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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큰손들 한국 주식 쇼핑, 외인 투자 규제 완화 과제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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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는 변동성이 크지만, 그만큼 매력적입니다.”

지난 15일 여의도에서 하나증권과 홍콩 푸투증권이 공동으로 개최한 VIP 투자포럼에서 푸투증권 관계자가 한 말이다. 푸투증권은 336만개 이상의 고객 계좌를 보유한 글로벌 증권 플랫폼이다.

적게는 30억원, 많게는 2조원 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홍콩의 고액자산가 30여명이 한국 주식 쇼핑을 위해 방한했다. 이미 한국 주식으로 높은 수익을 본 투자자도 있었고, 최근 코스피 랠리를 계기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참석자도 있었다. K팝, K드라마를 넘어 K증시의 인기를 실감한 순간이었다.

한국 증시에 대한 호의적 평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외국인이 국내 증권사 계좌로 한국 주식을 살 수 있는 외국인통합계좌가 2017년 2월 도입됐지만, 그동안 유명무실했다. 외국인 개인 투자자의 거래 내역을 금융당국에 즉시 보고해야 했고, 국내에 법인을 둔 해외 금융사만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등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정부가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추진하며 외국인 투자 환경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기 위해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시장 확대 가능성을 감지한 증권업계가 그제사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현재 하나증권이 1·2호 외국인 통합계좌를 출시했고, 삼성증권이 최근 3호를 내놓았다. 이제 다음달부터 푸투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한국 주식도 선택 메뉴에 오른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한국 증시가 여전히 ‘반쪽 개방’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외국인 주식 통합계좌 가이드라이에 따르면 현지 증권사는 최종 투자자 거래 내역을 분기에 1회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한다. 주기를 기존 월 1회에서 완화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본국에는 이러한 보고 의무 자체가 없다. 개인정보 보호에 민감한 해외 증권사 입장에선 방대한 고객 거래 데이터를 제출하는 점이 여전히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개인 투자자의 상장지수펀드(ETF) 거래가 어려운 점도 개선 과제다. 국내 ETF 상품에 투자하고 싶은 해외 투자자는 여전히 해외 시장에 상장된 국내 ETF 상품에 우회 투자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ETF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외국인 개인 투자자도 거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개정이나 유권 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결정적인 걸림돌은 외국환 규제다. 외국환거래규정 제7-37조의 투자전용계정 규제에 따라 비거주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투자 자금은 외화 기준으로만 이동하도록 설계됐다. 해외 투자자가 해외 증권사를 통해 달러 등 외화를 입금하면 국내 증권사가 이를 다시 원화로 환전해야 해 즉시 매매가 어려운 구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해외 투자자가 원화로 자유롭게 국내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푸투증권 VIP 투자포럼에서 만난 홍콩 큰손들은 다음 달 미국으로 투자포럼을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 증시는 여러 투자처 가운데 하나일뿐이다. 규제가 많고 투자 절차가 복잡하다면 굳이 한국 증시를 선택할 이유는 크지 않다. K증시가 전세계 주목을 받는 지금, 외국인 개인 투자자를 끌어오기 위해서는 아직 닫힌 빗장도 열어야 할 때다.

유은정 기자 

via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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