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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의 위험한 도박!
최보식의언론
210조 원이 넘는 부채와 다가오는 한전채 발행 한도 절벽을 모면하기 위해 반도체 대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을 끌어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망 투자 재원으로 쓰겠다는 구상이다.
표면적으로는 대기업의 조기 전력 확보와 한전의 재원 조달이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상생처럼 포장되어 있으나, 이는 국가 인프라 공급의 책임을 민간에 전가하고 매우 위험한 선례를 남기는 치명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
한전이 두 기업에 요구한 선납 규모는 총 25조 원으로, 삼성전자 20조원 과 SK하이닉스 5조 원이다. 이는 지난해 납부한 전기요금(삼성전자 4조1000억 원, SK하이닉스 9000억 원)을 기준으로 2027년부터 2031년까지의 5년 치를 산정한 금액이다.
양사가 약 12개월에 걸쳐 매월 2조 원가량씩 나눠 내면, 한전은 그 선납금에서 매달 실제 전기요금을 차감하고 남은 잔액에 대해 국고채 2년물보다 0.15%포인트 높은 이자를 6개월마다(현금 대신 전기요금 차감 방식으로)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전기와 수도, 도로는 국가와 공기업이 마땅히 구축하고 공급해야 할 근본적인 공공 인프라다. 기업은 이미 막대한 세금을 납부함으로써 국가 인프라 구축의 사회적 비용을 충분히 분담해 왔다.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라는 명목 하에 정부와 공기업이 직접 책임져야 할 송·변전망 건설 재원을 민간 기업의 현금을 뜯어내듯 충당하려는 발상은 국가 인프라 공급의 기본 책무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식이라면 도로공사는 도로망 구축비용과 고속도로사용 비용을 미리 내라고 할 것이고, 나중에는 철도공사가 KTX 사용 비용까지 선납하라고 주장하며 손을 내밀지 모른다. 더 나아가 지방 정주 여건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광주에 종합병원, 교육시설, 쇼핑몰, 심지어 아파트까지 지어야 하니 반도체 회사들에게 그 건설 비용도 미리 내라고 한 뒤 광주시와 LH가 나중에 이자를 붙여 돌려주겠다는 황당한 논리까지 등장할 판이다. 공공기관이 채권 시장 경색을 피하겠다고 민간 기업을 상대로 인프라 채권 발행 흉내를 내는 것은 본분을 망각한 행정 편의주의다.
기업 경영에서 현금은 단연 생명줄이다.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글로벌 반도체 전쟁터에서 1-2년 뒤의 업황을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당장 수십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현금을 미래 전기요금 명목으로 강제로 묶어두는 것은 기업이 초격차 기술 개발, 대규모 설비 투자는 물론 다가올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수해야 할 유동성을 영혼까지 탈탈 털어가는 짓이다.
미국, 대만, 일본 등 경쟁국 정부들은 세액 공제와 보조금을 퍼주며 공짜에 가깝게 인프라를 깔아주며 기업을 모셔가지 못해 안달인데, 우리 정부와 공기업은 잘나가는 기업의 숨통을 쥐고 유동성을 갉아먹기에 바쁘다.
주 52시간제의 경직성으로 발목을 잡고 각종 노조 이슈에 더해 성과급 문제까지 노동부 장관까지 나서서 사사건건 압박하더니, 이제는 전력망 투자비까지 민간의 주머니를 털어 메우겠다는 것인가. 이는 기업의 자금 운용 자율성을 무참히 짓밟는 것을 넘어 국가 전체의 미래 산업 경쟁력을 제 손으로 갉아먹는 치명적인 자해 행위다.
특히 삼성전자에만 2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현금을 미래 전기료로 미리 선납하라는 요구는 기업의 자금 운용 측면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멍청한 짓이다. 기업에게 수십조 원의 자금은 연구개발(R&D)과 공장 건설에 사활을 걸고 투입해야 할 가장 소중한 실탄이다.
한전이 쥐꼬리만한 국고채 수준의 이자 혜택을 미끼로 던지지만,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시급한 자금 운용의 가치가 고작 그 정도 이자와 비교할 수 있단 말인가. 만일 20조 원이라는 거액을 전기료로 선납해 묶어둔 상태에서 시황이 급변하거나 유동성이 더 절실해지는 비상 상황이 닥치면, 한전이 그 돈을 돌려줄 리 만무하다. 결국 기업은 자기 돈을 주고도 쓰지 못한 채 오히려 비싼 이자를 주고 시장에서 돈을 차입해야 하는 기막힌 모순에 직면하게 된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바라볼 때 가장 민감하게 평가하는 지표는 펀더멘털이나 기술력 외에도 경영 환경의 예측 가능성과 법치주의 및 사유재산권 보장이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인프라 구축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장기 계획에 따라 책임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민간 기업이 내야 할 전기요금을 수년 치씩 미리 뜯어가는 변칙적인 자금 조달 방식을 정부가 용인하거나 방관한다면 해외 투자들은 한국을 법과 원칙이 아니라 정치 논리와 행정 편의가 지배하는 시장으로 인식하게 된다. 경영진의 자율적 의사결정이 아니라 정부의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수십조 원의 유동성이 엉뚱한 곳에 묶이는 구조는 명백한 주주가치 훼손이자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하는 행태다.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고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르는 주된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정책적 필요에 따라 공기업이 민간 기업의 자금을 동원하는 방식은 사실상의 준조세나 다름없다. 두 회사가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을 내자 마치 하이에나처럼 온갖 군데서 달려들어 물어뜯으려는 형국이다. 이것이 현 정부가 말하는 '초과이익 공유' 방식의 본모습인가 묻고싶다.
잘나가는 기업을 더 잘 지원하여 글로벌 무대에서 날개를 달아주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이거늘 오히려 혈안이 되어 자금을 뜯어내려 하니 이런 행태야말로 진정한 국가 리스크다. 한전이 이런 황당한 제안을 들고 나왔을 때 정부는 즉각 호통을 치고 헛된 생각을 버리라고 경고했어야 마땅하다. 정부라는 거대한 뒷배를 믿고 한전이 사실상의 압박을 가해오니 기업 입장에서는 대놓고 거절하기도 힘든 진퇴양난에 빠진다.
한걸음 더 나아가 한전은 기존 고객의 납부 편의를 위한 선수금 제도를 아예 대규모 자금 조달 수단으로 변질시켜 별도의 "대규모 전기요금 선납 특례"로 제도화할 모양이다. 도대체 이 치밀하고도 무도한 제도가 한전 자체의 발상인지, 아니면 정부 내 좌파 세력의 합작품인 설계인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 정권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면 이 모든 무리수는 결국 또 다른 거대한 "적폐"로 기록될 터인데, 그때의 정치적·법적 책임을 도대체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모르겠다.
쥐꼬리만큼 정기예금 수준의 이자를 던져주면서 마치 대단한 특혜라도 베푸는 듯 생색을 내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한전의 경영 환경이 나빠져 자금 조달이 어렵다면 마땅히 국고채를 발행해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하고 시장에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자신의 재무 부담을 피하기 위해 기업의 팔을 비틀어 전가하려는 파렴치한 짓을 당장 멈춰야 한다. 살다 살다 이런 황당하고 무도한 경우를 다 본다.
한전의 부채 위기는 방만한 경영과 비현실적인 요금 체계, 구조조정 회피가 누적되어 발생한 구조적 문제다. 애초에 미보유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향후 수년 치의 미래 수입을 예상해 미리 당겨쓰겠다는 발상 자체가 정상적인 경영 방식의 범주를 한참 벗어난 기형적 행태다. 아직 실현되지도 않은 미래의 매출을 담보 삼아 대규모 현금을 끌어다 쓰는 것은 거대한 부채를 숨기기 위한 회계적 눈속임이자 돌려막기에 불과하다.
25조원의 선납금으로 당장의 한전채 발행 한도 위기를 모면하려 하겠지만, 근본적인 재무 건전성 회복과 자구 노력 없이 민간의 호주머니를 털어 임시방편을 삼는다거나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조차 읽지 못한다면 체질 개선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만일 당장 내년부터 반도체 업황이 급격히 꺾이거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의 거센 투자 압력에 밀려 대규모 공장을 미국 본토로 이전하기라도 한다면 이 거대한 25조 원 선납 구조는 그야말로 감당하기 힘든 시한폭탄으로 돌변한다.
시황 악화로 실적이 고꾸라지고 해외 투자를 위해 유동성을 쏟아부어야 하는 비상 상황에서, 이미 한전에 수조 원씩 묶인 자금은 기업의 목을 조이는 족쇄가 될 것이다. 국가와 공기업이 단기 급한 불을 끄겠다고 민간의 호주머니를 털다가 글로벌 시황 변동과 해외 이전이라는 진짜 리스크가 터졌을 때 수습할 수 없는 공멸의 길로 걸어 들어가는 셈이다.
결국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정책적 성과를 위해 기업들을 무리하게 끌어들이고, 그 인프라 비용마저 기업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메우겠다는 발상은 행정의 상식을 한참 벗어난 무리한 압박이다. 이것이 호남 지역이 내놓은 첫 번째 선물이라도 되는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스스로 인프라를 깔 재정적 능력이 없다면 정책을 추진할 자격이 있는지 근본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기업의 유동성을 인질 삼아 재정 공백을 땜질하려는 이러한 강압적 자금 조달 방식은 결국 대한민국 경제 전체에 큰 부담을 남기는 잘못된 선례가 될 뿐이다.
이는 정부가 호남반도체 산단을 구상할 때 한전과 수자원공사등 공기업들의 투자여력을 검토조차 하지않고 진행한 졸속 프로젝트라는 반증이다. 만일 한전의 의도가 실현되지 않으면 호남반도체산단을 위해 용인반도체산단 송전 인프라를 연기하거나 포기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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