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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는 없는 수준”…상대도 혀 내두른 한국 야구 '에이스'
위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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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대만을 5-0으로 완파했다. 승리를 이끈 주인공은 선발 곽빈(두산)이었다.
곽빈은 지난 21일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중앙종합공원 야구장에서 열린 B조 1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았다. 공 90개를 던지며 볼넷 2개, 삼진 10개를 곁들인 무실점 투구로 대만 타선을 완전히 잠재웠다.

타선도 곽빈의 호투에 힘을 보탰다. 1-0으로 앞서던 한국은 7회 김주원(NC)과 박준순(두산)의 연속 안타로 흐름을 잡았고, 8회에는 김도영(KIA)의 2루타와 윤동희(롯데)의 솔로 홈런으로 두 점씩을 보태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곽빈에게 묶인 대만은 한국 불펜 앞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8회까지 단 한 개의 안타도 만들지 못하다가 9회초 대만프로야구(CPBL) 소속 천천웨이가 대만의 첫 안타를 뽑아내며 간신히 노히트 패배를 피했다.

이번 대만전은 곽빈에게 남다른 의미였다. 그는 2022 항저우 대회 당시 담 증세로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채 대회를 마쳐야 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도 마운드에 서지 못한 아쉬움이 짙었다.

지난 6월 최종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와일드카드로 이름을 올린 곽빈을 향해 류지현 감독은 "대표팀에서 구심점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라고 힘을 실은 바 있다.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만전에서도 5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경험이 있어, 이번 재대결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컸다.

다만 완벽투를 펼치고도 곽빈은 좀처럼 웃지 않았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그는 "오늘 한 경기만으로는 절대 만족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저희 대표팀은 무조건 우승을 해야한다. 만약 제가 우승을 결정하는 경기에 나가서 잘 던진다면 그때 가서 한없이 다 말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지난 9일 소속팀에서 마지막 선발 등판을 한 뒤 오랜만에 실전에 나선 상태였다. 곽빈은 "지금 거의 2주 만에 던지는 것 같다. 그래서 경기 감각이 조금 없었다. 빨리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을 파악해야 하고, 또 그다음엔 타자들이 어떤 공을 노리는지, 반응은 어떤지 빨리 확인해야 했다"며 "형우와 말을 많이 했다. 형우가 많이 도와줬다"고 배터리 파트너 조형우(SSG)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형우와 호흡도 괜찮다. 형우도 저도 공격적인 스타일이다. 오늘 사인도 둘이 맞췄는데, 좀 더 맞춰봐야 할 것 같긴 하다"며 미소 짓기도 했다.

위기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3회 선두타자 가오위웨이에게 볼넷을 내준 뒤 폭투까지 겹치며 주자를 2루로 내보냈다. 곽빈은 "볼넷이 나오면 조금 급해지는 성향이 있어서 호흡을 가다듬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고 돌아봤다.

그는 "사실 엊그제 여기서 피칭을 해봤는데 너무 안 좋았다. 대표팀에서 첫 피칭을 하다보니까 힘도 많이 들어간 것 같다"며 "오늘 목표로 잡은 건 호흡을 신경 쓰는 것이었다. 4회 볼넷이 나왔을 때도 호흡에 제일 먼저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6회에는 천천웨이의 까다로운 땅볼 타구가 나왔지만 노시환(한화)의 안정적인 수비로 아웃카운트를 지켰다. 곽빈은 "시환이가 너무 잘해줬다. 대표팀에서의 실책은 정규시즌 실책과는 너무 다르다"며 "이후 호흡이 안 돌아오긴 했는데 형우가 센스있게 마운드에 올라와줘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회 첫 경기에 선발로 나선 만큼 메달 색을 결정지을 경기에 다시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곽빈은 "오늘 경기는 생각하지 않고 다시 준비하겠다. 그때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회복도 잘하고 준비도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곽빈의 공을 마주한 대만 타자들은 하나같이 혀를 내둘렀다. 대만 중앙통신(CNA)과 자유시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천천웨이는 경기 후 "경기 전부터 양 팀의 전력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격차가 클 줄은 몰랐다"며 "전력 차가 있더라도 무기력하게 지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곽빈이 뛰어난 구위뿐 아니라 변화구의 완성도까지 갖췄고, 직구와 변화구를 던질 때 투구 동작의 차이가 거의 없어 공략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하며 "대만에서는 이런 수준의 투수를 거의 접하기 어렵다"며 "쉽지 않은 경험이었고 공을 치기가 정말 어려웠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도 "이번에는 졌지만 다시 만난다면 상대 투수진의 구종을 어떻게 공략할지 방법을 찾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며 재대결에 대한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탕덩카이 대만 대표팀 감독도 한국 마운드의 구위에 주목했다. 그는 "경기 중 선수들에게 상대의 체인지업이 매우 좋고 직구와의 터널링도 뛰어나다고 이야기했다"며 "두 구종 가운데 하나를 노려 타격하라고 주문했지만 공략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첫 경기부터 수준 높은 투수들을 만나 타격 타이밍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남은 기간 타격 전략을 보완해 다음 경기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대만은 이번 대회 최종 엔트리에서 핵심 좌완 구린루이양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마운드 전력에 공백이 생긴 상태였다. 대신 왕옌청 등 해외파 6명을 포함해 대만프로야구 소속 5명, 사회인 야구 선수 12명으로 팀을 꾸렸다. 첫 경기에서 한국에 무너진 대만은 태국, 홍콩과 차례로 맞붙는다.

한국과 대만이 나란히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면 이번 대회에서 다시 격돌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앞서 항저우 대회에서도 한국은 대만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패했지만, 결승전에서 다시 만나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건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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