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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피해지원금 31일 만료, 잔액 자동 소멸
위키트리
지원금 효과에 힘입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늘었지만, 정작 현장의 소상공인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여전히 미지근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 기한은 오는 31일 자정으로, 이때까지 쓰지 않은 잔액은 환불 없이 자동 소멸된다. 정부는 중동 전쟁 여파에 따른 고유가·고환율·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 경제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 5월부터 국민 3540만 3928명에게 지원금을 지급해왔다. 지난 7월 3일 기준 지급액은 6조 1123억원에 달한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수도권 55만원, 비수도권 60만원을, 차상위계층과 한부모가족에게는 수도권 45만원, 비수도권 50만원을 지급했다. 나머지 소득 하위 70% 국민에게는 수도권 10만원, 비수도권 15만원을 지급했고, 인구감소지역 거주자에게는 20만~25만원을 추가 지원했다. 지난 18일 오전 8시 기준 신용·체크카드로 지급된 지원금 3조 5492억원 가운데 3조 4542억원이 이미 사용돼 사용률은 97.3%를 기록했다.
지원금은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이나 연 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매장 등에서만 쓸 수 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 유흥·사행업종 등에서는 사용이 제한되지만, 주유소는 매출 규모와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배달앱의 경우 일반적인 온라인 결제는 제한되고, 배달 기사가 가맹점 자체 단말기를 지참해 대면으로 결제하는 방식만 허용된다.
지원금은 실제 통계로도 소비 진작 효과를 드러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27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3만 2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4% 늘었다. 2021년 1분기부터 22분기 연속 증가세다. 다만 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은 0.4%에 그쳐, 체감 소비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는 가정용품·가사서비스 지출이 17.9% 늘어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는데, 지원금 지급에 더해 지난 6월 8일부터 7월 3일까지 진행된 삼성전자 가전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 영향이 컸다는 게 국가데이터처의 설명이다.
가구 소득도 함께 늘었다.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29만 5000원으로 전년보다 4.5% 증가했고, 이 가운데 이전소득이 20.4% 크게 늘어난 것이 소득 증가를 이끌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월평균 흑자액은 130만 2000원으로 9.6% 늘었고,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중을 뜻하는 평균소비성향은 69.2%로 전년보다 1.2%포인트 낮아졌다. 소득이 늘어난 만큼 씀씀이를 늘리기보다 여윳돈을 저축으로 돌린 가구가 많았다는 의미다.
문제는 통계상 소비지출 증가가 전국에 고르게 체감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청률 자체는 지역별 격차가 크지 않았다. 행정안전부 집계를 보면 지난 5월 28일 기준 전체 신청 대상자 3500여만 명 가운데 90.1%인 3230여만 명이 지원금을 신청했는데, 지역별로는 대구가 92.22%로 가장 높았고 대전(92.15%)과 세종(92.03%)이 뒤를 이어 상위권 지역 간 차이는 1%포인트 안팎에 그쳤다. 반면 체감경기 지표는 지역마다 온도차가 뚜렷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2026년 5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BSI) 조사'에서 대구 지역 체감경기 BSI는 68.3으로 전월보다 개선됐지만 기준선인 100에는 크게 못 미쳤고, 6월 전망 BSI 역시 84.3으로 여전히 기준선을 밑돌았다. 신청률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90%를 넘어섰지만, 실제 지원금이 골목상권 매출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체감 지표는 지역과 업종에 따라 갈렸다는 뜻이다.
지원금 이름과 달리 정작 '유가' 부담을 던 곳은 많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석유유통협회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약 1만 개 가운데 연 매출 30억원 이하 비중은 30%에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유소는 판매가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실제 수익 대비 매출 규모가 크게 잡히기 때문이다. 지역사랑상품권 가맹 주유소 비율도 전국 1만 752개 주유소 가운데 4530개로 42%에 그쳤다. '고유가 피해지원금'이라는 이름을 달고도 정작 상당수 주유소에서는 쓸 수 없다는 문제가 지급 초기부터 제기됐던 이유다.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지원금이 잠깐 숨통은 틔워주지만, 결국 장사가 꾸준히 되려면 사람들이 평소에도 지갑을 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 나온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앞서 지원금 지급 당시 담화문을 내고, 지원금이 소상공인의 숨통을 틔우고 골목상권의 활력으로 이어지려면 국민들의 지속적인 지역 소비가 절실하다고 당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