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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원, 성추행·음주 폭로 직전 법무장관 후보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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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 후보자직에서 물러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성추행과 음주운전 의혹 등을 담은 탄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전직 보좌진이 후보 임명을 밀어붙이려는 기류에 맞서 국회에서 얼굴을 공개하고 폭로 기자회견까지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JTBC 등 여러 매체의 보도를 종합하면 김 의원은 이 같은 통보를 접한 뒤에야 사퇴하기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자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 뉴스1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의원은 사퇴 하루 전인 지난 18일 탄원서를 전달한 또 다른 전직 보좌진과 만나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뜻을 전했으나 상대 측으로부터 "당장 사퇴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는 답을 듣고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이튿날인 19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청와대에 문서를 넘긴 전직 보좌관 A 씨는 전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폭로 기자회견 정황을 밝혔다. A 씨는 탄원서를 작성한 전직 보좌진 B 씨가 청와대의 임명 강행 움직임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소식을 듣고 분노해 국회 소통관에서 얼굴을 공개한 채 기자회견을 하려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김 의원이 초선이던 2020년 5월부터 2022년 1월까지 보좌관으로 근무했다. 그는 자신이 정리한 경기도당 회계 부정 관련 자료에 후임 보좌관 B 씨가 작성한 음주운전·성추행 등 추가 의혹 문서를 더해 모두 2건의 탄원서를 청와대로 보냈다고 설명했다.

문서가 전달된 시점은 민주당이 김 의원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방침을 정한 지난 17일이었다.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A 씨는 그날 오전 이재명 대통령의 것으로 추정되는 텔레그램 계정으로 먼저 탄원서를 전송했다고 밝혔다. 시각은 오전 11시 10분쯤이었다.

A 씨는 몇 분을 기다렸지만 해당 계정에서 메시지를 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곧바로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대통령께도 보내드렸다"는 메시지와 함께 같은 파일을 다시 전송했다. 문서를 보낸 지 약 40분이 지난 오전 11시 50분쯤 홍 수석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A 씨의 설명에 따르면 홍 수석은 "사실이냐"고 물었다. A 씨가 "진실이다"라고 답하자 홍 수석은 "조금만 일찍 주시지. 시간이 없다"며 이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고 한다. A 씨는 "통화가 끝나고 10분이 안 돼 반응이 왔고, 30분이 넘어가자 첫 조치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자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스1

같은 날 낮 12시 법사위는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 민주당 주도로 '적격' 의견을 담은 김 의원 인사청문 보고서를 단독 채택한 뒤 저녁에 청와대로 송부했다. 이 대통령이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기 하루 전이었다.

A 씨가 이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계정을 알게 된 경위도 인터뷰에서 공개됐다. 그는 김 의원 의원실에서 근무하던 시절 경기도와 함께 조달청 카르텔 문제를 조사했다. 당시 관련 인사들과 연락을 주고받던 텔레그램 대화방이 있었다. A 씨는 "그 방에서 이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가끔 '고맙다', '도움이 됐다'는 짧은 답을 보낸 적이 있다"고 했다.

탄원서가 전달된 다음 날인 18일 오전 10시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김 의원 임명 여부를 두고 "국민 검증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발생하는 것을 보고 있다.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날 오후 김 의원은 경기 수원시의 모처에서 A 씨와 마주 앉았다. 김 의원 쪽 제안에 따른 자리였다. 두 사람의 대화는 약 2시간 이어졌다. A 씨는 김 의원에게 "성추행 피해자가 있으니 사퇴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자진 사퇴를 권유했다고 한다.

A 씨는 이 자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처럼 강행했다가 35일 만에 물러나는 일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의원은 "검찰개혁을 내 손으로 마무리 짓고 싶다"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성추행 의혹은 부인했고 음주운전과 폭언 의혹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설득이 무산되자 A 씨는 그날 밤 폭로 기자회견을 열겠다는 뜻을 청와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A 씨에게 B 씨를 직접 만나보겠다는 의사를 전해 달라고 했지만 B 씨는 "당장 사퇴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A 씨는 "폭로 기자회견이 열리는 건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 중재하려 했지만, 양측이 부딪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결국 김 의원은 다음 날 오전 돌연 사퇴를 택했다.

탄원서에는 그간 알려지지 않은 여러 의혹이 담겼다. 2024년 6월 김 의원이 참석한 술자리에서 한 동석자가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며 항의했고, 이를 보고받은 보좌진이 수습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자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스1

추가 음주운전 의혹도 들어 있다. A 씨는 "김 의원이 만취 상태에서 지역구인 수원에서 국회가 있는 여의도까지 직접 운전한 정황이 담겼다"고 했다. 김 의원은 변호사 시절인 2008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후 또 음주운전을 했다는 주장이다. 탄원서에는 보좌진 대상 폭언과 별도 청탁 의혹, 경기도당위원장 재임 시절 회계 부정 의혹 등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B 씨가 작성한 문서를 처음 봤을 때 크게 놀랐다고 했다. 그는 "성추행과 음주운전 등 한 번도 듣지 못한 내용이 들어 있어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A 씨는 인터뷰 내내 이번 사안의 본질이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경기도당 회계 부정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경기도당은 젊은 당직자들에게 정해진 급여보다 많은 돈을 지급한 뒤 초과분을 현금으로 돌려받아 비자금 통장을 만들었다. 실제 열리지 않은 간담회나 행사 비용이 집행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돈을 빼돌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 씨는 "수백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받는 집권 여당의 문제인데도 다들 자극적인 음주운전과 성추행에만 주목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추가 의혹을 사전에 알고도 임명을 강행하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탄원서 내용은 민주당 안팎에서 떠돌던 얘기"라며 당 관계자들이 조마조마해하던 사안이라고 했다. 김 의원의 성추행 의혹 등은 2024년 말부터 여의도에 상당 부분 알려졌다는 것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전날 라디오에서 탄원서 접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할 책임이나 의무는 없다"고 했다. 강 대변인은 "지금은 후보자에 대한 인사권이 남은 상태가 아니기에 청와대 입장에서는 다른 이야기는 가십일 뿐"이라고 했다. 민주당 역시 "우리 당에 접수된 것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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