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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지방 이전 추진, 지역 금융 생태계 구축이 핵심
한국금융신문
농협이 가진 상징성을 생각하면 이해 못 할 일도 아니다. 농협중앙회는 농업·농촌을 대표하는 조직이자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를 거느린 최상위 기구다. 농협은행,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 NH투자증권 등 금융 계열사와도 연결된다. 지역 입장에선 대형 금융·유통 조직을 유치하는 차원을 넘어 농업, 금융, 유통, 일자리까지 한 번에 묶을 수 있는 카드처럼 비칠 수 있다. 지방소멸이 더는 먼 얘기가 아닌 상황에서 이런 기대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다만 기대가 곧 효과를 뜻하진 않는다. 본사 주소가 서울에서 지방으로 바뀐다고 지역 농업의 경쟁력이 저절로 높아지거나, 지역 청년의 일자리가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지역 기업에 돈이 도는 구조 역시 주소 이전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형 금융·유통 조직의 지방 이전은 균형발전의 수단일 수 있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선 곤란하다.
이미 금융공공기관 지방이전 사례도 같은 과제를 남겼다. 캠코와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등은 부산·대구 이전 이후 지역 투자와 고용 확대에 기여했고, 세수 확대 효과도 거론됐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국회, 시장 네트워크가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된 탓에 업무상 서울 의존도는 남았다. 가족 동반 이주와 경력직 확보, 주말 도심공동화 문제도 과제로 지적됐다. 본사는 내려왔지만 핵심 네트워크와 정주 기반은 충분히 따라오지 못한 셈이다.
물론 지방 이전의 가능성도 확인됐다. 부산은 해양금융, 대구는 중소기업 보증금융처럼 지역 산업과 금융 기능이 맞물릴 때 이전 효과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결국 핵심은 어디로 옮기느냐가 아니라 지역에서 어떤 기능을 하게 만드느냐다. 농협중앙회 이전도 같은 질문 앞에 놓였다. 간판만 옮길 것인가, 지역에서 작동할 기능까지 옮길 것인가.
이번 논의가 더 복잡한 건 농협 개혁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중앙회장 선출 방식 개편, 감사 기능 독립, 중앙회 권한 축소, 경제사업 재편 등이 동시에 거론된다.
농협 개혁은 지배구조와 책임성의 문제이고, 지방 이전은 균형발전과 지역 기능 강화의 문제다. 두 논의가 함께 갈 수는 있지만 성격은 구분해야 한다. 개혁 논의가 이전 논의의 명분으로 흐르거나, 이전 논의가 개혁 효과를 대신하는 듯 포장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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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의 반발과 금융권 일각의 우려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노조는 금융기관을 기존 금융 생태계에서 떼어낼 경우 정보와 자본, 인재가 모인 네트워크가 약해지고 의사결정 속도와 시장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기관은 일반 기업이나 행정기관과 달리 감독당국, 자본시장, 기업 고객, 인재 시장과 촘촘히 맞물려 움직인다. 지방 이전을 단순한 사무실 이전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이전 논의를 멈추자는 뜻은 아니다. 그만큼 정교한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와 정치권도 유치 성과를 앞세우기 전에 평가 기준부터 세워야 한다. 몇 명이 내려갔는지보다 지역 금융 공급이 얼마나 늘었는지, 지역 농업인과 기업이 어떤 실익을 얻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전 조직이 지역 안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맡고, 어떤 사업을 만들며, 누구에게 자금을 공급하는지가 균형발전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농협중앙회가 정말 지방으로 향한다면 필요한 것은 이전지보다 실행계획이다. 지역 조직에 어떤 권한을 배분하고, 지역 농·축협과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 농협은행의 지역 금융 공급을 얼마나 확대할지, 농식품 기업과 청년 인재를 어떻게 묶어낼지 먼저 제시돼야 한다. 그래야 농협 이전은 단순한 유치전 성과를 넘어 지역경제 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지방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본사 건물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돌아가는 농업·금융 생태계다. 농협을 어디로 보낼지를 두고 지역 간 경쟁은 빨라지고 있지만, 진짜 질문은 그다음이다. 농협이 내려간 뒤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이 답이 빠진 이전론은 균형발전보다 또 하나의 간판 경쟁에 가까워질 수 있다.
지다혜 한국금융신문 기자 dahye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