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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왕좌 지키려 美로"…SK하이닉스 ADR 상장의 두 얼굴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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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약 45조원 규모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추진한다. 그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시대 '실탄 확보' 전략이 깔려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청주 패키징 공장 증설, 차세대 생산장비 확보 등 대규모 선제 투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5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회사는 이번 ADR 상장으로 조달하는 자금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과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확보 등 투자에 활용할 방침이다. 용인 1기 팹은 내년 가동, 청주 P&T7은 2028년 완공이 목표다. 각각 필요한 투자금만 31조원, 19조원 수준이다. EUV 장비 확보를 위해 11조9000억원이 투입된다. 

문제는 현금 여력이다. 엔비디아 핵심 공급사로 AI 반도체 최대 수혜주로 부상했지만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재무 체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지난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147조원 수준인 반면 SK하이닉스는 54조원에 불과하다. 차입금을 제외한 순현금은 35조원 안팎이다. 메모리 업황 개선으로 올해 자산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용인 클러스터 1~4기 팹 건설에만 총 600조원 규모의 투자가 거론되는 점을 감안하면 자체 현금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번 ADR 상장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끌어와 AI 투자 경쟁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 증시에 상장하면 엔비디아 공급망 핵심 기업이라는 상징성을 강화할 수 있을뿐더러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기업 대비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AI 반도체 투자 중심지가 미국이라는 점에서 현지 투자자와 접점을 넓히는 효과도 상당하다.

향후 호남 반도체 공장 투자와 연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회사는 조달 자금을 용인·청주 시설 투자에 사용한다고 밝혔지만 전체 투자 여력이 커지는 만큼 광주·전남 등 신규 생산 거점 투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권 팹 신설을 놓고 정부와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ADR 상장이 긍정적 효과만 기대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신주 발행으로 인한 지분 가치 희석 우려가 불가피하다. 

또 회사의 영업실적 개선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고성능 메모리 수요 증가에 의존한다.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가 둔화되거나 주문 조정이 나타나면 대규모 설비 투자가 회사에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SK하이닉스도 증권신고서에서 AI 투자 둔화와 고객사의 주문 취소, 메모리 경기 변동성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제시했다.

유동성 부족으로 '유령주식'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내 기업의 미국 ADR 상장은 LG디스플레이 이후 22년 만이다. 과거 미국에 ADR을 상장한 국내 기업 상당수는 거래량 부족으로 존재감이 약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려면 발행 주식 수가 전체 중 10% 이상은 돼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신주를 최대 1779만주 발행할 예정인데 전체 발행 주식 대비 약 2.5%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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