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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장 후보 4인 압축…차기 총장, '파괴적 혁신'보다 '합의와 통합'
아주경제서울대 차기 총장 선출을 위한 레이스가 강준호(사범대)·김현철(국제대학원)·이재영(인문대)·최해천(공과대) 교수(가나다순) 등 4인 예비후보로 압축되며 본격화됐다. 이번 선거 최대의 파변(波變)은 현직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법인화 이후 첫 연임에 도전했던 유홍림 현 총장의 1차 예비심사 탈락이다. 선거 판세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초기 판세로는 총장 선거 재도전에 나선 이재영 후보가 다소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유홍림 현 총장이 고배를 마시면서 향후 선거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주목되는 양상이다.
초기 판세는…‘바닥 표심·학습효과’ 이재영 선전 속 후보별
‘
직원·학생
’
표심
경쟁
10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12명의 입후보자 중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의 차등 점수제 평가를 통과한 4인의 면면은 뚜렷한 강점을 지니고 있다.
먼저, 재도전에 나선 이재영 후보자는 선거 과정을 치른 경험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학장·학생처장·기초교육원장 등을 거치며 인문·사회계열 중심의 조직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져 2차 정책평가단 투표에서 강력한 표심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임 총장 A씨는 “선거는 결국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쌓아온 바닥 표심이 결정한다”며 “이재영 교수는 지난 28대 선거에서도 결선까지 오른 유력 후보였던 데다, 오랫동안 학내 표심을 다져온 만큼 탄탄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른 후보들과 달리 ‘재수’에 따른 선거 학습효과가 뚜렷하며, 학생처장·기초교육원장·인문대 학장 등을 역임하며 다져온 인문·사회계열 중심의 조직 결집력에서 앞서 있다”고 진단했다.
유홍림 현 총장(사회대)의 탈락 이후, 서울대 최대 단과대로 꼽히는 공대‧이공계 표심이 연구부총장 출신의 최해천 특임석교수로 단일화·결집될 경우 최 후보자가 득표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거란 예측도 나온다.
또한 기획처장과 입학본부장을 역임한 강준호 후보자와 문재인 정부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지낸 김현철 후보자는 풍부한 행정·정책 경험과 대외 네트워크를 무기로 삼고 있다. 두 후보자가 비이공계 및 소수 단과대, 그리고 직원·학생 표심을 얼마나 흡수하느냐에 따라 선거판을 뒤흔들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유홍림 현 총장 탈락 배경은
…
‘연임 금기 정서’와 ‘경계를 침범한 개혁’의 충돌
유홍림 현 총장의 컷오프에 대해 서울대 구성원 상당수는 “개인의 역량이나 평판 문제가 아니라, 서울대 특유의 집단 심리와 거버넌스 특성이 작용한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학내 보직을 맡았던 B씨는 “서울대 교수 사회는 기본적으로 특정 리더가 장기간 군림하는 연임 자체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며 “‘큰 문제 없이 4년 봉사하고 물러나라’는 것이 학내 기저 정서인데, 연임 드라이브가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는 “단과대 학장은 무난하면 연임시키는 관례가 있지만 총장 연임은 차원이 다르다”며 “서울대 역사상 총장 연임의 전례가 전무한 상황에서 총장이 자율성을 훼손하고 학교를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연임 불가’라는 무언의 합의로 이어졌다”고 짚었다.
특히 재임 기간 유 총장이 강하게 밀어붙였던 학부 무전공 선발 확대와 첨단 융합학문 중심의 학제 개편이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교수 C씨는 “AI 분야 등 신설 정원을 늘리려면 기존 단과대 정원을 줄여야 하는데, 교수들은 이를 ‘자신의 몫을 뺏기는 위기’로 인식해 극렬히 저항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C씨는 “서울대는 단과대별 자율성을 철저히 존중하되 넘지 말아야 할 ‘경계선’이 있는데, 타 단과대의 영역과 기득권을 건드리는 개혁은 상식을 벗어난 일방통행으로 받아들여져 극심한 반발을 샀다”고 덧붙였다.
‘계승’ 프레임은 패착…현 집행부와 다른 ‘차별화와 쇄신’ 필요
유 총장이 첫 관문인 총장추천위원회에서 탈락한 것은 차기 총장 선거가 ‘정책 심판의 장’으로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로운 프레임과 비전을 독자적으로 구축해야만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전제로 한 D씨는 “현직 총장이 예비 단계에서 탈락했다는 것은 현 집행부의 일방 독주 노선에 대한 교수 사회의 명백한 불신임”이라며 “남은 후보들이 유 총장의 지지층을 흡수하겠다고 ‘현 체제 계승’을 표방하는 순간 자멸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B씨 또한 “유 총장이 고배를 마시며 흩어진 표심은 결코 특정 후보에게 온전히 쏠리지 않는다”며 “총장의 장기 집권에 제동을 건 학내 분위기상, 단과대의 독립성과 자율권을 확실히 보장해 줄 후보에게 표가 분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4인 후보들은 현 집행부와의 차별화된 쇄신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며 ‘무주공산’ 표심을 잡기 위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차기 총장의 리더십은 ‘톱 든 파괴자’ 아닌 ‘합의 이끌어내는 포용형 리더’로
학령인구 급감과 AI 대전환이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도 서울대 구성원들이 차기 총장에게 요구하는 제1의 덕목은 ‘파괴적 혁신’이 아닌 ‘안정성과 통합의 리더십’으로 귀결된다.
국립대학 체제가 갖는 경직성과 비효율성 때문에 서울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에 대해 서울대 한 관계자는 “외부나 기업 시각에서는 서울대가 느리다며 구조조정의 톱을 들고 휘두르고 싶겠지만, 서울대는 총장 한 사람이 독단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사립대가 아니”라며 “실제로 의대 교육과정 개편 때도 2~3년간 치열한 토론을 거쳐 큰 틀의 합의를 이뤄내자 비로소 흔들림 없이 움직였다. 차기 총장은 기존 틀을 부수며 갈등을 키우는 사람이 아니라, 끈기 있는 대화로 구성원들의 ‘컨센서스(Consensus·합의)’를 도출하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임 총장 A씨 역시 차기 총장의 핵심 역량으로 ▲단과대 간 기득권 갈등을 중재하는 유연한 협상력 ▲하향식 지시가 아닌 상향식 소통 거버넌스 ▲정부 등 외부 압력에 맞서 대학의 자율성을 수호하는 방파제 역할을 꼽았다.
A씨는 “근본적인 변화를 앞세운 강경론자보다 원만하게 조직을 이끌 적임자들이 4인으로 압축된 배경을 직시해야 한다”며 “결국 학내 구성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고 거대한 서울대 조직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포용형 리더’가 차기 총장으로 낙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서울대 총장 선거는 오는 17일 서울대 연건캠퍼스와 22일 관악캠퍼스에서 열리는 공개 소견 발표회를 거쳐 본격적인 검증대에 오른다. 이어 내달 7일 교원·직원·학생으로 구성된 정책평가단의 투표를 거쳐 총추위가 최종 3인을 이사회에 추천하며, 이사회는 10월 말 최종 1인을 선출해 교육부 장관 제청과 대통령 임명을 거쳐 내년 2월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