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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촌 피해자 소송, 주한미군 책임 규명 촉구
아주경제
2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박정호 부장판사)는 기지촌 피해자 강모씨 등 117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피해자 측은 이날 재판에서 이번 소송이 단순히 국가의 배상 책임을 다시 묻는 데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미 대법원이 기지촌 조성·관리·운영 과정에서 국가의 위법성을 인정한 만큼, 이번 재판에서는 주한미군이 기지촌 성매매 구조에 어떤 방식으로 관여했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다.
피해자 측 대리인은 “형식적인 피고는 대한민국이지만, 주한미군이 한국 정부와 손잡고 기지촌 성매매를 어떻게 조장했는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며 “미군의 책임을 묻는 진전된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대리인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과 한미 상호방위조약상 미군 구성원 등이 법률상 책임을 질 경우 한국 정부가 우선 배상하고 이후 미군 측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피해자 측은 한국 정부의 배상 책임뿐 아니라 주한미군의 관여와 책임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령의 피해자들이 직접 법정에 선 이유도 강조했다. 대리인은 “원고들이 생애 마지막 시기에 다시 법정에 선 것은 자신의 피해를 말하기 위해서”라며 “이번 사건을 통해 기지촌 운영 과정에서 당국이 수행한 책임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피해자의 직접 증언도 이어졌다. 자신을 ‘미군 위안부’라고 소개한 한 피해자는 “16살에 기지촌에 끌려갔다”며 “당시 기지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끌려온 여성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의 허락 없이는 들어갈 수도 없는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미군이 이를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과거 일 때문에 사람들을 피했고 평생 위축된 채 살았지만, 미군의 잘못을 알리기 위해 용기를 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