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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적 대드론 기술과 전략적 회복탄력성, 미래 전장 생존 핵심
BEMIL 군사세계- 소극적 대드론 기술이 미래 전장의 생존성을 좌우한다 -
장병철 /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부회장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러한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 수준의 FPV 자폭드론이 수십억 원대의 전차와 장갑차를 파괴하고, 포병 진지와 보급 차량을 추적 타격하는 장면은 이미 일상적인 전장 양상이 되었다. 최근 전선에서는 감시드론과 자폭드론이 결합되면서 이른바 ‘드론 킬존’이 확대되고 있다. 차량과 병력이 일정 구역에 진입하는 순간 탐지, 추적, 타격이 연쇄적으로 이루어지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기동전 개념에 심각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
더욱 주목할 사례는 2025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후방의 공군기지를 드론으로 타격한 거미집(Operation Spider's Web)' 작전이다. 소형 드론이 러시아 영토 내부에서 발진해 전략폭격기 등 고가치 항공자산을 공격한 이 사건은 드론이 단순 전술무기를 넘어 전략적 타격 수단으로도 진화했음을 보여주었다. 값싼 드론이 고가의 전략자산을 파괴하거나 장기간 운용 불능 상태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국방경제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중동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확인되고 있다. 이란의 드론,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 복합 공격은 이스라엘 방공망에 상당한 부담을 주었다. 이스라엘은 세계 최고 수준의 다층 방공체계를 보유하고 있지만, 대량의 저가 드론과 미사일이 혼합되어 동시다발적으로 투입될 경우 요격체계와 지휘통제, 탄약 비축, 동맹국 지원 체계까지 동시에 시험받게 된다. 이는 한국군에게도 중요한 경고다. 북한의 장사정포,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소형 드론, 자폭드론이 결합된 ‘섞어쏘기’ 공격은 기존 방공체계만으로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
이제 군사력의 기준은 단순히 “얼마나 잘 요격하는가”에만 머물 수 없다. 현대전에서는 완벽한 방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 드론은 반드시 방어망을 통과한다. 따라서 미래 군사력의 핵심은 적의 공격을 막는 능력과 함께, 타격을 받은 이후에도 핵심 기능을 유지하고 전투력을 신속히 복구하는 전략적 회복탄력성에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소극적 대드론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 소극적 대드론은 적 드론을 직접 격추하는 방식이 아니라, 적 드론이 표적을 발견하지 못하게 하고, 식별하지 못하게 하며, 정확히 타격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어 개념이다. 다시 말해 적 드론의 센서와 통신체계를 무력화하거나 기만하는 기술이다
첫째, 다중분광 위장 기술이 필요하다. 현대 드론은 단순 광학카메라뿐 아니라 적외선, 열상장비, 레이더, 인공지능 영상분석 기술을 활용한다. 따라서 기존의 단순 위장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레이더 반사면적을 줄이고, 열 신호를 낮추며, 가시광선·적외선·레이더 영역에서 동시에 탐지를 어렵게 만드는 다중분광 연막 체계가 필요하다. 전차, 장갑차, 포병 진지, 탄약고, 지휘소 등은 열 차폐판, 위장망, 배기열 저감장치, 지형 위장 기술을 결합해야 한다.
둘째, 핵심 시설의 분산 배치가 필수적이다. 드론 시대에 탄약고, 유류저장소, 통신시설, 지휘통제소를 한곳에 집중시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하나의 드론이 개구부, 환기구, 출입문 등 취약 지점을 정밀 타격할 경우 시설 전체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 따라서 핵심 군사시설은 소규모·분산형 구조로 전환하고, 개구부에는 이중 방호망을 설치해야 한다. 특히 상부 공격형 자폭드론에 대비한 지붕 구조 보강과 방호 캐노피 설치가 요구된다.
셋째, 지형지물을 활용한 은밀 기동 전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드론은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장점이 있지만, 숲의 캐노피, 도심 건물의 음영, 계곡 지형, 터널형 지형에서는 탐지 효율이 떨어진다. 부대는 개활지 중심의 기동에서 벗어나 은폐 기동로를 사전에 선정하고, 이동 시간과 경로를 불규칙하게 운용해야 한다. 적 인공지능이 아군의 반복적 이동 패턴을 학습하지 못하도록 기동의 무작위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넷째, 전파 침묵과 음향 통제가 필요하다. 현대 드론은 영상뿐 아니라 RF 신호와 음향을 활용해 표적을 추적한다. 무전기 사용, 차량 엔진음, 발전기 소음, 통신 중계 장비의 전파 방출은 모두 표적 노출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작전지역에서는 유선 통신을 우선하고, 불가피하게 무선 통신을 사용할 경우 저출력·지향성·단시간 송신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발전기와 차량에는 흡음 차단벽을 설치하고, 기동로 선정 시 음향 확산이 어려운 지형을 활용해야 한다.
다섯째, 종말 단계 차폐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적 드론이 이미 표적에 접근한 상황에서는 다중분광 연막, 레이저 차단 연막, 적외선 차폐 연막 등을 즉각 전개해 조종사의 시야와 인공지능 영상추적 기능을 동시에 방해해야 한다. 연막은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니라, 드론 시대의 핵심 생존 장비다. 특히 전차, 장갑차, 포병 진지, 지휘소 주변에는 자동 연막 전개체계를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소극적 대드론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드론 위협은 부대 운용 방식 전체의 변화를 요구한다. 지상 부대는 더 이상 고정된 진지에 장기간 머물 수 없다. 소부대는 빠르고 은밀하게 움직여야 하며, 필요할 때만 전파를 방출하고, 임무 수행 후 즉시 위치를 바꾸어야 한다. 앞으로의 전투차량은 장갑과 화력뿐 아니라 대드론 생존성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
전략적 회복탄력성은 이러한 전술적 생존성을 군사 시스템 전체로 확장한 개념이다. 첫째 축은 군사시설의 다중화다. 하나의 기지가 파괴되어도 다른 기지가 동일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축은 지휘통제의 분산화다. 사령부가 타격을 받거나 통신이 두절되어도 하급 지휘관이 상급 지휘관의 의도를 이해하고 임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축은 군수지원의 분산화다. 대형 보급기지 하나에 의존하지 않고, 소규모 전방 보급거점을 다수 운용해야 한다. 넷째 축은 의무지원체계의 생존성이다. 드론 공격으로 대량 사상자가 발생하더라도 야전 의무시설과 후송체계가 지속 작동해야 한다.
한국군은 이러한 변화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북한은 이미 소형 무인기, 자폭드론, 장사정포,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을 결합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과 국가중요시설, 공군기지, 항만, 원전, 탄약고, 통신시설은 드론과 미사일이 혼합된 복합 공격의 우선 표적이 될 수 있다. 이제 대드론은 일부 부대의 특수 임무가 아니라 전군 공통의 생존 과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군이 당장 추진해야 할 10대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전군 차원의 소극적 대드론 교리를 정립해야 한다. 위장, 은폐, 전파 침묵, 분산 배치, 연막 차장, 기동 무작위화가 표준 전술로 반영되어야 한다.
둘째, 주요 장비와 시설에 다중분광 위장체계를 보급해야 한다. 광학, 적외선, 레이더 탐지를 동시에 줄이는 위장체계가 필요하다.
셋째, 탄약고, 유류시설, 지휘소, 통신시설의 분산화와 개구부 방호를 강화해야 한다.
넷째, 모든 제대에 드론 위협을 고려한 기동로 분석과 은폐기동 절차를 교육해야 한다.
다섯째, 전파 침묵 훈련을 정례화하고 유선·저출력·지향성 통신 체계를 확대해야 한다.
여섯째, 전차·장갑차·포병 진지·지휘소 주변에 다중분광 연막체계를 보강해야 한다.
일곱째, 소부대 단위 드론 대응을 통합한 유·무인 복합전투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여덟째, 분산형 군수지원 거점과 전방 근접 정비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아홉째, 이동형 의무지원 시설과 방호형 의무후송체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열째, 민간 대드론 기술을 신속히 실증하고 군 운용 데이터와 연계하는 시험평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드론은 현대 전장에서 가장 저렴하면서도 치명적인 비대칭 수단이 되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더 비싼 요격무기만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 보강해야 할 과제는 적이 보지 못하게 하고, 맞히지 못하게 하며, 맞더라도 무너지지 않는 군대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드론 시대의 진정한 억제력은 완벽한 방패에 덧붙여 회복 가능한 군사 시스템이다. 소극적 대드론 기술과 전략적 회복탄력성을 결합하는 군대만이 미래 전장에서 살아남고, 지속적으로 싸우며, 끝내 승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