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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배구단 은퇴 대비 데이터 분석 및 엑셀 교육 실시
마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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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저축은행 신영철 감독의 주도 하에 배구 데이터 교육, 엑셀 교육을 받기 시작한 선수들./OK저축은행 제공
[마이데일리 = 심혜진 기자] 오전 훈련을 앞둔 OK저축은행 읏맨 프로배구단 선수들이 코트 대신 책상 앞에 앉았다. 화면에 떠 있는 것은 배구 경기 장면과 낯선 문자·숫자로 이뤄진 코드였다.

선수들이 배우고 있던 것은 배구 경기분석 프로그램 ‘데이터발리(Data Volley)’의 기초 과정이다. 서브와 리시브, 세트와 공격 등 코트에서는 익숙한 플레이가 어떤 코드로 기록되고 데이터로 만들어지는지 직접 익히는 시간이었다. 평소 코칭스태프가 정리한 분석 자료를 받아보던 선수들은 그 자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반대편에서 들여다봤다.

수업이 끝난 뒤 선수들은 노트북을 덮고 곧바로 오전 훈련에 들어갔다. 프로배구 선수들이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이런 교육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작에는 신영철 감독의 고민이 있었다.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장의 경기력이지만 선수 생활은 평생 이어지지 않는다. 지도자가 될 수도, 배구와 관련된 다른 일을 선택할 수도 있고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 두 번째 삶을 시작할 수도 있다.

신 감독 자신도 현장 지도자 생활과 학업을 병행해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공부하는 과정의 필요성을 직접 경험해온 만큼 선수들도 현역 시절 다양한 경험을 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선수 이후의 삶을 대신 준비해줄 수는 없지만 새로운 출발을 할 때 작은 발판 정도는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신 감독 개인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OK저축은행 배구단 역시 선수들의 경기력뿐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의 성장과 선수 이후까지 함께 고민하는 방향으로 선수단 프로그램을 넓혀가고 있다.
OK저축은행 선수들이 노트북으로 '데이터발리' 교육을 듣고 있다./OK저축은행 제공
최근 선수단 워크숍에서도 같은 방향이 이어졌다.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알아야 할 영양과 치료·회복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는 한편, 권철근 단장이 직접 부산 연고 이전 이후 구단 운영 성과와 프로스포츠단의 운영·마케팅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선수들이 코트에서 자신의 역할만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프로구단이 어떻게 운영되고 팬과 지역사회에 어떤 책임을 지는지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결국 배구 데이터 교육, 그리고 엑셀 교육도 그 연장선에 있다. 선수를 단순히 ‘경기를 뛰는 사람’으로만 보지 않고, OK와 함께하는 동안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경험과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구단의 생각이다.

‘데이터발리’에 앞서 선수단은 가장 기본적인 엑셀 교육부터 시작했다. 데이터를 입력하고 표를 만들고 파일을 저장하는 단계에서 출발해 선수 명단과 자신의 프로필 카드를 직접 만들어봤다. 전문적인 사무능력을 갖추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향후 지도자 교육이나 각종 연수에서 자료를 만들고 정리할 때 필요한 기본적인 도구를 한번이라도 경험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교육 범위를 선수들에게 가장 친숙한 배구로 넓혔다. 김재헌 수석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시즌 준비와 훈련 업무를 병행하면서 선수들이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별도의 자료를 준비했고, 선수들은 ‘데이터발리’를 통해 자신들이 몸으로 알고 있던 배구가 어떻게 기록되고 분석되는지를 익혔다.
OK저축은행 김재헌 코치가 선수들에게 '데이터발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OK저축은행 제공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코트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선수 생활은 평생 할 수 없다”며 “언젠가는 지도자가 될 수도 있고 다른 일을 시작할 수도 있다. 선수일 때 다양한 경험을 접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은 지도자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장 전광인도 “운동선수로 생활하면서 이런 프로그램을 직접 배워볼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며 “지금 당장 어디에 사용할지는 모르더라도 선수 생활이 끝난 뒤를 생각하면 한번이라도 경험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받아보던 데이터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직접 배우니 배구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되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몇 차례의 교육으로 선수들의 은퇴 이후가 준비되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의 본업 역시 여전히 코트 위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도 오전 훈련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진행된다.

다만 OK가 선수들과 함께하는 시간 동안 경기력 외에도 선수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영양과 몸 관리부터 구단 운영과 마케팅, 엑셀과 배구 데이터까지 분야는 서로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언젠가 유니폼을 벗고 새로운 출발선에 섰을 때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 아니라 ‘예전에 한번 해본 일’로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선수들이 노트북을 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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