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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정 소장, 성년후견 제도 개선과 자기결정권 보장 주력
아주경제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최근 사단법인 한국후견협회(회장 박은수)는 산하 부설 기관으로 의사결정지원연구소를 신설하고, 초대 연구소장에 가사·소년 사건 전문 법관 출신 김윤정 법무법인 YK 파트너 변호사(사법연수원 32기)를 소장으로 위촉했다. 연구소는 기존의 보호 중심 관점을 넘어 발달장애인, 치매 노인 등 의사결정 능력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의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법제화와 정책 제안에 주력할 계획이다.
아주경제는 20년 넘게 법관과 변호사로 활동하다 연구소를 이끌게 된 김 소장을 만나 대한민국 후견 제도 실태와 전망, 최근의 가사·이혼 소송 트렌드에 관한 견해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 소장과의 일문일답.
-의사결정지원연구소의 첫 핵심 과제로 '전문가 후견인 보수 체계 표준화 및 가이드라인 마련'을 꼽았다. 현재 보수 산정 방식이 규격화되지 않아 발생하는 현장의 가장 큰 혼선을 무엇으로 보나.
현행 성년후견 실무에서 가장 큰 혼선은 '보수의 기준이 사건의 난이도·업무 범위·기간과 비례하지 않고, 법원별·사건별로 편차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전문가 후견인은 업무 수행 대비 예측 가능한 보수를 확보하기 어렵고, 반대로 피후견인 입장에서는 비용 구조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후견이 개시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특히 문제는 보수가 단순 관리 업무 중심으로 산정되면서 실제로 요구되는 의사결정 지원, 의료·복지 조정, 재산 관리의 책임 수준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다. 이번 연구를 통해 전문가 후견인 입장에서는 업무 범위와 난이도에 따른 표준화된 보수 기준이 마련됨으로써 예측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전문 후견인의 질적 수준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보수 기준이 명확해야 우수한 전문가들이 후견 업무에 안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그 혜택은 결국 피후견인에게 돌아간다.
-과거 서울가정법원 가사소년 전문 법관과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내며 성년후견 제도 개선 연구에 참여했다. 법원과 연구 기관에서 바라봤던 후견 제도의 한계와 현재 변호사로서 느끼는 현장의 상황은 어떤가.
법원과 연구 기관에서 바라본 후견 제도의 핵심 과제는 '제도의 설계와 원칙의 정교화'였다. 즉 후견의 필요성과 최소 침해 원칙, 피후견인 보호 구조를 중심으로 제도적 완결성을 고민하는 시각이 강했다.
반면 현재 현장에서 마주하는 가장 큰 과제는 '원칙의 구현 가능성'이다. 즉 법원에서는 제도를 만들고 해석하는 것이 과제였다면 현장에서는 그 제도가 실제 사람의 삶 속에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과제다. 실제 사건에서는 피후견인의 상태가 매우 다양하고, 가족 갈등·재산 분쟁·의료 의사결정이 동시에 얽혀 있어 법리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의사결정 지원 모델은 이상적으로는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보장하지만, 현실에서는 의사 능력의 경계가 모호한 사례에서 실무적 판단 부담이 크게 작용한다. 이 지점에서 법원의 이상적 기준과 현장의 실행 가능성 사이의 간극이 드러난다.
-최근 고령화 사회 진입과 함께 임의후견 제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활용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임의후견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나.
초고령화와 핵가족화, 그리고 1인 가구의 급증이라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임의후견 제도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생애 설계 수단'이 돼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생로병사의 과정에서 노화와 인지 능력 저하를 피할 수 없다. 누구나 인지 능력이 저하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임의후견은 내가 아직 건강하고 인지 능력이 온전할 때 내 재산의 관리와 처분 기준을 스스로 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미리 지정해 두는 제도다.
즉 국가나 법원이 사후에 개입하는 성년후견과 달리 본인의 의사를 끝까지 관철한다는 점에서 성년후견 제도의 궁극적인 이념인 '자기결정권 존중'에 가장 충실한 구조다. 그러나 이처럼 혁신적이고 꼭 필요한 제도임에도 현장에서 활성화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정부 차원의 홍보 부족과 대중적 인식의 부재에 있다.
많은 이가 여전히 이 제도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자산가들만의 영역으로 오해하곤 한다. 따라서 임의후견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이를 '노후의 당연한 권리이자 필수 준비물'로 인식하게 만드는 전환이 시급하다. 이와 더불어 일반 국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공증 절차를 간소화하고, 의료·금융 기관과 연계된 표준 계약 모델을 보급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만 비로소 국민이 고령화 시대의 불안으로부터 스스로를 신뢰감 있게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성년후견 제도에서 전통적으로 가족후견인이 중심이 돼 왔지만, 최근에는 법인후견인의 역할과 필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법인후견인이 갖는 장점과 사회적 의미는 무엇이며, 향후 후견 제도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나.
그간 성년후견 제도는 가족 중심의 구조로 운영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가족 관계의 약화, 그리고 재산 구조의 복잡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가족후견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법인후견인은 단순한 대체 수단이 아니라 후견 제도의 전문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핵심 축으로 기능할 수 있다. 가족후견인의 경우 정서적 유대라는 강점이 있지만, 동시에 이해관계 충돌, 감정적 개입, 장기적 관리의 지속성 문제 등 구조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반면 법인후견인은 의사결정이 개인이 아닌 조직 시스템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객관성·전문성·연속성 측면에서 안정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특히 재산 관리와 의료·복지 결정이 복합적으로 얽힌 현대 후견 구조에서는 단일 개인의 판단보다 다학제적 검토가 가능한 법인 기반의 의사결정 구조가 점점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법인후견 역시 책임성과 감독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향후에는 가족후견과 법인후견이 경쟁 관계라기보다는 각자의 역할이 분화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사회 구조 변화에 따라 전문성 중심의 법인후견 비중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이동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더 낫다'의 문제가 아니라 피후견인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의사결정 지원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법인후견인의 역할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유류분 조항에 대해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가사 상속 분야에 대격변이 일어났다. 부장판사 시절 바라봤던 기존 유류분 재판의 한계는 무엇이고, 이번 결정 이후 실제 상속 소송 현장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과거 유류분 재판의 한계는 '형식적 평등에 치우친 획일적 판단 구조'였다. 기여도나 가족 관계의 실질적 다양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분쟁이 장기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상속 분쟁이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단순히 법정 상속분 회복 여부가 아니라 생전 기여, 가족 관계의 실질, 재산 형성 과정이 더 적극적으로 다퉈지고 있다. 실무적으로는 협상과 조정을 통해 해결을 시도하는 사례가 이전보다 늘어나는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으며, 법원 역시 기계적 산정에서 벗어나 사실관계 심리를 보다 정밀하게 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재산 분할 사건에서 법원의 흐름은 '누구 명의냐'보다 '누가 함께 만들었느냐'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 특히 주식, 부동산 등 자산이 급격히 증가한 경우 단순히 투자 실행 주체가 누구인지보다는 그 과정에서의 위험 부담, 가정 내 역할 분담, 생활 기반 유지 기여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은 사건이 재산 분할 기준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다만 이는 단일 사건의 결론이라기보다 재산 분할 기준이 점차 '정태적 소유권 중심에서 동적 기여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나타낸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최근 이혼이나 상속 분쟁에서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은 물론 유튜브 채널의 수익권이나 SNS 계정 같은 '디지털 자산'이 소송에서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의 가치 산정이나 은닉 재산을 소송에서 어떻게 산정해야 한다고 보나.
디지털 자산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여 있지만, 법원의 실무적 판단은 자산의 성격에 따라 명확히 이원화돼 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시세가 확립된 가상자산은 직접적인 '재산 분할 대상'으로, 가치 산정이 모호한 유튜브 등은 '기여도 참작 요소'로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 우선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거래소 시세라는 객관적인 기준이 존재하므로 예금이나 주식처럼 조회 시점의 가액을 산정해 재산 분할 목록에 직접 포함한다.
반면 유튜브 채널이나 SNS 계정은 실제 수익 구조와 경제적 가치에 따라 재산 분할 비율을 판단하는 요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채널 운영을 통한 과거의 소득이나 미래의 소득 창출 능력을 고려해 배우자의 재산 분할 비율을 높여주는 식이다.
디지털 자산의 은닉 문제라고 하면 대단히 복잡한 기술적 추적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무적으로는 결국 '기존 금융 계좌의 조회와 추적'이라는 본질로 귀결된다. 디지털 자산의 은닉을 밝혀내는 마스터키는 대단한 첨단 기술이 아니다. 자산이 현금화되는 길목, 즉 법 제도의 테두리 안에 있는 금융 계좌를 얼마나 정밀하게 추적하고 압박하느냐가 소송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