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3 읽음
해진공 지원 팬스타 미라클호, 해운 조선 상생 견인
아주경제
일련의 출국 절차를 마치고 팬스타 미라클호에 몸을 싣는 순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시면 왼 편에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상층부로 이동하실 승객분들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화점 혹은 대형 행사장에서나 듣던 안내 멘트를 배에서 듣게 되다니 새삼 팬스타 미라클호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로비 한 편에서는 그랜드 피아노 연주가 한창이었다. 승객들을 맞이하는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창 밖의 부산 풍경을 감상하고 있을 무렵 호출이 떨어졌다. 기자단은 크루즈의 내부를 살펴보기 위해 조타실로 이동했다. 뱃멀미를 하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도 잠시, 끊임 없이 몰아치는 파도에 앞으로 걷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조타실에 도착하니 거대한 장비들이 취재진을 맞이했다. 그리고 기계들의 한가운데에는 항해사가 서서 창 밖을 주시하고 있었다. 미라클호 관계자는 "선장 혹은 항해사가 줄곧 조타실을 지키고 있다"며 "혹시라도 잠에 드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항해 내내 서서 근무한다"고 설명했다.
4.5m의 파고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높은 파도가 연신 미라클호의 창문을 때려댔다. 이날 소규모 배들은 부산항에서 출항조차 하지 못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럼에도 미라클호는 순조로운 항해를 이어갔다. 관계자는 "6m 길이의 스테빌라이저(균형 장치)가 배의 균형을 유지해 7m 이하의 파고에서는 목적지까지 안전한 운항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거센 파도는 오후 8시쯤 일본 세토내해에 가까워오자 점차 잦아들었다. '다리가 보입니다'란 연락을 받고 갑판으로 나가니 일본의 야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관람차부터 번쩍이는 고층 건물, 그리고 이 풍경을 감상하러 몰려든 사람들까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했다.
바닷바람을 실컷 맞은 뒤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해 5층의 사우나실을 찾았다. 사우나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객실에서 수건을 챙긴 뒤 카운터에서 라커 키와 방 키를 교환해야 한다. 사우나실은 샤워 공간부터 사우나 공간, 목욕탕까지 규모는 작지만 있을 것은 다 있었다. 기자가 이용한 시각은 밤이어서 창 밖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해가 떠 있는 시간에는 바다를 감상하며 목욕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이밖에도 미라클호에는 야외 수영장과 카지노, 운동시설 등이 갖춰져 있어 18시간의 이동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다.

그동안 국내 연안·국제 여객선 시장에서는 초기 비용 부담 때문에 해외에서 중고선을 들여와 운항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신조선 건조는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중견 선사에 금융 장벽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도 팬스타그룹은 국내 조선사인 대선조선에 대형 크루즈 페리를 발주하는 결단을 내렸다. 관건은 막대한 금융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이었으나, 해진공의 맞춤형 정책금융 지원이 구원투수로 나서며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해진공은 팬스타그룹의 신조선 도입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선사 특별지원 프로그램'을 발동했다. 총 선가 7050만 달러 가운데 팬스타그룹이 20%(1410만 달러)를 자체 부담하고, 나머지 80%(5640만 달러)를 선순위 대출로 조달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이 과정에서 해진공은 선순위 금융의 95%에 달하는 최대 5358만 달러(한화 약 750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제공했다. 해진공의 든든한 보증을 바탕으로 고금리 후순위 대출 없이 자기자본 20%만으로 신조선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공사의 보증에 힘입어 산업은행, 하나은행, 부산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들의 선박금융 참여가 원활히 이뤄졌다. 정책금융기관이 위험을 분담함으로써 민간 금융의 자금 유입을 이끌어내고 중소선사의 조달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춘 대표적 모범 사례다. 현장에서 만난 팬스타그룹 관계자는 "해진공의 보증이 있었기에 민간 금융권을 통한 자금 조달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해진공의 정책금융은 단순히 국산 신조선 한 자루를 띄우는 데 그치지 않았다. 국내 중소 조선소에는 고부가가치 선박을 직접 건조하는 귀중한 기술적 경험을 제공했으며, 해운사와 조선소가 상생하는 산업 선순환의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 미라클호는 부산과 오사카를 오가며 단순 여객 수송을 넘어 고부가가치 해상 관광과 물류를 결합한 차세대 사업 모델로 정착하고 있다. 정책금융이 중소기업의 잠재적 사업 기회를 실질적인 산업 성과로 바꿀 수 있음을 입증한 셈이다.
김성진 해진공 선박금융부장은 "팬스타 미라클호는 정책금융을 통해 중소선사의 신조선 확보를 지원하고, 이를 국내 조선소의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로 연계한 성공 사례"라며 "앞으로도 맞춤형 금융지원을 확대해 국내 해운·조선산업의 동반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