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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막으려 결국 '이 사람'까지 직접 나섰다…삼성전자 노사, 오후 4시 교섭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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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20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팔을 걷고 나섰다. 노사 양측은 이날 오후 4시 경기고용노동청에서 교섭을 재개한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2차 사후조정이 오전 중 끝내 불성립으로 마무리된 직후의 일이다.
'빨간 불 켜진 삼성전자'. / 뉴스1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회의는 노조 측이 중노위 조정안을 수락했지만 사측이 "유보"를 고수하며 서명을 거부하면서 불성립으로 끝났다. 중노위는 "노조 측은 수락 의사를 밝혔으나 사측이 수락 여부를 '유보'한 채 서명하지 않아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공식 확인했다.

삼성전자 사측은 결렬 직후 낸 입장문에서 "노조는 적자 사업부에도 용납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요구했다"며 "과도한 요구를 수용할 경우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경영 원칙이 흔들릴 수 있고, 다른 기업과 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노측 대표인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전날(19일) 오후 10시께 사측이 거부 의사를 밝히다 철회해 이날까지 연장됐으나, 사측은 이날 오전 11시 끝내 입장을 밝히지 않아 사후조정이 종료됐다"며 "예정대로 21일 적법하게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조정이 결렬되자 정부는 김 장관 카드를 꺼냈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4시 노동부 경기고용노동청에 노사를 불러 직접 교섭을 조율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회의는 자율교섭 성격으로, 중노위처럼 공식 중재안을 제시할 수는 없다.

홍경의 고용노동부 대변인은 결렬 직후 브리핑에서 "조정 불성립이 매우 안타깝지만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며 "당사자 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대원칙 하에 마지막까지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했다.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한 법리 검토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아직 대화 시간이 남았고, 그 부분을 언급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일축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 뉴스1

정부 내에서는 온도 차가 뚜렷하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4일 SNS를 통해 "이번 사안의 중대성과 파급 효과를 생각할 때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며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공개 발언했다. 청와대도 이 발언에 대해 "청와대와 조율이 안 된 상태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지난 17일 대국민 담화에서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재명 대통령도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노조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노동 3권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오로지 개인 몇몇 사람의 이익만을 위해 집단적으로 무언가를 관철해내는 무력을 준 것이 아니다"라며 "세금도 떼기 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주무부처인 노동부와 중노위는 한 발 물러서 있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법 76조에 근거한 노동부 장관의 고유 권한이다.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나 국민 생활에 중대한 피해를 줄 위험이 현존할 때 30일간 파업을 강제 중단시키고 중노위 조정 절차에 회부할 수 있다.

절차상 노동부 장관은 발동 전 중노위 위원장의 의견을 청취해야 하고, 결정 시 이유를 공표한 뒤 중노위와 노사 당사자에게 통고해야 한다. 이후 30일간 쟁의행위는 금지된다. 중노위는 15일간 조정을 시도하고, 가망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다음 15일간 '중재' 단계로 넘어간다. 중재 결과는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며 노사 모두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긴급조정권이 실제 발동된 사례는 단 4차례다.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 2005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 2005년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이 전부다. 이 중 두 차례는 노사 합의로 마무리됐고, 두 차례는 정부 강제 중재 끝에 종결됐다. 마지막 발동 시점은 2005년 12월 대한항공 파업으로, 이번에 발동되면 21년 만의 사례가 된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 공동취재-뉴스1

파업의 실제 파급력을 가늠하는 또 다른 변수는 법원이다. 법원은 지난 18일 삼성전자의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삼성전자 측이 신청 기준으로 밝힌 일 단위 필요 인원은 총 7087명으로, 안전업무 2396명과 보안작업 4691명이 포함된다. 가처분 결정으로 파업 참여 가능 인원에는 일정한 제약이 생겼다.

전문가들은 파업 참여율과 반도체 생산라인 실제 가동 여부가 정부 판단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참여율이 예상보다 낮거나 생산라인에 직접적인 차질이 없을 경우, 정부가 즉각적인 긴급조정권 발동 대신 추가 교섭 압박이나 사후조정 재개를 먼저 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사무총장은 "파업에 들어가면 온 나라가 이 문제를 보게 될 것"이라며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한 노동계 반발도 강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산업 규모가 크고 국가경제에 중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할 수는 없다"며 "이러한 논리가 허용되면 자동차·조선·철강·배터리 등 국가전략산업 전반에서 합법적 파업이 언제든 국가 개입 대상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역시 "긴급조정권은 노동기본권을 제한하는 최후의 비상수단"이라며 "갈등을 힘으로 억누르는 방식은 단기적 효과처럼 보일 수 있지만, 노사 관계를 극단적 대립으로 몰아넣고 더 큰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발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긴급조정권 제도 자체의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 즉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과 정면충돌하는 조치라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도 발동에 앞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긴급조정권은 카드로 쥐고 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쓰고 나면 후폭풍이 생긴다며 갈등과 불만은 밑에 깔려 있게 되고, 사측도 작업장의 활력과 안정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고 그 부담은 결국 정부로 넘어온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여명구 DS(반도체 부문) 피플팀장. / 뉴스1

이번 사태가 더욱 주목받는 요인 중 하나는 김 장관의 이력이다. 김 장관은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으로, 마지막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2005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 당시 철도노조 위원장이었다. 당시 긴급조정권 발동에 맞서 철도노조와 민주노총이 연대 파업을 거론하며 거세게 반발한 당사자였다. 그가 이번에 긴급조정권 발동의 판단을 내려야 할 위치에 서게 됐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3월 중노위 조정 결렬을 통해 쟁의행위권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21일로 예정된 총파업이 실제로 개시될 경우, 파업 규모와 생산 차질 수준, 여론의 향방 등이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꺼낼지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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