나는 일이 늘었다. SBS와의 파트너십으로 공개된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같은 과거 인기작은 기존 시청자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발견의 경험을 제공했다. 한때 특정 세대의 기억에 머물렀던 작품이 다시 유통되며 세대 간 대화의 소재가 되는 방식이다.

글로벌 라이선싱 콘텐츠의 재조명도 비슷한 흐름이다. 미국 드라마 '슈츠'와 '길모어 걸스'처럼 방영된 지 시간이 지난 작품들도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시청층을 만났다. '슈츠'는 2011년 첫 방영 이후 12년이 지난 2023년 넷플릭스를 통해 다시 주목받으며 12주 연속 미국 내 인기 스트리밍 타이틀에 올랐고 4억5000만 뷰 이상의 시청 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현상은 콘텐츠의 수명이 방송 종료와 함께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작품은 플랫폼을 통해 다시 발견되고 새로운 세대와 지역의 시청자에게 도달한다. 한국 시청자들도 '종이의 집', 일본 애니메이션, 북유럽 범죄 스릴러 등 다양한 국가의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소비하고 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10년 전 비영어 콘텐츠 시청 비중은 10% 미만이었지만 현재는 전체 시청의 3분의 1 이상으로 확대됐다.

콘텐츠 소비의 변화는 화면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영상으로 접한 이야기가 도서와 웹툰, 여행, 음식, 패션 등 다른 영역의 소비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넷플릭스 이펙트'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도서 원작 콘텐츠는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45억 뷰 이상을 기록했다. 영상 콘텐츠의 흥행이 원작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다시 원작 소비가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났다. '사냥개들' 시즌2 첫 공개 후 2주 동안 원작 웹툰의 글로벌 조회수는 티저 영상 공개 전 2주 대비 약 22배 증가했다. 언어별로는 한국 서비스 조회수가 약 38배 늘었고 중국어 번체는 123배 증가했다. 영어와 태국어 서비스 조회수도 각각 20배, 12배씩 늘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공개 이후에도 10일간 동명 웹툰의 국내 합산 조회수가 드라마 티저 영상 공개 전보다 68배 증가했다. 박민규 작가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를 계기로 다시 주목받았다. 예스24 2월 4주 베스트셀러 종합 6위, 소설·시·희곡 분야 2위에 올랐고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구매가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콘텐츠가 장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흐름도 뚜렷하다. 작품 속 배경을 실제로 경험하려는 이른바 성지순례형 소비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익숙한 현상이 됐다. '폭싹 속았수다'와 '케이팝 데몬 헌터스'처럼 한국의 지역과 문화를 담은 콘텐츠는 한국 방문과 로케이션 관광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6년 1분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약 476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미국영화협회의 한국 영상콘텐츠산업 경제적 기여 보고서도 제주 관광객이 2025년 1~9월 174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5% 늘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폭싹 속았수다'의 인기가 관광 수요에 영향을 준 요인 중 하나로 봤다.

음식과 패션도 콘텐츠 소비의 확장 영역이다. '흑백요리사' 시즌1 방영 기간 동안 출연 셰프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예약률은 평균 148% 증가했다. '오징어 게임' 공개 이후에는 출연자들이 착용한 반스 흰색 슬립온 판매량이 약 800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청자는 콘텐츠를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등장인물의 취향과 공간, 음식, 스타일을 현실에서 따라 경험한다.

언어와 문화 학습도 달라진 영역 중 하나다. 넷플릭스는 현재 36개 언어 더빙과 33개 언어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막과 더빙은 이용자가 다른 언어와 문화적 맥락을 접하는 통로가 된다. 실제 생활 표현과 사회적 배경이 콘텐츠 안에서 함께 전달되기 때문이다. 언어 학습 앱 듀오링고 기준 미국 내 한국어 학습자 수는 22% 증가했다.

다만 이런 변화가 긍정적인 효과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OTT가 콘텐츠 소비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플랫폼 의존도와 알고리즘 추천에 따른 취향 편중, 콘텐츠 소비 주기 단축 같은 문제도 함께 제기된다. 작품이 더 빠르게 발견되는 만큼 관심이 다른 콘텐츠로 이동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콘텐츠가 국경을 넘는 길은 넓어졌지만 개별 작품이 장기적인 팬덤과 문화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일은 더 복잡해진 셈이다.

넷플릭스의 지난 10년은 콘텐츠 산업의 성장사이면서 동시에 시청자의 일상이 바뀐 시간이었다. 콘텐츠는 더 이상 정해진 시간에 보는 영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과거 작품을 다시 발견하고 낯선 언어와 문화를 접하고 원작을 찾아 읽고 촬영지를 여행하고 음식과 패션을 따라 경험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콘텐츠 소비는 더 이상 시청에서 끝나지 않는다. 원작과 장소, 음식, 언어로 이어지는 확장성이 OTT 시대 콘텐츠 경쟁력의 한 축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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