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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오 금감원 부원장보 “금융 AI 혁신, 설계 단계부터 소비자중심이어야”[2026한국금융미래포럼]
한국금융신문
1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2026 한국금융미래포럼: AI 3대 강국, 금융혁신의 길’에서 이종오 금융감독원 디지털·IT부문 부원장보는 "급변하는 AI 시대에는 문제가 터진 뒤 수습하는 ‘사후약방문’식 대처가 통하지 않는다"며 "알고리즘 기획과 모델 설계라는 첫 단추부터 소비자 안정과 권익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원장보는 지난 2016년 알파고 등장 이후 본격화된 AI 시대를 짚으며 고(故) 스티븐 호킹 박사의 경고를 인용했다. 그는 "AI의 잠재적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재난이 될 수 있다"며 "정책과 육성을 논하는 자리에서 무거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역설적으로 AI를 안전하고 제대로 활용하기 위함"이라고 운을 뗐다.
금융사 AI 도입 걸림돌 1위는 '거버넌스 부족'…"개발·통제 철저히 분리해야"
이 부원장보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금융사들이 AI 도입 시 가장 어려워하는 요인으로 '거버넌스 결여'를 꼽았다. 그는 "많은 이들이 비용이나 인력, 모델 불확실성을 먼저 떠올리지만 설문조사 결과 1위는 거버넌스 부족이었다"며 "필요성은 인지하면서도 실무 현장 도입 시 리스크를 어떻게 통제해야 할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조직 내 '방화벽' 구축과 원칙 중심의 통제를 제시했다. 금융사 내부에 AI 도입과 활용 전반을 관장할 최고 의사결정기구와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최상단에 'AI 윤리규정'을 수립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 부원장보는 "AI 시스템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부서와 이로 인한 위험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조직은 원칙적으로 반드시 분리되어야 한다"며 "두 조직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안전한 AI 활용과 완벽한 소비자 보호가 완성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AI 혁신 효익이 금융사의 마진에 머물지 않고 소비자에게 공유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력난을 겪는 중소형 금융사를 위한 현실적인 가이드라인도 내놓았다. 이 부원장보는 "전담 조직 신설이 어려운 중소형사는 개발 부서가 아닌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등 기존 타 부서에 AI 전문 인력을 1~2명 배치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견제와 균형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며 올초 금감원이 공개한 ‘AI 리스크 관리 프레임워크(RMF)’를 적극 참고하라고 당부했다.
세칙 개정, 내부망 생성형 AI 활용은 숙제
금융권의 클라우드 및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도입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성과와 향후 과제도 언급됐다. 이 부원장보는 "최근 세칙 개정을 완료하면서 금융사들이 별도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사스(SaaS)를 도입할 수 있도록 문턱을 크게 낮췄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의 망분리 이슈와 맞물려 "보안 SaaS를 금융사 내부망에서 가동하거나 생성형 AI 개발 등 내부 업무에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영역은 아직 제도적 제약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 부분은 금융위원회와 함께 금융권이 안전하게 생성형 AI를 내부망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능 중심에서 'ESG 지속가능성'으로
마지막으로 이 부원장보는 AI 가동에 따른 'ESG 관점의 사회적 논의'를 새로운 화두로 던졌다. 지금까지는 AI의 '성능'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막대한 자원 소모에 따른 '지속가능성'을 따져봐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거대언어모델(LLM) 등 AI 운영에는 데이터 센터의 대규모 전력 소비와 냉각수 사용 등 엄청난 환경적 비용이 수반된다"며 "이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고효율 냉각 시스템과 신재생 에너지 전환을 통해 친환경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원장보는 "국내 금융사들 역시 당장의 서비스 개발과 업무 효율성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 AI 구동에 따른 탄소 배출과 ESG 지속가능성까지 깊이 있게 고려해 경영 지표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