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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재 속 쿠바 태양광 확대, 중국 지원 전환 가속
조선비즈
쿠바는 현재 수십 년 만의 최악의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 전력 시스템 대부분이 석유에 의존하지만, 원유 수입이 급감하면서 전국 단위 정전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에는 전국 정전이 세 차례 발생했다. 미국 CNN은 “인구 1000만명의 쿠바 전역이 암흑에 빠졌고, 병원 수술이 제한됐으며 주민들은 장작으로 음식을 조리해야 했다”며 “거리에는 쓰레기가 쌓였고 냉방 장치가 멈추면서 주민 불만이 커졌다”라고 전했다.
과거 쿠바는 소련으로부터 석유를 공급받았고, 소련 붕괴 이후에는 베네수엘라와의 협정을 통해 의료진 파견 대가로 원유를 들여왔다. 그러나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산 원유 공급망을 차단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의 추가 관세 압박 이후 멕시코 등 다른 공급국들마저 수출을 줄이면서 쿠바는 사실상 ‘에너지 고립’ 상태에 놓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의 강경 압박이 오히려 쿠바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영국 연구기관 ‘트랜지션 시큐리티 프로젝트’의 경제학자 케빈 캐시먼은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연료 수입 의존도가 줄어들고, 미국이 행사해 온 압박 수단도 약화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쿠바는 지난 1년간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수입을 급격히 늘렸고, 중국의 투자로 수십 개의 태양광 발전 단지를 건설했다. 중국의 대쿠바 태양광 패널 수출 규모는 2023년 약 300만 달러(약 45억원) 수준이었지만, 2025년에는 1억1700만 달러(약 1743억원)까지 급증했다. 쿠바는 중국과 손잡고 2028년까지 전국에 태양광 발전 단지 92곳을 짓는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완공 시 총발전 용량은 2기가와트(GW) 규모로, 약 15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첫 태양광 발전 단지를 직접 개소했고, 현재 약 50개 단지가 가동 중이다. 쿠바는 최근 1년 동안만 약 1GW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새로 설치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은 2024년 3% 수준에서 현재 약 10%까지 올라왔다. 쿠바 정부는 2030년까지 이를 최소 24%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중국 역시 단순한 경제적 이익 이상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텍사스대 에너지연구소의 호르헤 피뇽 연구원은 “중국은 쿠바를 통해 중남미 전역에서 우호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려 한다”고 말했다.
반면 쿠바의 전력망이 지나치게 낙후돼 있고 경제 상황도 심각해 태양광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전히 장시간 정전이 이어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쿠바 국민들은 아직 태양광 확대의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DC 아메리칸대의 쿠바 경제학자 리카르도 토레스는 “청정에너지 혁명은 듣기엔 좋지만, 결국 자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