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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언론 새벽누리, 10대 혐오는 어른 영향, 교육 강조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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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는 사회적 화두가 됐고, 10대 극우화는 어느새 사회적 문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은 인공지능(AI) 편집까지 더해지며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고, 호남을 향한 혐오는 일상 언어가 된 지 오래다.

영호남의 지역 갈등이 극심한 가운데 특히 영남 지역에서는 호남 지역 혐오가 더 심각한 수준이다. 영남 지역의 청소년들은 누구의 말과 행동을 배우고 따라하고 있을까. 어른과 아이를 분리해 10대의 혐오표현 사용만을 문제 삼을 수 있을까.

미디어오늘은 지난 23일 오후 경남 양산시 물금읍에서 지난 6월 창간한 양산시 청소년 독립언론 ‘새벽누리’의 김우림 편집장(16), 강재훈 기자(14)를 만났다. 새벽누리 기자들은 “혐오는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누구든 혐오표현을 들어선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했다. 기자들은 아이들의 혐오에는 어른의 영향이 가장 크다며, 청소년만이 아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대에 대해 ‘이제 끝났다’는 시선이 아닌 ‘바꿔야 한다’는 가능성의 시선으로 봐달라는 당부도 함께였다.

계엄이 불러온 변화, 일상이 된 혐오

새벽누리 기자들이 체감하기에도 10대들 사이 혐오나 증오 선동 발언은 최근 들어 빠르게 확산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5월이 되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혐오 발언이 유독 심해지고, 스타벅스의 5·18 민주화운동 혐오 마케팅과 배재고 야구부 응원법은 일상적 대화 주제가 됐다. 김 편집장은 “카페에 가자고 하면 ‘스타벅스 가야지 가야지’라고 말하기도 하고, 점심시간마다 전자칠판으로 유튜브에서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노래를 틀어놓는다. 길을 가다가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윤어게인’을 외치는 모습도 봤다”며 “12·3 내란 직후 반 친구들 10명 중 5명은 내란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10명 중 8명 정도는 내란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적 색채가 짙은 경상도 지역 특성상 기자들은 호남 지역을 비하하는 표현도 더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었다. “근처에 전라도 사람이 있으면 욕을 하는 경우도 있고, ‘5·18 민주화운동은 북한의 지령이며 전라도 사람 중엔 간첩밖에 없다’는 말도 한다. 친구들도 전라도 비하 표현을 많이 쓴다. ‘전라도는 중국인이고 따로 나라를 분리해라’라는 표현도 나온다”(김우림)는 말이 어렵지 않게 나올 정도다.

기자들은 12·3 계엄으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두 기자가 초등학생이었던 코로나19 시기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혐오 발언이 번지기 시작했고, 혐오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 시작한 건 계엄 이후인 지난해부터다. 강 기자 역시 친구들을 따라 혐오 발언을 했던 과거 경험을 털어놨다. “코로나19 시기에 사춘기가 왔는데 아무 생각 없이 중국인을 혐오하는 말을 했다. 스스로 내가 혐오표현을 쓰고 있다는 걸 느꼈고, 말싸움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비하하지는 말자는 생각이 들어 지금부터라도 쓰지 말자고 다짐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와 계엄을 기점으로 혐오가 퍼진 배경에는 SNS 영향도 크다. 김 편집장이 SNS 상황을 보여주겠다며 인스타그램에 ‘윤어게인’을 검색하자, 유치원생들이 ‘노알라(노 전 대통령 비하 표현) 최고’라고 쓴 팻말을 들고 노래를 부르는 AI 영상이 곧바로 등장했다. 김 편집장은 “10명 중 9명은 다 인스타그램을 쓴다”며 “방송사나 신문 뉴스는 아예 안보고 인스타그램만 하니까 더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어른에게 배운 혐오 발언

아이들은 수많은 혐오표현을 어떻게 알게 됐을까. 새벽누리 기자들은 “어른들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입을 모았다. ‘어른스러워’보이고 싶은 아이들이 주변 어른의 말과 행동을 따라하고, 과시용으로 혐오 발언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설명이다.

기자들이 대표적으로 꼽은 문제적 어른은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이진숙 의원이다. 특히 이 의원의 영향에 대해선 “방통위원장(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이었을때만 해도 10대들 사이에서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았는데 정치계로 들어오면서 엄청 유명해졌다. ‘이진숙 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김우림)는 평가가 나온다.

조부모나 부모를 통해 혐오 발언을 접하는 경우도 많다. “빨리 ‘윤어게인’에서 빠져나오셨으면 하는 마음”에 할아버지의 유튜브 시청기록을 보고 몰래 ‘관심 없음’ ‘신고하기’ 버튼을 누른다는 김 편집장은 안타까운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할아버지가 극우화됐는데, 제가 비상계엄은 내란이라고 설득하고 있지만 ‘윤석열이 돌아와서 계엄을 내리고 국회의원들을 다 사형시켜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뉴스를 보여드려도 ‘MBC, JTBC는 안 믿는다’고 하신다”며 “그게 아니더라도 보수적인 이야기는 일상에서도 많이 들린다. 선거철만 되면 ‘2번 아니면 안 된다’고 어릴 때부터 교육을 한다”고 말했다.
5·18 민주화운동과 호남 지역 비하 표현 역시 주변 어른들을 통해 어릴 때부터 쉽게 접할 수 있다. 김 편집장은 “가끔 윗세대분들이 ‘광주 사람은 애초에 다 죽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들었다. 부모님은 정치적 이유로 ‘전라도 사람이랑 결혼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며 “할아버지 세대가 부모 세대로 적용되고 아이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상에서의 편 가르기가 심해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강 기자는 “계엄이 터졌을 때 초등학생이었는데 당시 선생님이 대통령이나 정치 얘기가 나오면 교실로 들어와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셨다. 이재명 대통령 이야기가 나오면 ‘감옥에 넣어야 한다’며 엄청 화를 내셨다”며 “아침마다 버스를 같이 탔는데 뉴스를 보면서 자꾸 혼자 욕을 하고 계셨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매주 벌어지는 ‘이재명 반대 시위’ 역시 이젠 10대들에게도 익숙한 풍경이다. 가끔은 시위에 같이 참여하고 싶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다.

주변 친구들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설명하던 강 기자는 “그런 말들은 어른들에게서 나온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 역시 어른의 행동을 따라해 본 경험이 있기에 나온 말이다. 강 기자는 초등학생 때 자전거를 탄 대학생들이 신호를 무시하고 도로를 질주하는 행동이 멋있어보여 똑같이 따라 했던 일화를 털어놨다. 그는 이 ‘자전거 일화’처럼 아이들이 쓰는 혐오표현 역시 “과시용”인 경우가 많다며 “뉴스를 보는 친구들은 학교에 와서 관련 이야기를 하는데 정치 이야기를 하면서는 꼭 욕을 한다. 뉴스에서 국회의원들이 서로 싸우면서 말하니까 똑같이 보이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편집장 역시 “아이들은 어른스러워지고 싶어 하고 어른처럼 되고 싶으니 어른의 말을 따라한다”며 “혐오표현을 아는 척하고 싶어 하기도 하고 과시용으로 말하기도 한다. 절반은 아무것도 모르고 재밌어서 혐오표현을 쓰고, 절반은 이상한 걸 배워왔거나 진짜 싫어서 말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끝났다’보단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으면”

기자들은 다수 10대가 보수화 또는 극우화됐다는 진단에 동의했다. 그러나 동시에 어른들이 먼저 극우화에서 벗어나고, 혐오표현을 사용하지 않아야만 청소년들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편집장은 “청소년이 20살 어른이 된다고 갑자기 바뀌는 건 아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교육해야 한다”며 “어른의 말과 행동이 아이들에게 전해지기 때문에 어른의 혐오부터 잡아야 한다. 혐오는 대대로 내려오는 악순환”이라고 지적했다. 강 기자 역시 “어른들은 입으로만 무언가를 하려는 것 같다”며 “어른들도 본인이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편집장이 혐오표현을 쓰지 않게 된 데도 어른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장애인 활동 보호사인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는 김 편집장은 “아는 분들 중 장애를 갖고 있는 분도 계시고, 어릴 때부터 장애인에 대한 혐오나 차별표현은 절대 쓰면 안 된다고 교육 받았다”며 “어머니가 다른 나라 분이셔서 다른 나라를 혐오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교육도 철저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진행되는 교내 혐오표현 예방교육은 실효성이 없다는 게 기자들의 판단이다. 주로 교육 영상을 틀어주거나 왜 혐오표현을 쓰면 안되는지 선생님이 설명하는 식인데, 기자들 역시 교육을 귀 기울여 듣지 않게 된다고 털어놨다. “교육 중 모르던 혐오표현도 말해주니까 친구들이 그걸 쓰기도 한다. 맨날 아는 내용을 계속 반복하니까 저도 자게 된다”(강재훈), “토끼풀에서 ‘배재고에서 진행된 민주시민교육 시간에 학생들이 다 잤다’고 보도했는데 저희 학교도 다 잔다. 머리가 책상에서 안 떨어진다”(김우림)는 솔직한 반응이다.

일방적인 강의식 교육이 아닌, 실제 국가폭력 피해자들이나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인물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는 방식의 교육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 편집장은 “사건에 대해 자세히 묘사하고 보여주는 식의 민주화 교육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위안부 피해자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궁금한 점도 물어보는 교육도 좋을 것 같다”며 “앉아만 있으면 바로 자게 되니까 질문을 많이 던지고 박물관 같은 곳을 찾아 관람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10대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아 달라는 당부도 함께 전했다. 김 편집장은 “아직 가능성과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토끼풀을 보면 극우화된 청소년들과 밥 한끼 먹으며 ‘계엄은 내란’이라는 사실을 합의했다는 기사도 있다”며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면이든 간에 ‘이제 끝났다’는 것보단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이 자기 검열에서 벗어나 더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약자라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27일 창간한 경남 양산시 청소년 독립언론 ‘새벽누리’에는 김우림 편집장(16)과 강재훈 기자(14)를 포함한 청소년 기자 11명이 활동하고 있다. 해가 뜨기 직전이 청소년들을 의미한다는 생각에 정한 ‘새벽’에 누리집에서 가져온 ‘누리’를 붙여 ‘청소년들을 위한 사이트’를 의미하는 이름을 정했다.

청소년 언론을 만들고 싶었던 김 편집장은 지난해 처음 서울 은평구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을 접하고 ‘우리도 이렇게 만들 수 있겠구나’ 용기를 얻었다. 창간 후에는 토끼풀에 찾아가 궁금한 점을 물어보며 도움을 받았다. 지난 6월 토끼풀 기자들이 쓴 책 「공부나 하라고요? 세상이 이 모양인데?」도 참고했다. 강 기자는 김 편집장이 건네준 토끼풀 신문을 보고 처음 토끼풀을 접했다.

기자들은 청소년 독립언론이 수도권에서만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두 기자가 거주하는 경남 양산에서 ‘새벽누리’를 창간했다. 토끼풀에 지원했던 울산 지역 학생들이 토끼풀의 소개로 새벽누리에 오게 된 경우도 있다. 토끼풀은 현재 서울에 거주하거나, 서울 소재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다. 김 편집장은 울산 지역 학생에게 직접 연락했다며 “‘저희도 있습니다. 너무 아쉽겠지만 새벽누리에서도 이런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이야기했다.

‘새벽누리’ 창간호를 준비하는 동안 두 기자는 교내 신문부에서도 열심히 취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양산 웅상 지역 대표 축제인 ‘양산웅상회야제’를 취재하러 갔다가 ‘그냥 돌아가기엔 아쉽다. 한 명이라도 직접 인터뷰해보자’는 생각에 현장에서 만난 아나운서들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지난 북중미 월드컵 시즌에는 학교에서 시험 기간을 이유로 월드컵 단체 시청을 못 하게 하자 직접 교장선생님의 입장을 인터뷰했다. 시험이 끝나면 단체 시청을 시켜주겠다고 약속하셨지만 조기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바람에 더 기회가 없었다는 슬픈 일화도 있다.

취재와 보도가 마냥 쉽지만은 않다. 6·3 지방선거 직전 경남 교육감 후보 네 명의 공약을 정리한 기사를 1면에 실었다가, 교감선생님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않았다’며 지적받아 공약 내용을 다 빼고 4분의 1 정도의 분량으로 줄여야 했던 일도 있었다. 네 명 후보의 공약을 정리하고 교육 정책 관련 학생들의 의견을 담아낸 기사였다.

그럼에도 두 기자는 넘치는 에너지로 취재를 이어가고 있다. 초등학교 방송부 시절 항상 취재와 촬영을 직접 해보고 싶었던 강 기자는 이제 사비로 장만한 카메라를 들고 지역 곳곳을 누빈다. 김 편집장은 기자들이 취재하러 갈 때 필요할까 싶어 ‘기자증’도 직접 만들었다. 신문 편집 방법도 배워 직접 하고 있다. 기자들은 지난 23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 와중에도 계속해 새로운 취재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새벽누리’만의 시선으로 담아낼 지역과 지역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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