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3 읽음
파킨슨병 약물 효과 실시간 감지 뇌 오가노이드 칩
조선비즈
환자 세포로 만든 미니 뇌를 광학 센서와 결합해 약물의 치료 효과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바이오 칩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사람 세포를 이용해 동물실험보다 인체 반응을 더 정확하게 알 수 있고, 나아가 환자 맞춤형 치료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성균관대 생명물리학과 김인기, 박종찬 교수 연구진은 “줄기세포로 만든 뇌 오가노이드와 나노 플라즈모닉 센서를 결합해 파킨슨병 치료제의 효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오가노이드 온 어 칩(organoid-on-a-chip)’ 기술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파킨슨병은 뇌에서 운동 신호를 전달하는 도파민 분비 세포가 손상되면서 손발이 떨리고 몸이 굳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기존 신약 연구에서는 약물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세포를 파괴하거나 특수 염색을 거쳐야만 했다. 이 때문에 살아 있는 조직에서 약이 언제부터 효과를 내고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 연속적으로 관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환자 세포로 만든 미니 뇌 조직과 고감도 광센서를 결합해 약물의 효과를 실시간으로 알아보는 기술을 개발했다. 첫 단계는 미니 장기로 불리는 오가노이드 배양이다. 오가노이드는 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라는 줄기세포를 장기(臟器)와 유사한 3차원(입체) 구조로 배양한 것이다. 연구진은 뇌와 척수를 연결해 호흡과 운동 등을 조절하는 핵심 부위인 뇌간(腦幹)을 모사한 오가노이드를 배양했다.
다음은 미세 유체 칩에서 약물과 배양액을 정밀하게 공급하면서 오가노이드의 반응을 12시간 동안 실시간 측정했다. 뇌간 오가노이드는 실제 뇌와 마찬가지로 파킨슨병 치료 약물을 투여하면 도파민을 분비한다. 다만 그 양이 훨씬 적을 뿐이다. 연구진은 초정밀 플라즈모닉 광센서로 극미량의 도파민을 감지했다.
광센서 표면에는 인공 DNA(압타머)를 붙였다. 도파민이 결합하면 압타머의 3차원 구조가 바뀐다. 그러면 광센서의 금 나노 구조물에 빛이 닿을 때 빛의 공명 현상이 발생하고 굴절률이 바뀐다. 이를 통해 미니 뇌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고도 분비되는 도파민의 양을 8.3피코몰(1피코몰은 1조분의 1몰) 수준으로 정밀하게 감지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실험 결과, 오가노이드-광센서 결합체는 파킨슨병 치료제(L-DOPA)를 투여했을 때 감소했던 도파민 분비가 회복되는 전 과정을 정밀하게 포착했다. 특히 약물 농도를 높인다고 해서 무조건 치료 효과가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실험에서 환자에게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최적 투여량을 찾는 데 성공했다. 환자 맞춤형 치료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동물 실험과 실제 인체 대상 임상시험 사이의 간극을 줄여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김인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초정밀 광학 센서를 활용해 살아 있는 인간 조직의 약물 반응을 시간에 따라 연속적으로 확인하는 길을 열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환자 맞춤형 신약 개발과 질병 치료를 위한 핵심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미국화학회(ACS)가 발간하는 나노과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ACS 나노(ACS Nano)’에 지난 18일(현지 시각) 게재됐다. 김인기, 박종찬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이며, 박사과정 조한준·김영준 연구원이 공동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참고 자료
ACS Nano(2026), D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