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 읽음
빙그레 3세 경영 본격화, 전략·해외사업 역할 분담
아주경제
0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 흡수합병 이후 오너 3세 역할 분담 체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김호연 회장의 차남 김동만 사장이 최근 해외사업 총괄을 맡으면서 장남인 김동환 사장과의 경영 역할 구분도 보다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향후 통합 법인의 운영 성과와 글로벌 사업 확대 여부가 오너 3세 경영 평가의 주요 기준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최근 김동만 사장을 해외사업 총괄 임원으로 선임했다. 지난달 해태아이스크림 흡수합병 절차를 마무리한 이후 단행된 첫 조직 재편 성격의 인사다. 빙그레는 2020년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이후 공동 마케팅과 물류 통합 등 효율화 작업을 이어왔으며, 올해 들어 완전 통합 단계에 들어섰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단순 보임 이상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그동안 김동환 사장은 빙그레 본사에서 전략·경영기획을 맡아왔고, 김동만 사장은 해태아이스크림에서 사업 운영 경험을 쌓아왔다. 그러나 합병 이후 두 사람이 하나의 법인 체제 안에서 각각 전략과 사업 부문을 맡게 되면서 사실상 형제 역할 분담 구도가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

1983년생인 김동환 사장은 2014년 빙그레 입사 후 마케팅전략과 경영기획 부문 등을 거쳐 현재 전사 전략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1987년생인 김동만 사장은 미국 유학 후 공군 장교로 복무했으며, 이후 이베이코리아와 물류 계열사 '제때', 해태아이스크림 등을 거치며 경영 경험을 쌓았다.

특히 업계는 김동만 사장이 맡은 해외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빙과 시장은 저출산과 소비 둔화, 계절성 한계 등으로 성장 여력이 제한적인 반면 해외 사업은 빙그레의 핵심 성장 축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빙그레는 최근 해외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중국, 베트남 등을 중심으로 메로나·붕어싸만코·바나나맛우유 판매를 늘리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호주 법인도 신설했다.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수출 매출은 53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빙과류 중심의 냉동 품목군 수출액이 325억원을 차지하며 해외 성장을 견인하는 모습이다.

다만 빙그레 사업 구조는 아직까지 내수 의존도가 높다.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의 20%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일부 대표 브랜드 중심으로 수출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이에 메로나와 바나나맛우유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합병 이후 해태아이스크림의 부라보콘·바밤바 등 제품군을 기존 글로벌 유통망에 안착시키는 작업이 과제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이번 역할 분담 체제가 향후 승계 구도와 연결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현재 김호연 회장이 빙그레 지분 37.89%를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오너 3세 형제는 빙그레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다만 승계 핵심 고리로 통하는 물류 계열사 '제때' 지분은 장남 김동환 사장이 33.34%, 차남 김동만 사장과 장녀 김정화 씨가 각각 33.33%씩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통합 법인 운영 성과와 해외사업 확대 여부에 따라 그룹 내 영향력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최근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주요 식품기업들이 지분 승계에 앞서 차세대 경영인의 실적과 글로벌 확장 능력을 검증하는 추세와도 궤를 같이한다.

빙그레 관계자는 "합병 이후 해외 시장 대응과 글로벌 사업 확대를 강화하기 위한 인사"라며 "승계와는 무관한 사업 목적의 보임"이라고 설명했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