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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배경학생 20만 돌파, 체류자격 기반 진로 지도
아주경제학령인구 절벽 속에서도 전국 초·중·고 교실 내 이주배경학생의 비중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다문화·외국인·중도입국 학생 수는 20만 명을 돌파하며 전체 학생의 4% 선에 육박했다. 수적 증가보다 주목할 대목은 학년 구성의 질적 변화다. 과거 초등학교 저학년 중심이던 이주배경학생의 연령대가 중·고교 상급학교로 대거 진입하면서, 교육 현장의 화두는 단순한 ‘기초 학교생활 적응’에서 ‘진로·진학 설계’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22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고학년 이주배경학생들이 마주한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일반 학생 중심의 입시·직업 상담 체계 안에서는 이들의 복잡한 체류자격(비자), 출신 유형(국내출생·중도입국·외국인가정), 언어 장벽을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성인이 되는 순간 부모의 동반 비자에서 독립해야 하는 외국인 학생이나 중도입국 청소년의 경우, 대학 진학이나 취업 준비 과정에서 체류 연장 경로를 찾지 못해 학업을 포기하거나 불법체류 위기에 내몰리는 이른바 ‘진로 장벽’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초기 한국어 교육 지원을 넘어, 생애주기별 정주 경로를 열어줄 구조적 진로 지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체류자격’ 제도권 편입…교육부, 진로 설계 안내서·다문화포털 지원 사격
이에 교육 당국은 진로상담의 패러다임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외국 국적 초·중·고 학생의 체류 제도 이해와 진로지도를 돕기 위해 「외국 국적 학생을 위한 체류자격 기반 진로 설계 안내서」를 발간해 전국 학교에 보급했다.
미성년 시기 방문동거(F-1-52)나 동반(F-3) 자격을 가진 학생이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려면 유학(D-2)으로 변경해야 하거나, 취업 시 특정활동(E-7)·비전문취업(E-9) 등의 전환 경로를 거쳐야 하는 등복잡한 출입국관리법상 체류 요건을 학교 진로상담 체계로 본격 끌어들인 것이다. 안내서에는 학기 초 상담부터 졸업 전 면담까지 활용할 수 있는 교사용 체크리스트와 체류자격별 진학·취업 범위, 변경 흐름도 등이 망라됐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통합플랫폼인 ‘다문화교육포털(edu4mc.or.kr)’을 통해 학교 현장과 학부모를 위한 다국어 정보 제공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 포털에서는 진로 설계 안내서 전자파일은 물론, 15개 언어로 번역된 공교육 진입 안내서 ‘우리아이 학교보내기’와 다국어 가정통신문(51개 주제), 6개 언어로 제공되는 ‘고교학점제 설명자료’ 및 ‘학부모 가이드북’ 등을 지원해 언어 장벽으로 인한 입시·진로 사각지대 해소에 나서고 있다.
‘찾아가는 컨설팅’부터 ‘AI 다국어 챗봇’까지…지자체·대학 협력도 확산
현장의 실행 모델도 다변화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처음으로 이주배경학생 대상 진로·진학 설명회를 개최한 데 이어, 대입지원단 소속 전문 교사들이 일선 학교로 직접 찾아가는 ‘1:1 맞춤형 진로·진학 컨설팅’을 도입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이주배경학생 급증에 맞춰 기초 교과학습을 돕는 ‘교과 한국어’ 교육을 기존 대비 2배로 확대하고, 베트남어·러시아어 등 7개 언어로 진로·진학 및 학교생활 정보를 상시 안내하는 AI 다문화교육 챗봇 ‘다-잇다봇’을 전국 최초로 개통해 정보 접근성을 끌어올렸다.
지역 대학 및 지자체와의 연계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대구보건대는 지역 다문화·이주배경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보건의료 및 헬스케어 분야 진로·직업체험 프로그램을 7년째 이어오며 체계적인 직업 탐색 경로를 제공하고 있다. 강원 강릉교육지원청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와 업무협약을 맺고 대학의 우수한 인적 자원을 연계한 맞춤형 한국어·기초학력 지도 및 정서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
‘
사회배려자
’
틀 벗어나야”…전형 분리·취업-체류 연계 과제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제도적 한계를 토로한다. 서울시교육청 학생맞춤지원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외국인 학생의 경우 체류자격에 따라 진학과 취업 경로가 완전히 달라지는데도 현장에서는 비자 기반 지도가 체계화되지 못했다”며 “특히 대입 전형에서도 이주배경학생만을 위한 맞춤 전형이 뚜렷하지 않고 기존 ‘사회배려자 전형’의 한 부분으로 묻혀 있어 실질적인 진학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짚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부모의 언어 장벽이 높을수록 자녀의 진로 정보 사각지대가 심화되는 실정”이라며 “이주배경학생 지원은 시혜나 특혜가 아니라 언어로 인해 가로막힌 ‘정보의 장벽’을 낮춰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일반 학생과의 역차별 논란을 넘어, 이들의 특성에 맞는 대입 특별전형 분리 신설과 특성화고 졸업생에 대한 안정적인 취업·체류 연계 지원책이 교육부와 법무부의 유기적 협력 속에서 현실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응 지원’ 넘어
‘
국가 인재 전략
’
의 핵심 축으로
전문가들 역시 이주배경학생 정책이 ‘적응 지원’을 넘어 국가 인재 전략의 핵심 축으로 전면 재편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은지용 한국다문화교육학회장(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은 “이주배경학생 정책은 ‘적응 지원’을 넘어 동등한 교육기회와 성장 경로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다언어·다문화 경험을 자산으로 인정하고, 체류자격이나 언어가 진학·진로의 장벽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교육권과 형평성의 보장이 곧 이들을 미래 인재로 키우는 출발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