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9 읽음
코스피 AI 랠리 세계최고 상승, 외인 이탈과 빚투
아주경제
0
한국 증시가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를 타고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개인투자자와 국내 기관이 매수에 나서며 지수를 밀어 올리고 있지만, 외국인 자금은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빚을 내 투자하는 움직임까지 커지면서 증시가 지나치게 달아올랐다는 경고도 나온다.

1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올해 들어 87% 상승했다. 블룸버그가 추적하는 세계 주요 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최근 1년 상승률은 약 200%에 달했다. 한국 증시 시가총액은 4조6000억달러(약 6850조원) 규모로 커졌고,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1조달러(약 1490조원)를 넘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가치가 큰 기업이 됐다.

상승세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AI 투자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기대가 커졌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가격 상승에 힘입어 분기 이익이 5배 늘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증시 부양과 금융개혁 기대도 국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특히 개인투자자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국내 개인은 올해 들어 한국 주식 37조7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지난해 상당 기간 관망하던 개인들이 AI 랠리에 뒤늦게 뛰어든 것이다. 국내 기관도 매수세에 가세했다.

주식 매수용 대출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월 초 주식 매수용 대출 잔액은 36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2% 늘었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대출성 자금까지 감안하면 실제 빚투 규모는 더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 열기는 미성년자 계좌로도 번지고 있다. 토스증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8세 미만 신규 계좌 개설은 1년 전보다 약 10배 증가했다. 거래량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었고, 코스피의 하루 5% 이상 등락도 잦아졌다. 블룸버그는 “코스피가 세계 주요 지수 가운데 주가 출렁임이 가장 큰 지수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5월 들어 한국 주식 115억달러(약 17조원)어치를 팔았다. 현재 추세라면 5월은 외국인 자금이 한 달 동안 빠져나간 규모로는 역대 세 번째 수준이 될 전망이다. 앞서 2월과 3월에는 사상 최대 수준의 외국인 이탈이 나타났다.

올해 누적 이탈 규모도 크다. 해외 자금은 올해 들어 한국 주식에서 약 480억달러(약 71조5000억원)가 빠져나갔다. 이 흐름이 이어지면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이탈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증시의 외국인 이탈 규모는 AI 투자 흐름과 직접 연결성이 낮은 인도 증시 매도액의 2배를 넘는다.

외국인 이탈에도 주가가 이익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코스피는 향후 1년 이익 전망 대비 약 8.5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21배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일부 월가 은행은 코스피 목표치를 8500, 9000, 낙관적 전망에서는 10000까지 높여 잡았다.

다만 급등 이후 주가가 다시 크게 내릴 위험은 커졌다. 전날에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AI 초과이익을 활용한 ‘시민배당’ 가능성을 언급한 뒤 코스피 시가총액이 2시간도 안 돼 약 3000억달러(약 447조원) 증발했다. 이후 주가는 낙폭을 절반 이상 회복했고, 정부는 해당 글이 ‘정책이 아닌 개인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쟁점은 메모리 반도체가 장기 호황에 들어섰는지 여부다. 국내 투자자들은 AI 수요 확대와 반도체 실적 개선을 근거로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외국인은 메모리 업황이 기존처럼 호황과 불황을 반복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