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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폭락과 기관 낙관론, 언론의 무비판적 보도
최보식의언론
기사 속에 등장하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발언, 그리고 이를 그대로 받아 적은 언론의 행태를 보고 있자면 이들이 과연 대한민국의 자본시장을 지키는 자들인지, 아니면 투자자들을 기만하는 자들인지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그동안 국민연금이 미루어온 리밸런싱으로 시장에 출회될 수십조 원의 매물 우려를 두고 “폭탄이 될 가능성은 제로”라며 “단기간 대규모 매도가 될 수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이는 전형적인 관료적 말장난이자, 정책 실패나 시장 충격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정권 방패막이용 발언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이 아무리 조금씩 정교하게 주식을 덜어내겠다고 속삭인들,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머리 위에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거대한 매도 벽(오버행)’이 상시 대기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기관이 매도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시장은 이미 공포에 질려 폭락했다. "조금씩 팔면 충격이 없다"는 안일한 인식은 "수급과 심리"에 의해 움직이는 자본시장의 기초조차 모르는 무지의 소치이거나, 눈앞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투자자들을 속이는 기만이다.
더욱 기가 차는 것은 시장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할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태도다.
키움증권의 모 연구원은 고환율 기조 속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국내 기업 투자 진입 장벽이 완화된다”며 향후 전망을 낙관했다.
이것이 과연 시장을 전망해주는 애널리스트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고환율은 ‘환차손’이라는 치명적인 독약이다. 주식으로 아무리 이익을 내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로 바꿨을 때 결국 손실이기 때문이다. 당장 오늘만 해도 외국인들이 대거 주식을 팔고 떠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환율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공포 속에서 어느 미련한 외국인 자본이 '주식이 싸졌다'며 기어 들어온단 말인가.
현실은 외국인 자본이 탈출하고 있는데, 책상 앞에 앉아 "환율이 높으니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는 해괴한 논리를 펼치는 것은 투자자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기만적인 분석과 말장난 속에 대한민국의 자본시장은 완전히 기형적인 꼴로 변해버렸다. 정보력과 자금력을 갖춘 외국인과 기관 등 ‘큰손’들은 이미 위험을 감지하고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며 유유히 시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그들이 던진 엄청난 매물은 고스란히 정보의 최약자인 개인 투자자들의 몫이 되었다. 증권사 전문가들의 장밋빛 전망을 믿고 들어온 개미들은 큰손들이 나가버린 텅 빈 운동장에서, 자기들끼리 비싸게 산 주식을 서로 주고받으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외인과 기관은 현금을 챙겨 떠나고, 시장에 끝까지 남아 설거지를 도맡은 개미들만 서로에게 물량을 떠넘기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것이 전문가들이 말하는 '제한적 충격'의 잔인한 실체다.
이 모든 기만과 궤변이 버젓이 유통될 수 있는 확성기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언론이다. 본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국민연금 이사장의 무책임한 발언과 애널리스트의 앞뒤 맞지 않는 주장을 단 한 줄의 비판적 검증도 없이 그대로 받아 적었다.
언론의 본령은 권력과 자본의 감시이자 검증이다. 국민연금 이사장이 "충격이 제로"라고 하면 "오늘 일어난 폭락은 무엇이냐"고 따져 물어야 했고, 애널리스트가 "고환율이 호재"라고 하면 "외국인이 환차손 때문에 도망치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박했어야 한다.
아무런 비판적 문제의식 없이 수치와 발언만 나열하는 기사는 저널리즘이 아니라 보도자료 대행 서비스일 뿐이다. 이러한 언론의 무능함과 나태함이 결국 사기꾼 같은 전문가들의 가짜 분석을 키우고, 개미 투자자들의 눈과 귀를 가려 막대한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시장의 충격을 외면하는 국민연금, 이론에 갇혀 궤변을 늘어놓는 애널리스트, 그리고 이들의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무능한 언론. 이 세 집단의 합작품 속에서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큰손들의 탈출구로 전락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 투자자들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금 당장 이 기만극을 멈추고, 자본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라.
나는 향후 증시가 낙관적이라거나 부정적이냐에 대한 판단은 유보한다. 단지 언론에 보도되는 소위 전문가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지말고 여러 지표를 참고하여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현재의 고환율은 절대 증시에 이롭지 않다는 것만 말하고 싶다.
#코스피 #국민연금 #개미투자자 #리밸런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