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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휠체어 70대 승강기 추락사, 안전기준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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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승강기에서 전동휠체어를 타던 70대가 승강기 통로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강장 문 이탈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었지만 전동휠체어의 충격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현행 승강기 안전기준이 전동휠체어 이용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30일 YTN 단독 보도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달 한 임대아파트에서 발생했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던 70대 A 씨가 승강기 통로로 떨어져 숨졌다. 사고 당시 승강기에는 점검 중이라는 팻말과 함께 전동휠체어 이용에 주의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가 4층 자택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나온 뒤 알 수 없는 이유로 승강기 문을 들이받으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승강기 문은 위쪽이 고정된 구조였고, 주행하던 전동휠체어가 문을 충격하면서 문 아래쪽이 뒤로 밀렸고 그 틈으로 A 씨가 추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사고 이후 유족 측 요양보호사는 현장을 발견한 당시 상황에 대해 “저기 전동차가 보인다. 엘리베이터 (밑으로) 보이잖아요. 전동차가 저기 있다 그래서, 119 신고해 줘. 119 신고해 줘. 내가 막 그랬지”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문제는 사고를 막기 위한 장치가 이미 설치돼 있었다는 점이다.
승강장 문 이탈 방지장치는 승강기 외부의 승강장 문이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 문이 레일이나 고정부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는 장치다. 승강장 문이 떨어져 나가면서 승강로가 노출되고, 이용자가 승강기 통로로 추락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다.

정부는 2013년 승강기 검사기준을 개정하면서 기존 승강기의 승강장 문에 대한 안전기준을 강화했다. 당시 안전행정부는 2008년 9월 10일 이후 건축허가된 승강장의 경우 450J(줄) 수준의 충격 강도를 확보하도록 했고, 기존 승강기 가운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문 이탈 방지장치를 설치하도록 했다.

줄(J)은 에너지의 단위다. 승강기 문 안전기준에서 말하는 450J는 문이 외부 충격을 받았을 때 견뎌야 하는 운동에너지의 기준을 뜻한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2022년 당시 승강기 안전 부품 기준이 몸무게 60㎏인 성인 2명이 시속 10㎞로 승강기 출입문에 충돌했을 때 발생하는 충격에 해당하는 450J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동휠체어는 일반 보행자가 문에 부딪히는 상황과 충격의 특성이 다르다. 전동휠체어는 사람의 체중뿐 아니라 휠체어 자체의 무게가 더해지고, 모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추진력이 발생한다. 이용자가 제동하지 못한 상태에서 문과 충돌하면 순간적인 충격이 커질 수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이런 문제를 고려해 2022년 전동휠체어 충돌을 모사한 1000J 수준의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승강기 출입문 이탈 방지장치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연구원은 기존 안전기준인 450J보다 높은 충격을 견디도록 설계한 장치를 개발해 부산 도시철도 역사에 시범 설치하는 계획을 밝혔다.

이번 사고 역시 일반적인 승강장 문 안전기준만으로는 전동휠체어 이용자의 실제 이용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모두 예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전동휠체어 이용자에게 승강기는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다. 계단이나 단차를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승강기는 집과 외부를 연결하는 기본적인 이동수단이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대중교통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집에서 승강기를 타고 내려와 보도까지 이동하고,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전체 과정에서 장애물이 없어야 실제 이동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있다. 이 법은 교통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수단과 여객시설, 도로에 이동편의시설을 확충하고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교통약자는 장애인뿐 아니라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을 포함한다.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 등 보조기기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는 승강기와 저상버스, 특별교통수단 등이 주요 이동수단으로 활용된다.

최근 장애인 이동권을 둘러싼 논쟁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반복해서 제기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021년 12월부터 서울 지하철 출근길 탑승 시위를 이어오며 장애인 이동권과 권리예산 확대를 요구했다. 이 단체는 저상버스 확대와 특별교통수단 확충,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요구해왔다.
최근에는 변화도 있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24일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이 장애인 이동권과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관련 조례 제정을 추진하기로 한 것을 계기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저상버스 100% 도입과 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 제정을 요구하는 버스 탑승 시위는 계속하기로 했다. 2021년 12월 시작된 출근길 지하철 시위는 이날까지 73차례 진행됐다.

이동권 논의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저상버스다. 저상버스는 출입구와 차체 바닥의 높이를 낮추고 휠체어가 버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경사판이나 승강장치를 갖춘 버스다. 계단을 오르내리기 어려운 휠체어 이용자가 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대표적인 교통수단이다.

특별교통수단도 있다. 흔히 장애인콜택시로 불리는 차량으로, 일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교통약자가 예약 등을 통해 이용한다. 정부는 교통약자법에 따라 특별교통수단의 법정 운영대수와 운영 기준을 관리하고 있다. 관련 통계는 국토교통부의 교통약자이동편의실태조사를 통해 매년 집계된다.

그러나 이동권 문제는 차량이나 시설의 숫자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 이용 과정에서 휠체어가 진입할 수 있는지, 승강기와 승강장 사이에 위험한 단차가 없는지, 승강기 문이 휠체어의 충격을 견딜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이용 환경도 안전과 직결된다.

전동휠체어 이용자가 승강기를 사용하는 상황은 앞으로도 중요한 안전관리 대상이 될 수 있다. 고령화와 장애인의 사회활동 증가에 따라 휠체어와 전동보조기기의 이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동휠체어는 수동휠체어와 움직임이 다르다. 수동휠체어는 이용자가 직접 바퀴를 움직이거나 보호자가 밀어 이동하지만 전동휠체어는 모터를 이용해 이동한다. 방향 전환과 제동이 가능하지만 조작 실수나 기기 이상, 이용자의 신체 상태 등에 따라 원하는 순간에 완전히 정지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승강기 안전을 평가할 때 일반적인 사람의 충돌만을 기준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전동휠체어가 실제로 승강기 문과 충돌할 수 있는 상황을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2022년 개발한 장치도 전동휠체어 충돌 상황을 별도로 고려했다. 연구진은 전동휠체어 충돌을 모사하는 1000J 진자충격시험을 통해 장치의 성능을 확인했다. 당시 연구원은 교통약자의 승강기 추락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2])

승강기 안전기준이 만들어질 당시의 이용환경과 현재의 이용환경 사이에 차이가 생긴 만큼 안전기준을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 것인지도 과제로 남는다.

현재의 기준은 특정 충격에 대해 승강장 문이 이탈하지 않는지를 시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실제 사고에서는 충돌 속도와 방향, 충돌 위치, 전동휠체어의 무게, 이용자의 체중, 문 구조와 고정 방식 등이 함께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동일한 충격에너지라도 충돌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사고에서 전문가가 지적한 것도 이 부분이다.

김승호 한국승강기대학교 교수는 “인증을 이제 450줄 되는 부분을 더 강화하든지, 타격 조건을 아래 쪽에 해서 시험 조건을 강화하는 조건이든지…”라고 말했다.

즉 기존의 기준 자체를 높이는 방법과 함께 실제 전동휠체어가 승강기 문 아래쪽을 충격하는 상황을 시험 조건에 반영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장애인 이동권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그동안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설치, 저상버스 도입, 장애인콜택시 운영 등 대중교통 접근성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휠체어 이용자가 실제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주거공간에서부터 안전하게 외부로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아파트 승강기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대중교통 시설이 아무리 갖춰져 있어도 이동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특히 승강기 문은 이용자가 평소 별다른 위험을 느끼지 않는 시설이지만, 문이 정상적으로 닫혀 있어도 승강기 카가 해당 층에 도착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문 뒤가 승강로로 연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승강장 문은 일정 수준 이상의 충격과 외부 힘을 견딜 수 있도록 안전기준이 적용된다.

정부가 2013년 기존 승강기까지 문 이탈 방지장치 설치를 확대하도록 한 것도 과거 승강장 문 충격에 따른 추락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2008년 9월 10일 이후 건축허가된 승강장 문은 450J의 안전강도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그 이전 승강기 가운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시설에는 문 이탈 방지장치를 설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전동휠체어가 이동수단으로 널리 사용되는 상황에서는 기존의 일반적인 충격 기준만으로 충분한지를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 이동권은 단순히 ‘이동할 수 있는 권리’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 이동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설과 장비가 이용자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문제와도 연결된다.

이번 사고 역시 전동휠체어 이용자가 승강기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승강장 문에 충격이 발생할 경우 현재의 안전장치가 어느 정도까지 보호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향후 승강기 안전기준을 전동휠체어 충돌 상황에 맞게 보완할지, 기존 장치의 성능을 강화할지, 사고 위험이 높은 승강기에 추가적인 보호장치를 설치할지 등은 관련 기관의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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