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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자율주행 도입, 국산차 추격자 전락 우려
EV라운지
여기에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전방 주시를 할 필요가 없는 기존보다 한 단계 위의 자율주행인 ‘레벨3’ 기술을 2028년 출시할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 안팎에서는 “내년을 기점으로 자율주행 도입이 느린 국산차가 국내에서조차 추격자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BMW는 이보다 더 빨리 한국에 상륙할 수 있다. BMW는 지난해 말 ‘레벨2+’ 기술 ‘모터웨이 어시스턴트’를 유럽에서 상용화했다. 다만 한국에 관련 규정이 없어 도입할 수 없었는데, 한국도 이르면 내년에 관련 법제화가 완료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법 사정이 가능해지면 빠르게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사실상 테슬라 한 곳이 독점해 오던 한국 자율주행차 시장이 유럽차들의 참전으로 ‘춘추전국시대’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국내 자율주행 시장에서 앞서 있는 건 미국 완성차 업체다. 테슬라를 포함한 미국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국내 안전기준 적용을 받지 않고 자율주행 기능을 도입할 수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가 이 혜택을 활용해 지난해 11월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인 ‘슈퍼크루즈’를 국내에 들여왔다. 이 회사는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지 않아도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3’도 개발 중이다. ‘아이즈 오프’라는 이름을 붙인 이 기능은 북미에서 2028년 상용화한 뒤 국내에 순차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차들이 한국 도로를 두고 벌이는 자율주행 경쟁은 1, 2년 사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자율주행 표준인 ‘운전자제어보조시스템(DCAS)’이 국내에서도 이르면 내년부터 법적 근거를 갖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지난달 DCAS 안전 체계를 마련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대표 발의했다.
DCAS는 EU 회원국 외에 한국, 일본 등 UNECE 차량 협약에 서명한 60개국에서 채택해 사실상 자율주행 국제 표준 규정으로 통한다. DCAS 법제화가 완료되면 그동안 국내 자율주행 시스템에서 쓸 수 없던 자동 차선 변경 등이 허용된다. 정부는 빠르면 내년, 늦어도 3년 안에 DCAS 법제화를 마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수입차가 계속 밀려 들어올 것이 예고돼 있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은 아직 자율주행에 있어 개발 단계다. 현대차그룹은 올 연말경 레벨2+ 기술을 제네시스 G90 부분 변경에 적용할 계획이다. 레벨2++는 벤츠 계획보다 1년 늦은 2028년에야 제네시스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아의 레벨2++ 기술은 2029년 선보인다. 현대차그룹 측은 기술 상용화 시점에 연연하기보다는 안전과 기술 완성 수준을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업계가 골든타임을 놓치고 만년 ‘추격자’ 신세로 굳어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국내 업체들은 해외에 비해 알고리즘 관련 기술력이 뒤떨어져 보완에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똑같은 고급차인데 제네시스엔 자율주행 기능이 없고 수입차에만 있는 상황이 되면 (현대차그룹은) 이후 추격자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등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 등 테스트 범위를 더 넓혀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실증 실험을 해야 자율주행 시대가 본격화되기 전에 해외에 비해 크게 부족한 관련 데이터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항구 평택대 특임교수(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국산차 업계에서는 정부가 산업 보호를 위해 해외 브랜드들에 빗장을 열어주는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