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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탄산수, 식초 활용한 상황별 취사 비결
위키트리
쌀에는 밥맛을 좌우하는 은은한 단맛이 있다. 이 맛은 물이 너무 뜨겁지 않은 미지근한 상태에서 잘 살아난다. 일반 수돗물로 바로 밥을 지으면 밥솥 내부 온도가 빠르게 올라가 단맛이 충분히 우러날 시간이 부족해진다. 반면 얼음을 넣으면 물 온도가 천천히 오르며 미지근한 상태가 조금 더 오래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쌀이 가진 구수한 맛과 은은한 단맛이 자연스럽게 살아난다. 설탕이나 감미료를 넣지 않아도 밥맛이 부드럽게 느껴지는 이유다.

얼음 취사법은 수분이 마른 묵은쌀로 밥을 지을 때 차이가 더 잘 드러난다. 여름철처럼 수돗물 자체가 미지근하게 나올 때도 활용하기 좋다. 취사 시간을 단축하는 쾌속 취사 기능을 사용할 때 얼음을 넣으면 밥이 푸석해지는 현상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물의 양은 조절해야 한다. 얼음이 녹으면서 물이 더해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평소처럼 밥물을 맞추면 밥이 질어질 수 있다. 밥물을 맞출 때 평소 눈금보다 약 50ml 정도 덜어낸 뒤 얼음을 넣는 편이 좋다. 일반 가정용 냉장고의 사각 얼음 기준으로 2알에서 3알 정도면 충분하다.
밥알이 서로 달라붙지 않고 고슬고슬한 식감을 원한다면 탄산수를 활용할 수 있다. 밥물로 쓰는 일반 물 대신 플레인 탄산수를 절반 정도 섞거나, 전체를 탄산수로 채워 밥을 짓는 방식이다. 탄산수 속 기포는 열을 받으며 부피가 커지고 쌀알 사이로 들어간다.
이 기포는 밥이 지어지는 동안 쌀알이 지나치게 뭉치거나 눌리는 것을 줄여준다. 밥솥 안에서 열이 아래에서 위로 퍼지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 결과 밥알 사이에 적당한 틈이 생기고, 밥을 풀었을 때 한 덩어리로 뭉치지 않아 고슬고슬한 식감이 살아난다. 주걱으로 밥을 섞을 때도 일반 물로 지은 밥보다 가볍게 느껴진다.

탄산수를 고를 때는 성분표를 확인해야 한다. 레몬, 라임, 자몽 같은 향이 들어간 제품이나 당분이 섞인 가향 탄산수를 쓰면 밥에서 낯선 향과 단맛이 날 수 있다. 밥맛을 해치지 않으려면 향과 맛이 없는 플레인 탄산수를 쓰는 편이 좋다.
처음부터 탄산수만 넣기 부담스럽다면 물과 탄산수를 반씩 섞어 시작하면 된다. 탄산의 세기에 따라 밥의 질감이 조금씩 달라지므로 처음에는 물과 반반씩 섞어 쓰면서 취향에 맞는 비율을 찾아가는 방법이 현명하다. 또한 탄산수가 올바른 선택이어야 오차가 없다. 탄산수를 붓고 오래 두면 기포가 빠진다. 밥물을 맞춘 뒤에는 오래 방치하지 말고 바로 취사 버튼을 누르는 편이 좋다.

우유에 들어 있는 단백질과 유기 성분은 밥이 끓는 동안 쌀알 표면을 감싼다. 이 과정에서 쌀의 전분이 지나치게 빠져나와 밥물이 질척해지는 현상을 막아준다. 밥알이 쉽게 부서지는 느낌도 덜해진다. 우유의 고소한 맛은 쌀의 부드러운 풍미와 어우러져 맹물로 지은 밥보다 한층 묵직한 맛을 낸다. 매운 낙지볶음이나 제육볶음처럼 자극적인 양념의 반찬과 함께 먹을 때 매운맛을 중화해 주는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

다만 우유의 비율은 적당히 맞춰야 한다. 물을 넣지 않고 우유만으로 밥을 지으면 유지방과 고형물이 밥솥 바닥에 눌어붙기 쉽다. 밥알도 고르게 익기보다 떡처럼 뭉치거나 죽에 가까운 형태가 될 수 있다.
적당한 비율은 물과 우유를 3:1 또는 4:1 정도로 맞추는 선이다. 우유를 많이 넣을수록 고소한 맛은 강해지지만 밥의 질감이 무거워질 수 있다. 취사 전에는 주걱으로 가볍게 섞어 물과 우유가 한쪽에 몰리지 않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밥솥 안에서 열이 비교적 고르게 전달된다.
쌀을 오래 보관하면 수분이 줄고 표면이 공기와 닿으면서 퀴퀴한 냄새가 나기 쉽다. 이럴 때는 식초나 레몬즙을 아주 소량 넣어 밥을 지을 수 있다. 보통 3인분에서 4인분 분량의 밥을 안칠 때 식초 5ml 정도를 섞으면 된다.
오래 보관한 쌀은 표면 상태가 달라지며 쌀비린내나 묵은 냄새가 날 수 있다. 식초의 시큼한 성분은 이런 냄새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동시에 쌀알의 탄력을 잡아 밥을 짓는 동안 쉽게 부서지지 않도록 한다. 부서지기 쉬운 묵은쌀 조각들을 단단하게 밀착시켜 단정한 모양을 유지해 주는 셈이다.
밥이 다 지어진 뒤에는 식초의 신맛과 향이 뜨거운 수증기와 함께 날아간다. 적은 양을 넣으면 밥을 먹을 때 시큼한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쌀알 색이 조금 더 맑게 보이고 표면에 윤기가 돈다. 오래된 쌀로 밥을 지을 때 식초를 넣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날씨가 덥고 습한 계절에는 밥이 쉽게 쉬기 때문에 식초를 소량 넣는 방식이 더 유용하다. 식초 성분은 밥이 상하는 속도를 늦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다만 양을 넘기면 맛이 달라진다. 작은 티스푼 한 스푼 수준을 넘겨 10ml 이상 넣으면 식초 향이 밥에 남을 수 있다.
식초는 사과식초나 현미식초처럼 일반적으로 조리에 쓰는 제품이면 충분하다. 향이 강한 발사믹 식초처럼 밥맛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식초는 피하는 편이 좋다. 레몬즙을 쓸 때도 같은 기준이 필요하다. 향이 과하게 남지 않도록 몇 방울 정도로 양을 제한해야 한다.
밥을 지어두고 나중에 데워 먹는 일이 많다면 식용유를 활용할 수 있다. 밥을 짓기 전 올리브유나 코코넛 오일, 일반 식용유를 약 5ml에서 10ml 정도 넣고 고르게 섞은 뒤 취사하는 방식이다. 밥이 다 되면 한 김 식힌 뒤 냉장실에 넣어 일정 시간 보관했다가 꺼내 먹는다.

데울 때는 밥 위에 물을 한 티스푼 정도 뿌리고 덮개를 씌우면 냉장 보관으로 건조해진 밥에 다시 촉촉함을 더할 수 있다. 이때 물을 너무 많이 넣으면 밥이 질어질 수 있으니 적은 양만 더하는 것이 좋다.
보관 장소도 중요하다. 밥을 빨리 식히겠다고 냉동실에 바로 넣으면 수분이 빠르게 얼어 식감 변화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이 방법을 쓸 때는 영상 0°C에서 4°C 사이의 냉장실에 최소 12시간 이상 두는 과정이 필요하다. 밥을 충분히 식힌 뒤 냉장실에 보관해야 밥알 상태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기름의 양도 지나치면 안 된다. 많이 넣으면 밥이 미끄럽고 느끼하게 느껴질 수 있다. 쌀 3인분 기준으로 밥숟가락 반 스푼 정도가 적당하다. 향이 강한 참기름이나 들기름보다는 향이 거의 없는 식용유나 올리브유가 이 방법에 더 잘 맞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