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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가상 주행 도입, 2개월 평가 3일 완성
EV라운지한 연구원이 운전석에 탑승해 가속페달을 밟으며 ‘가상 주행 평가’를 시작했다. 시뮬레이터는 연구원이 핸들을 꺾는 방향대로 마치 스크린에 빨려 들어갈 듯 차량의 승차감을 전달했다. 이 시뮬레이터는 전후, 좌우, 상하 등 6가지 움직임을 모두 취할 수 있는 설비 위에 올려져 있다. 가상의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마치 실제 자동차처럼 덜컹거렸다.

현대차·기아는 해당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도입한 뒤 실제 자동차를 사용할 때 1, 2개월가량 걸리던 주행 평가를 단 3일 만에 끝내고 있다. 단순한 가상현실(VR)을 넘어 노면이 주는 미세한 진동까지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 연구개발(R&D)의 ‘심장’인 남양연구소에는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통한 주행 평가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정필영 주행성능컨셉개발팀 책임연구원은 “자동차 모델이나 부품, 전 세계의 도로 데이터를 입력하면 바로 평가를 진행할 수 있다”며 “단 몇 분만 가상 주행을 해도 테라바이트(TB) 단위의 데이터가 쌓인다”고 설명했다.

노바 랩 연구실 안에는 뼈대만 남아 있는 자동차 모양의 뭉치가 14개 설치돼 있다. 이른바 ‘와이어카’다. 실제 자동차와 같은 내외부 모습의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와 달리, 와이어카는 그 명칭처럼 ‘자동차의 혈관’인 전선과 자동차 두뇌 역할을 하는 제어기 등 필수적인 부품만 연결돼 있다. 와이어카에 달린 부품은 시트, 핸들, 사이드미러, 디스플레이, 페달 정도다.
와이어카는 멈춰 있는 상태에서 차로 이탈 방지, 앞차 거리 유지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의 여러 기능을 검증한다. 가상으로도 장애물 인식이 가능한 건 가상의 레이더 신호를 생성한 덕이다. 원래 실제 자동차는 전파를 쏜 뒤 장애물에 부딪혀 돌아오는 걸 보고 인식을 한다.
이날 와이어카 운전석에 앉은 연구원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시나리오를 시연한 결과 모니터 화면 속 가상의 앞차를 인식해 감속했다. 이어 불쑥 등장한 옆 차선 차량도 인식하면서 후측방 충돌 경고가 나왔다. 김상연 파이롯트전장제어개발팀 파트장은 “신차 한 대를 개발하는 동안 와이어카 단계에서 150∼200건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검증 등 버추얼 R&D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마켓리서치퓨처에 따르면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의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시장 규모는 올해 11억 달러(약 1조7100억 원)에서 연평균 7.7% 성장해 2035년에는 19억 달러(약 2조9500억 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화성=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