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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슈거는 기본, 이제는 식이섬유…음료업계, '파이버맥싱'에 꽂혔다
위키트리
이 흐름의 배경에는 미국 틱톡에서 시작된 '파이버맥싱(Fibermaxxing)'이라는 웰니스 트렌드가 있다. 파이버맥싱이란 장 건강 개선과 체중 감량 등을 목표로 하루 권장량 이상의 식이섬유를 의도적으로 섭취하는 식단을 실천하고, 그 과정을 공유하는 것을 뜻한다. #fibermaxxing 해시태그가 붙은 영상들은 틱톡에서 수천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미국의 공인 영양사 로렌 매니커는 CNN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하루 권장량의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며 "파이버맥싱은 우리에게 필요한 건강 트렌드"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20~50대에서 급증하고 있는 대장암의 위험성과도 저섬유질 식단이 연관돼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이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올해 파이버맥싱 캠페인을 전개하며, 한 끼 식사만으로 하루 식이섬유 권장량의 60%를 섭취할 수 있는 단체급식 식단을 출시했다. 회사 측은 "파이버맥싱이 올해 가장 주목받는 건강 트렌드 중 하나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음료업계도 이 흐름에 올라타고 있다.
2018년 출시된 프리바이오틱스 탄산음료 올리팝(Olipop)은 연간 매출 4억 달러(약 5800억원)를 넘어섰으며, 전년 대비 두 배 성장한 수치다. 올리팝과 포피(Poppi) 등 프리바이오틱스 탄산음료 제품에는 식이섬유가 2~9g 들어있으며, 사과식초 등 기능성 성분도 함유됐다.
미국 음료 시장에서 장 건강 트렌드는 단기적인 유행이 아니라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됐으며, 한국 기업들도 프리바이오틱스·프로바이오틱스 음료를 중심으로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국내 대형 음료사들이 기능성 탄산음료 출시에 잇따라 뛰어드는 것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4월 프리바이오틱 소다 '해피즈' 3종을 내놨다. 행복을 뜻하는 '해피(Happy)'와 탄산의 청량감을 뜻하는 '피즈(Fizz)'를 결합한 이름이다.

hy는 팔도, 방탄소년단과 함께 기획한 글로벌 브랜드 '아리(ARIH)'를 통해 기능성 음료 시장에 진입했다. 아리는 지난달 미국 월마트를 통해 먼저 출시됐으며, 출시 3일 만에 월마트 온라인몰 베스트셀러 배지를 획득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품귀 현상도 나타났다.
국내에는 지난 1일부터 누들, 포스트바이오틱 에너지 드링크, 듀얼 바이오틱 소다 등 총 28종이 출시됐다. 이 가운데 듀얼 바이오틱 소다는 기존 소다를 저당·저칼로리로 재해석한 제품으로, 총 7종으로 구성됐다. hy가 독자 개발한 포스트바이오틱스 5종과 식물 유래 프리바이오틱스를 함께 담았으며, 1캔 기준 식이섬유 3g을 함유했다.
아리의 포스트바이오틱 에너지 드링크는 강한 자극 대신 균형 있는 에너지 충전에 초점을 맞췄다. 제로슈거·제로칼로리에 인공색소·인공향료·인공감미료를 배제한 클린 라벨 콘셉트를 내세웠다. 천연 카페인, 타우린 1000mg, 비타민B군 3종, 포스트바이오틱스 4종 등을 담았다.
이그니스의 음료 브랜드 클룹은 '애사비소다 콜라 제로'를 최근 출시했다. 사과초모식초 1000mg과 식이섬유 3000mg을 함유했으며, 제로슈거 설계를 적용했다. 앞서 클룹의 애사비소다는 누적 판매량 7000만병을 돌파하며 수요를 확인한 바 있다. 기존 제로 콜라가 당과 칼로리를 줄이는 데 집중했다면, 애사비소다 콜라 제로는 식이섬유를 더해 차별화를 꾀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를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소비 심리와 연결 짓는다. 건강 관리를 즐겁게 한다는 개념으로, 음료를 마시면서도 건강상의 이점을 함께 얻으려는 소비자 수요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무설탕과 저칼로리 자체가 강점으로 작용했다면, 이제는 소비자들이 맛은 물론 성분·원료·기능성까지 함께 살피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음료업계 관계자는 "제로 음료가 대중화되면서 단순히 당과 칼로리를 줄인 제품만으로는 차별화가 쉽지 않아졌다"며 "기능성 원료를 더하더라도 결국 맛과 음용성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성분과 맛의 균형을 맞추는 경쟁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식이섬유 함유 음료의 실질적 효과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한 시각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음료 한 캔에 담기는 식이섬유 2~3g은 성인 하루 권장 섭취량(25~30g)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제품의 기능성 표시가 실제 건강 효과로 이어지려면 소비자 스스로 전체 식단에서의 균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