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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원전 재개, 유럽 탈원전 정책 잇단 폐기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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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못 버틴 이탈리아…전기요금 韓의 3배

‘탈원전 주도’ 유럽 주요국, 원전 재가동 추진

AI 전력 소비량 폭증, ‘원전 르네상스’ 시대 열어
세계 최초로 탈원전을 선언했던 이탈리아가 지난 4일 원자력 발전을 재개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외 탈원전을 주도했던 유럽 국가들도 원전을 재가동하는 내용의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이란 전쟁의 영향과 인공지능(AI) 돌풍에 따른 전력 사용량 폭증 탓이다.

이탈리아 하원은 원자력 발전소를 재가동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찬성 155표 반대 86표, 기권 8표로 가결 처리했다. 다음 달 상원 표결이 남았으나 상원에서도 법안이 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탈리아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일어난 1986년 세계 최초로 탈원전을 선언했다. 상원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약 40년 만에 원전을 재가동하게 되는 셈이다.

이탈리아는 원전 가동을 중단한 후 국가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해 왔다. 전력의 약 18%는 프랑스, 스위스 등 인접국에서 수입하고 있고, 전력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천연가스(LNG)는 러시아에서 수입하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알제리, 노르웨이, 아제르바이잔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에너지를 수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탓에 전쟁이 터질 때마다 이탈리아의 전기요금은 폭등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1~2022년 이탈리아의 전기요금 누적 인상률은 702.7%를 기록했다. 이란 전쟁 이후에도 전력 도매가가 약 50% 치솟았다. 이탈리아의 평균 가정용 전기요금은 한국의 3.3배(2023~2025년 기준·kWh당 0.417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외에도 벨기에, 덴마크, 독일, 스페인 등 탈원전을 주도하던 나라들이 최근 원전을 재가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벨기에 의회는 지난달 15일 원자로 건설 허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연방정부의 ‘원전 부활 계획’을 찬성 102표, 반대 8표, 기권 31표로 가결했다. 2003년 탈원전을 선언한 벨기에는 올해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계획을 뒤집었다.

북유럽 신재생에너지 강국 덴마크도 탈원전 정책을 수정할 뜻을 내비쳤다. 라르스 오고르 덴마크 에너지 장관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차세대 원자력 기술이 갖는 잠재적인 이점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대규모 정전 사태가 일어난 스페인도 원자력 발전소 7곳을 폐쇄하려던 계획을 재고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역시 최근 원전 재가동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의 집권 여당인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은 지난달 15일 당내 혁신 회의 후 "비용 지불하더라도 원전을 재가동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와 여론조사기관 이노팩트가 3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 국민 55%가 원전 재가동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에 불고 있는 AI 열풍으로 인해 전력 사용량이 폭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일반 구글 검색 1회의 전력 소모량은 약 0.3Wh인 반면 생성형 AI(챗 GPT·제미나이 등) 검색 1회의 전력 소모량은 2.9Wh다. 일반 검색에 들어가는 전력에서 10배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특히 이미지 생성에는 60배, 영상 생성에는 8000배까지 전력 소모가 늘어난다.

데이터를 보관하는 전력까지 계산하면 증가량은 더욱 늘어난다. IEA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대형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이 전년 대비 15% 늘어난 67.7 기가와트(GW)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IEA는 “전 세계에서 운영되는 대형 데이터센터는 약 1만 기다”며 “데이터센터 1기가 소비하는 전력은 40만 가구가 쓰는 전기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 등 AI 강국들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을 대폭 확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23일 2050년까지 원전 설비 용량을 400GW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은 현재 94기(97GW)를 운영 중이다. 원전 1기의 용량이 평균 1GW란 점을 계산하면 25년 동안 원전 300기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37기의 원전을 건설 중이다. 2위를 차지한 인도와 러시아는 각각 6기씩을 건설 중이다. 두 나라를 합쳐도 중국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계획대로라면 중국은 2030년 원전 설비 용량에서 세계 1위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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