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읽음
이해 안 되는데 눈을 못 떼겠다…'호프' 호불호 대란 속 '극호' 쏟아지는 이유
위키트리
0
개봉 첫날에만 무려 35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올해 개봉한 전체 영화를 통틀어 가장 압도적인 오프닝 스코어다. 그러나 박스오피스 1위라는 화려한 흥행 스타트와는 별개로, 현재 극장가는 그야말로 극단적인 호불호의 전쟁터로 펄펄 끓고 있다.
누군가는 "이해할 수 없는 역대급 괴작"이라며 7점대 초반까지 떨어진 평점에 고개를 젓고, 누군가는 "한국 영화사를 새로 쓴 시네마틱 걸작"이라며 극찬을 보낸다. 실제 관람평을 살펴보면 불호의 이유도 아주 구체적이다. 일부 배우들의 연기 톤, 낯선 크리처의 질감, 뜬금없게 느껴지는 유머 코드, 불친절한 스토리 라인, 그리고 화면을 가득 채우는 날 것의 욕설과 유혈 낭자한 잔인함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관객도 적지 않다.

하지만 감히 단언컨대,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바로 그 불쾌함과 낯섦이야말로 우리가 그토록 나홍진 감독의 신작을 기다려왔던 진짜 이유다. 모두의 입맛에 맞춘 안전하고 정형화된 영화들 사이에서, 나홍진 특유의 집요하고 광기 어린 미학은 이번 '호프'에서도 의심의 여지 없이 완벽하게 적중했다.
나 감독은 단 한 번도 관객이 극장 의자에 편안하게 기대어 달콤한 팝콘을 먹도록 허락한 적이 없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관통하는 핵심 정체성은 관객의 멱살을 잡고 스크린 벼랑 끝까지 거세게 밀어붙이는 압도적인 에너지다.

그의 집요한 미학은 이미 단편 영화 '완벽한 도미 요리'에서부터 싹텄다. 완벽한 칼질에 대한 광적인 집착과 접시 위에서 살아서 뻐끔거리는 날것의 징그다움, 그리고 '추격자'와 '황해'에서 관객의 진을 빠지게 만들었던 피로감과 물리적 사투는 나홍진 영화가 가진 고유의 인장이다.

이번 '호프'에서 대중이 "과하다"라고 느끼는 지점들은 결코 실패한 연출이 아니다. 1970~80년대를 배경으로 한 고립된 항구 마을 호포항에 외계 존재가 출현했다는 파격적인 설정 속에서, 인물들이 뿜어내는 거친 욕설과 처절한 사투는 오히려 SF 장르가 줄 수 있는 극단의 긴장감과 완벽한 밸런스를 이룬다.

할리우드식 블록버스터나 영웅주의적인 SF 액션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았다면 당연히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나홍진식 SF는 기존 장르 공식의 궤를 완전히 달리하기 때문이다.
'곡성'이 악마와 토속 신앙이라는 미지의 존재를 통해 인간의 얄팍한 믿음을 흔들고 내면의 의심을 파먹었다면, '호프'는 나 감독이 직접 밝혔듯 철저히 '외계 존재의 시선'에서 바라본 인간 군상의 본성과 근원적 공포를 다룬다. 우리가 미지의 크리처를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낯선 눈에 비친 인간들의 무력함과 이기적이고 잔혹한 밑바닥을 스크린에 적나라하게 투영하는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지점은 그로테스크한 시각적 충격을 넘어, 어느 순간 도망치는 외계 존재가 안쓰러워 보이는 기이한 연민과 휴머니즘까지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인간의 잔혹성과 미지의 존재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 복합적이고 아이러니한 심리적 충돌은 오직 '호프'만이 성취해 낼 수 있는 독보적인 SF적 진화다.

이 파괴적인 세계관 속에서 배우들은 그야말로 야생의 에너지를 뿜어내며 살아 숨 쉰다.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그리고 할리우드 명배우 마이클 패스벤더까지. 이름만으로도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이 글로벌한 대배우들은 화려한 스타의 가면을 미련 없이 벗어던졌다.
특히 나 감독이 처음부터 그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을 만큼, 시골 경찰 '범석' 역의 황정민은 이 기이한 세계로 관객을 안내하는 가장 핵심적인 시선이다. 황정민은 특유의 소시민적 얼굴 뒤로 극한의 공포를 마주한 인간의 밑바닥과 혼란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혼돈 속에서도 극의 무게 중심을 묵직하게 이끌고 간다.
여기에 '성애' 역을 맡은 정호연의 캐스팅 비하인드는 영화의 미술적 완성도를 보여주는 백미다. 나 감독이 "의상을 입었을 때도 핏이 살고 멀끔하게 소화할 수 있는 배우여야 한다"고 강조하자, 황정민이 직접 모델 출신의 정호연을 추천해 캐스팅이 성사됐다. 실제로 온라인에서 '조르티스(조인성+아이돌 코르티스)'라는 밈을 탄생시킬 만큼 트렌디하고 힙한 사냥복과 거친 의상들을 입은 채, 피와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스크린에서 뒹구는 마이클 패스벤더, 정호연, 조인성의 모습은 오직 나홍진의 지옥도에서만 볼 수 있는 압도적인 연기 앙상블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반드시 극장에서 경험해야 하는 이유는 눈과 귀를 완벽하게 지배하는 압도적인 로케이션 스케일과 액션,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음악에 있다.

① 이견 없는 찬사, 촬영·무술·미술·음악이 만든 역대급 프로덕션

흥미로운 점은 영화의 서사나 불친절한 전개 방식에 대해서는 관람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엇갈릴지언정, 촬영과 무술(액션), 그리고 미술과 음악의 기술적 완성도에 대해서는 비판하는 이들조차 이견 없이 만장일치의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미지의 공포를 시각화한 로케이션과 미술 스케일이 상상을 초월한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고립된 항구 마을 '호포항'은 단순한 세트장이나 CG가 아니라, 실제 전남 해남의 한 동네를 통째로 재건축하는 미학적 집념으로 완성해 냈다. 여기에 조인성이 3개월간 땀 흘려 연습해 스크린을 찢어놓은 고난도 승마 추격 액션은 제주도의 광활한 대지에서 촬영되었으며, 미지의 크리처들이 뿜어내는 서늘하고 신비로운 숲속 배경은 루마니아 로케이션을 통해 담아냈다.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장인들의 손길이 더해져 영상의 미학을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곡성', '설국열차', '다만 악에서 구원하소서' 등 숨 막히는 긴박함은 물론, '기생충', '버닝', '마더'의 정적인 여백의 정서까지 담아냈던 홍경표 촬영감독의 카메라는 호포항의 서늘한 공기와 사투의 땀방울을 거대한 스크린 위에 생생하게 조각해 낸다.

액션의 타격감 역시 뼈를 때릴 듯 묵직하다. '추격자', '황해'를 비롯해 '베테랑2', '늑대사냥'의 리얼 액션을 설계한 유상섭 무술감독이 참여해 극강의 속도감과 물리적 에너지를 폭발시킨다. 특히 '늑대사냥'에서 인체 실험을 당한 괴물이 보여주었던 기이하고 변칙적인 파괴력이 '호프'의 미지의 존재와 맞물려 한층 진화한 공포를 선사한다. 여기에 조인성이 리얼리티를 극대화하기 위해 무려 3개월간 땀 흘려 연습한 고난도 승마 액션이 더해지며 스크린을 압도하는 스펙터클을 완성했다.

관객의 심장을 조여오는 사운드의 주인공은 바로 할리우드 공포 명작 '겟 아웃'과 '어스'의 음악을 탄생시킨 마이클 아벨스이다. 그가 만든 기괴하면서도 웅장한 사운드 트랙이 해남과 제주, 루마니아를 넘나드는 광활한 영상과 맞물리며 관객을 156분 내내 숨 못 쉬는 긴장감 속으로 몰아넣는다.

② '조르티스' 온라인을 집어삼킨 단체 엔터테인먼트의 힘

호불호가 갈린다는 나홍진식 블랙 코미디와 개그 코드 역시, 역설적으로 극장 관람의 거대한 즐거움이 된다. 개봉 첫날 전석 매진된 극장에서 확인한 풍경은 경이로웠다. 낯선 유머 코드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한마음으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고, 외계 존재의 압도적인 위협 앞에서는 마치 블록버스터 히어로물을 볼 때처럼 다 함께 숨을 죽이며 탄식을 내뱉었다.
현재 유튜브와 X(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영화에 대한 거대한 토론의 장과 밈 파티가 열렸다. 산을 타는 조인성과 사냥꾼들의 힙한 착장을 두고 최근 인기 아이돌 '코르티스'에 빗대어 '조르티스'라 부르는 유쾌한 밈이 쏟아지는가 하면, 영화 속 미지의 크리처들을 부르는 기발하고 유머러스한 작명법들이 공유되며 폭발적인 바이럴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온라인의 열기에 힘입어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이토록 뜨거운가" 직접 확인하려는 관객들의 발길이 극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극호(好)를 외치는 팬들은 하나같이 "이 영화는 개연성을 하나하나 따지며 논리적으로 해부하려 들면 안 된다. 그냥 극장에서 이 지옥도 자체를 온몸으로 느껴야 비로소 진가를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홍경표의 카메라와 유상섭의 무술이 만들어낸 생생한 불쾌감과 긴장감이 극장이라는 공간, 그리고 온라인의 밈 문화와 만나 거대한 롤러코스터 같은 단체 엔터테인먼트로 승화된 것이다.

이 영화를 제대로 체험하기로 결심했다면 상영관 선택도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운드의 미학이 극대화된 작품인 만큼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관에서는 숲속을 파고드는 괴물의 숨소리와 장엄한 음악을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으며, 홍경표 감독의 광활하고 서늘한 비주얼을 한눈에 담고 싶다면 아이맥스(IMAX)를 추천한다. 또한 유상섭 감독이 설계한 묵직한 물리적 타격감과 승마 액션을 생동감 넘치게 즐기고 싶다면 4DX관이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특히 망설일 시간은 많지 않다. 오는 마지막 주 수요일, 극장가의 모든 상영관을 집어삼킬 할리우드 최대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의 개봉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특별관의 좋은 좌석을 선점하고 온전한 몰입감으로 이 충격적인 세계관을 만나기 위해서는 보다 빠른 시일 내에 극장으로 향할 것을 권한다.

마침 정부에서 영화 관람 활성화를 위해 6천 원 할인 쿠폰을 배포하고 있는 지금이 바로 티켓을 거머쥘 최고의 기회다.

물론 '호프'는 모두의 입맛에 맞춘 무난하고 안전한 상업영화가 아니다. 관객에게 친절한 설명조차 곁들이지 않는, 묵직하고 용기 있는 작가주의적 블록버스터다. 하지만 설령 당신이 관람 후 극단적인 불호의 입장에 서게 될지언정, 한국 영화 역사상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압도적인 비주얼과 에너지를 품은 독보적인 SF 영화라는 사실만큼은 절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남들의 평가에 휘둘리지 말고, 지금 당장 극장의 거대한 스크린 앞에서 나홍진이 만든 이 파괴적인 작품을 직접 보고 판단하길 바란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