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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지방 이전 실효성 의문, 국책은행 이전 재검토 필요
한국금융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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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에 농협 직원들이 모였다. 농협중앙회와 주요 계열사의 지방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열린 집회였다. 불과 2주 뒤인 지난 11일에는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 도로가 다시 사람들로 찼다.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3대 국책은행 노동조합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지방 이전 반대 공동집회를 열었다.

두 집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안정된 직장을 가진 금융공기업 직원들이 자신들의 생활권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대의를 외면한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지역소멸을 막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는 것은 국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 어느 정도의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데도 이견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은 지방 이전의 실질적 효과다.

다수의 편익을 위해 소수가 비용을 치러야 한다면 적어도 두 가지는 먼저 증명돼야 한다. 그 희생으로 실제 더 큰 공익을 얻을 수 있는지, 그리고 같은 목적을 달성할 덜 희생적인 방법은 없는지다.

공리주의를 정책의 근거로 삼을 수는 있어도 '공익'이라는 두 글자가 모든 비용을 정당화하는 면허가 될 수는 없다. 정부 입장에서는 단지 기관 하나 지방으로 옮기는 것이지만, 그 구성원인 직원 개개인 입장에서는 ‘인생’을 옮기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직원 개개인의 거주지와 배우자의 직장, 자녀의 학교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문제를 단순히 '기관 하나 옮기는 일'로 치부할 수는 없다. 더구나 그 희생 끝에 얻겠다는 정책 효과마저 불확실하다면 이야기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지난 20년의 숫자를 그래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 인구 비중은 2000년 46.3%에서 2024년 50.8%로 오히려 4.5%p 높아졌다. 특히 19~34세 청년인구의 수도권 비중은 같은 기간 약 48%에서 56%까지 상승했다. 혁신도시로 향하던 인구 순유입도 2016년 이후 줄어들다 2023년부터 순유출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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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1차 공공기관 이전이 아무 효과도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05개 기관이 이전한 뒤 2025년 말까지 혁신도시 전입인구는 23만4684명 증가했고, 2016~2024년 이전기관이 납부한 지방세도 2조5072억원에 달했다. 지역에 사람과 세금을 가져온 효과는 분명 존재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105개 기관을 옮기는 데 9조1549억원이 들었고 당초 계획보다 6456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그런데 산학연 클러스터 입주율은 56.6%에 머물고, 이전 기관 105곳 가운데 47곳은 여전히 수도권에 시설과 인력을 두고 있다. 수도권을 오가는 셔틀버스에 2010년부터 2025년까지 투입된 돈만 1990억원이다. 이전기관 퇴사율도 이전 전 2.66%에서 이전 후 3.11%로 상승했다. 일명 ‘나무는 옮겼지만 숲이 함께 이동하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 정부는 다시 2차 공공기관 이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에 남아 있는 350여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이전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며,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역시 지방자치단체들의 유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국책은행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산업은행은 국가 기간산업과 첨단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을 조율한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금융의 핵심 축이고, 수출입은행은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와 수출기업에 정책자금을 공급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건물의 주소보다 기업과 자본시장, 시중은행·증권사·PE·VC, 회계·법률 등 금융 생태계와 얼마나 빠르게 연결될 수 있느냐다.

현재 그 생태계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은 현실이다.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385곳, 77%가 서울·경기·인천에 본사를 두고 있다. 서울에만 284곳이 있다. 보험사와 증권사 등 금융회사 본사도 서울에 집중돼 있다.

물론 디지털 금융 시대에 모든 회의를 얼굴을 맞대고 할 필요는 없다. 지방에 금융 거점을 만들고 기업을 함께 끌어내려 장기적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것도 필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기업과 자본, 전문인력은 그대로 둔 채 정책금융기관의 본점부터 떼어놓는 것이 과연 금융 분권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기업은행을 다른 지역으로 옮긴다고 해당 지역에 기업과 투자은행, 회계법인, 글로벌 자본이 자동으로 따라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6월 산업은행 부산 이전 논란에 대해 "갈등만 키우고 진전 없이 반복됐다"고 평가했다. 대신 부산에 3조원 규모의 동남투자은행을 세워 지역 산업을 직접 지원하겠다고 했다.

기존의 국책은행을 억지로 옮기기보다 지역에 필요한 금융 기능을 새로 구축하겠다는 논리였다. 해수부 이전과 동남권투자공사 등의 대안이 제시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1년여가 지난 현재 정부는 '수도권 잔류 최소화'를 원칙으로 2차 이전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책은행 3사의 이전을 직접 지시한 것은 아니지만, 후보 시절 제시했던 문제의식과 지금 정부의 이전 원칙 사이에 간극이 생긴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균형발전이니까 옮긴다"는 결론부터 내리는 게 아니다. 왜 후보 시절과 판단의 조건이 달라졌는지, 1차 이전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부터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지역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서울에 있는 것을 억지로 하나씩 떼어 지방에 둔다고 균형 발전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과 일자리, 대학과 문화·교육 인프라가 함께 움직여야 사람이 남고, 사람이 남아야 산업이 만들어진다.

지난 20년간 수도권 인구 비중은 낮아지기는커녕 50%를 넘어섰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한 번의 '기관 이사'가 아니라 왜 나무를 수없이 옮겼는데도 숲이 만들어지지 않았는지에 대한 복기다.

그 답도 내놓지 않은 채 이번에는 국책은행까지 움직이겠다면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국책은행 이전은 지역을 위한 것인가. 정치적 명분을 위한 것인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과연 누가 감당하는가.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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