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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540원 돌파, 외환보유고 내실 부족과 위기
최보식의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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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식의언론=김진안 전 삼성전자 중동구 지역장 전무]
원/달러 환율이 끝내 1,540원을 돌파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엄중한 위기 징후다.

실물 경제의 모세혈관인 민생 현장에서는 이미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는 호소가 터져 나오는데, 경제 관료들의 진단은 안일하기만 하다. 그들이 내세우는 방어 논리는 명확하다. 4,2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가 있어 과거와 체력이 다르고, 반도체 수출 호조와 자산 시장의 지표가 건전하니 이번 고환율은 다음 도약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기초체력이 바뀐 만큼 우리가 처한 대내외 환경도 완전히 달라졌음을 의도적으로 좌시한 통계 왜곡이자 착시 마케팅일 뿐이다.

진정으로 심각한 문제는 경제 관료들이 이 참담한 현실을 몰라서 침묵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은 현장 지표의 파국적 실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권의 안위와 정책적 실책을 가리기 위해, 오직 정부 치적 홍보에만 치중하며 고의로 진실을 덮고 있다. 민생의 고통은 외면한 채 자신들의 경제 성과를 부풀리는 데만 급급하여 국민을 오판과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다.

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화려한 반도체 수출 흑자와 주가 지수는 착시다. 반도체 호황은 특정 대기업 몇 곳의 독식 구조일 뿐, 낙수효과나 고용 유발 효과가 현저히 낮아 민생 경제로 온기가 전혀 퍼지지 않는다. 대기업이 달러를 벌어들여도 서민 가계는 오히려 위축되는 배경이다.

시장의 심장부인 자본시장 역시 이미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19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며 이른바 '탈출 러시'를 이어가는 중이다. 연일 조 단위의 매도 폭탄이 쏟아지며 주가가 하락하는 국면 속에서도 관료들은 이를 단기적 리밸런싱 혹은 장기적 활황 과정의 조정이라며 낙관론만 유포한다. 대기업 전광판의 불빛과 거품 낀 자산 시장의 숫자만 바라보며 선방하고 있다고 자화찬하는 정부의 태도는, 당장 생계를 위협받는 가족 앞에서 가짜 명품 시계를 차고 허세를 부리는 가장과 다를 바 없다.

진짜 위기는 외환보유고의 '질(質)'이다. 정부가 자랑하는 보유고 총액은 순자산이 아니다. 최근 정부는 환율이 요동치자 보유고의 겉보기 숫자를 방어하기 위해 30억 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대거 신규 발행했다. 단일 발행 기준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다. 고금리 기조 속에서 3.6%~3.9%에 달하는 높은 발행 금리를 감당해야 하므로, 이는 고스란히 향후 국가 재정에 막대한 이자 부담으로 돌아온다. 마이너스 통장으로 잔고를 억지로 늘려놓고 부자라고 우기는 기만이다.

더욱이 외환보유고의 약 90%는 미국 국채나 선진국 유가증권에 묶여 있고,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성 예치금은 고작 4%대(약 213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한다. 환율 폭등을 막기 위해 외환당국이 달러 매도 개입을 단행할 때 가장 먼저 소모되는 것이 이 귀한 진짜 현금이다. 시장 개입이 지속되어 현찰이 바닥나면 결국 묶인 채권을 손해 보고 급매해야 한다.

이는 매각 손실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국제 금융시장에 "한국의 달러 유동성이 메말랐다"는 부정적 신호를 주어 추가적인 자본 유출을 촉발하는 최악의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따라서 "과거와 체력이 다르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정부 발표를 그대로 베껴 쓴 한심한 낙관론에 불과하다. 자본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지금,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만기 1년 이하) 비율은 최근 43.3%를 돌파하며 1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외국인이 위기를 느끼고 단기 자금을 회수하는 속도는 보유고를 순식간에 소진해 버릴 만큼 위력적이다.

잠재성장률이 1%대로 추락한 노쇠한 고령화 사회에서, 빚과 착시로 유지하는 외형만 보고 체력이 좋아졌다고 우기는 것은 시속 200km 폭주 열차 안에서 낡은 안전벨트 하나 믿고 질주를 즐기라는 소리와 같다.

경제 관료들은 당장 치적 홍보의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 환율 1,540원 국면은 수입 기름값, 식재료비, 밀가루 같은 수입 원자재 가격의 전방위적 폭등을 뜻한다. 당장 밥상 위의 수입 식자재와 난방비, 전기세 등 에너지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서민의 삶을 흔들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변동이 아니라 서민 장바구니 물가 폭탄과 2,000조 원의 가계부채 위험을 촉발하는 민생의 생존 위기이자 진퇴양난의 국면이다.

정부는 장부상 숫자를 지키기 위해 달러 현찰을 쏟아붓는 무모한 시장 개입을 즉각 멈춰야 한다. 대신 실효성 있는 다중 금융 안전망 구축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현재 가동 중인 통화스와프 중 캐나다와의 사전 한도 없는 상설 계약을 제외하면, 일본(100억 달러, 2026년 11월 만기)과 최근 갱신한 스위스(약 140억 달러), 호주(약 81억 달러) 등 주요국과의 양자간 스와프는 만기가 임박했거나 규모 면에서 실질적인 방어벽이 되기 어렵다.

결국 연쇄적 자본 유출을 막을 최종 안전판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뿐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대미 외교 기조와 불안정한 대외 행보(반이스라엘, 친중) 속에서 유대계 자본이 장악하고있는 미국이 대한민국을 위해 금융 구원투수로 나서줄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 정권의 이념적 고집보다 국익과 경제 안보를 최우선에 둔 전방위적 외교·금융 총력전이 절실한 시점이다.

고통을 도약으로 포장하는 감언이설과 껍데기뿐인 치적 선전을 즉각 멈추고 정책 무능에 책임을 지며 민생을 구할 금융 비상 브레이크를 밟아라. 시간은 결코 우리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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