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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컴퓨트 검토, AI 거품론과 반도체 공급과잉 우려 고조
최보식의언론
지난 몇 달간 글로벌 기술 시장을 지배해 온 ‘AI 무한 성장론’의 거품을 경계하고, 거대 빅테크들의 투자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던 구조적 신호들이 마침내 시장의 전면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3일 코스피는 장중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진통 끝에 전 거래일보다 7.89% 폭락한 7,4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특히 국내 증시의 핵심 버팀목인 삼성전자가 9.06%, SK하이닉스가 14.57% 급락하며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번 폭락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미국 빅테크 기업 메타(Meta)가 자체 데이터센터의 유휴 AI 연산 자원을 외부에 임대하겠다는 ‘메타 컴퓨트(Meta Compute)’ 계획을 검토 중이라는 외신의 보도였다.
그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듯,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급격히 매물을 쏟아낸 배경에는 단순한 차익 실현을 넘어선 본질적인 수급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시장은 ‘AI 칩의 절대적 공급 부족이라는 일방적인 낙관론’에 취해 있었으나, 메타의 이번 발표는 빅테크 기업들의 컴퓨팅 자원에 예상보다 여유가 있을 수 있다는 강력한 반증을 제시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핵심은 메타의 임대 사업 진출 그 자체보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빅테크의 AI 사업 모델이 기대만큼의 수익성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냉정한 현실이다. 메타가 유휴 자원을 외부에 빌려주어 당장 현금을 확보하려는 행보는, 역설적으로 향후 수년간 AI 서비스 자체로 올릴 매출과 수익이 불투명하다는 비관적 예측 하에 움직입고 있다는 심상치 않은 시그널이다.
자체 AI 서비스로 돈을 벌지 못해 인프라 가동률이 떨어지자, 결국 막대한 고정비와 감가상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인프라 효율화(임대)로 선회한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앞서 누차 경고했던 빅테크들의 '중복 오더(Double Ordering)' 가능성, 즉 공급 병목에 불안을 느낀 기업들이 실제 필요량보다 많은 주문을 넣어둔 ‘착시 수요’의 실체를 드러낸 것과 다름없다. 내부 자원조차 다 소화하지 못해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 마당에, 기존의 과도한 중복 주문 물량을 그대로 전량 소화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급 왜곡과 거품론은 마이클 버리를 비롯한 미국 비관론자들의 매서운 경고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며칠전 한국 정부와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발표한 천문학적인 규모의 신규 설비 투자 계획(호남 반도체 클러스트)을 두고 역설적으로 "AI 투자 사이클의 고점을 알리는 신호(Peak Signal)이자 ‘종말의 시작(Beginning of the end)’"이라고 직격했다. 시장이 환호하는 대규모 증설 기조를 투자의 꼭짓점으로 해석한 그의 냉철한 진단은, 현재의 AI 수요가 얼마나 취약한 기대감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결국 메타의 행보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비해 AI 서비스의 실제 수익성이 본궤도에 오르는 데 시간이 걸리는 ‘캐즘(Chasm·일시적 정체)’ 구간에 진입했다는 자백이기도 하다. 그동안 경쟁적으로 데이터센터를 확장해 오던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사업의 수익성 문제에 직면하며 투자 기조를 전면 전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이 경우 재무적 압박이 본격화된 빅테크들이 반도체 주문을 급격히 조정하거나 기존 주문을 대거 취소·동결하면서, 그간 호황을 누리던 반도체 시장은 순식간에 깊은 불황기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지점은 이 같은 주문의 조정 가능성이 글로벌 반도체 생산 캐파(CapEx)의 대대적인 확장 주기와 정면으로 맞물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경기 용인 메가 클러스터에 이어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추진 중이거나 논의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 정부 역시 파격적인 보조금을 앞세워 자국 내 공장 증설을 강행하고 있다.
시장의 실제 수요 변화를 면밀히 살피지 않은 국가 간의 인위적인 증설 경쟁은, 빅테크의 투자 축소 흐름과 맞물려 향후 수년 내에 심각한 공급과잉(Glut)을 초래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위험이 크다.
물론 아직 메타의 사업 계획이나 시장의 공급과잉 여부가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다. 미국 씨티은행이나 국내 일부 증권가의 분석처럼 AI 수요의 거시적 흐름은 여전히 견조하며, 오늘의 급락이 과도한 심리적 발작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시기일수록 가장 보수적이고 냉정한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것이 경영과 정책의 기본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선심성 인프라 공약이나 무리한 클러스터 확장 추진에 앞서, 글로벌 빅테크의 중복 오더 거품과 글로벌 비관론자들의 경고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수급 동향을 보다 정밀하게 검증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무리한 속도전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두고, 다가올지 모를 시장의 급변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내실 경영 체제를 차분히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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