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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고향 대신 스터디카페, 취업난에 공부하는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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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명절 기간 스터디카페 이용자가 늘어나는 현상은 과거부터 확인됐다. 무인 스터디카페 운영업체 ‘오래’가 2020~2022년 명절 연휴 전국 265개 스터디카페의 출입 데이터 약 300만건을 분석한 결과 추석 연휴 평균 이용률은 45.9%로 설 연휴 26.7%보다 높았다. 명절 연휴에는 평소보다 20대 이용자 비중도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도 취업준비생들이 명절을 취업 준비 기간으로 활용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2026년 9월 24일 공개된 조사에 따르면 구직자의 82.4%가 추석 연휴에도 취업 준비 활동을 하겠다고 답했다. 자기소개서 작성과 포트폴리오 정리 등 평소 시간이 부족했던 서류 준비에 연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 취업준비생 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진학사 캐치가 2023년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2%가 추석에 고향에 가지 않겠다고 답했다. 고향에 가지 않는 이유로는 취업 준비가 44%로 가장 많았다. 당시 가장 듣기 싫은 명절 잔소리 역시 취업 관련 질문으로 47%를 차지했다.
명절에 가족을 만나지 않는 선택을 단순히 세대의 가족관계 변화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취업 자체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연휴를 보내는 방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청년 고용 상황은 특히 좋지 않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8월 20대 취업자는 월평균 327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만3000명 감소했다. 20대 취업자 감소 폭은 외환위기 여파가 컸던 1998년 이후 가장 컸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4만2000명 감소,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2020년 11만1000명 감소보다도 컸다.

특히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 초반의 고용 부진이 두드러졌다. 올해 1~8월 20~24세 취업자는 월평균 92만4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1만4000명 감소했다. 고용률은 41.3%로 2.6%포인트 낮아졌다. 2000년 이후 1~8월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7월 발표한 ‘2026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가운데 최종학교를 졸업한 뒤 현재 미취업 상태인 청년은 124만3000명이었다. 이 가운데 미취업 기간이 1년 이상인 청년의 비율은 48.6%로 나타났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51.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3년 이상 미취업 상태인 청년의 비율도 19.4%로 높아졌다. 졸업한 뒤 일자리를 찾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취업 준비 자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다.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들의 일상도 달라졌다. 같은 조사에서 최종학교 졸업 후 현재 미취업 상태인 청년들이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은 직업교육이나 취업시험 준비로 39.3%였다. ‘그냥 시간을 보낸다’는 응답도 25.3%로 집계됐다. 취업시험 준비 분야에서는 일반기업체가 34.0%로 가장 많았고 일반직 공무원이 21.1%로 뒤를 이었다.
첫 직장에 들어가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짧지 않다. 졸업 후 첫 일자리가 임금근로자인 청년의 평균 취업 소요기간은 11.2개월이었다. 고졸 이하의 경우 1년5.1개월로 대졸 이상 8.5개월보다 길었다.
이런 상황에서 추석 연휴는 취준생에게 마냥 쉬기 어려운 기간이 된다. 평소에는 학교나 도서관, 카페에서 공부하던 청년들이 연휴에는 이용 가능한 공간을 다시 찾아야 한다. 실제로 2026년 추석 연휴에는 공공도서관 상당수가 휴관하면서 24시간 운영되는 유료 스터디카페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터디카페를 찾는 이유도 단순히 공부할 장소가 필요해서만은 아니다. 집에서는 명절 분위기 때문에 집중하기 어렵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부담도 생긴다. 반대로 스터디카페에서는 평소와 같은 생활 리듬을 유지하면서 채용공고를 확인하고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거나 자격증 공부를 이어갈 수 있다.
명절에 친척집을 찾지 않는 취준생이 모두 가족과의 만남을 피하려는 것은 아니다. 부모에게 미리 연락하거나 명절 전후에 따로 찾아뵙고, 연휴 기간에는 취업 준비에 집중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명절 당일만큼은 쉬고 싶어도 취업 일정이 마음에 걸려 공부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기업의 신입 채용 방식도 취준생들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가데이터처 조사에서 청년층의 최종학교 졸업 후 취업 경험률은 84.8%로 전년보다 1.6%포인트 낮아졌다. 취업 경험이 있는 청년 가운데 첫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로는 보수와 근로시간 등 근로여건에 대한 불만족이 44.4%로 가장 많았다.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첫 직장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다시 구직시장으로 돌아오는 청년들이 있다는 의미다.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고 첫 직장 진입 이후에도 재취업 준비가 이어지면서 청년층의 구직 기간은 한 번의 시험이나 한 번의 지원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올해 9월에는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한 취업 컨설팅 시장도 커지고 있다. 기업별 채용에 맞춘 자기소개서 작성, 면접 준비, 직무별 시험 대비 등을 전문적으로 돕는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자격증과 어학시험뿐 아니라 자기소개서와 면접까지 외부 도움을 받아 준비하는 청년들이 늘어난 것이다.
명절 풍경도 이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연휴 첫날부터 고향으로 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정이었다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는 연휴 첫날부터 채용공고를 확인하고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올해 추석에도 누군가는 고향행 기차에 오르고, 누군가는 친척들과 식사를 한다. 그 사이 스터디카페 책상에 앉아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는 20대도 있다. 가족을 만나지 않는 선택 자체보다 그 시간까지 취업 준비에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대 취업자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고, 졸업 후 1년 이상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의 비율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온 상황에서 명절은 청년들에게도 더 이상 모두가 쉬는 기간으로만 남아 있지 않다. 고향 대신 스터디카페를 선택하는 청년들의 모습은 장기화된 취업 준비가 바꿔놓은 명절 풍경 가운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