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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 사용 가구 식비 감소, 고열량 식품 구매 축소
위키트리미국 코넬대 연구진 등이 GLP-1 계열 치료제를 사용하는 가구의 소비 패턴을 분석한 결과, 투약을 시작한 뒤 6개월 안에 식료품 지출이 평균 5.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소득 12만5000달러 이상인 고소득 가구에서는 감소 폭이 8.2%로 더 컸다.
품목별로 보면 스낵류 지출이 10.1% 감소해 가장 큰 폭의 변화를 보였다. 베이커리는 8.8%, 쿠키는 6.5% 줄었다. 패스트푸드점과 카페 등 외식 관련 지출도 약 8%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연구는 GLP-1 계열 치료제를 사용하는 가구와 비사용 가구의 거래 자료를 비교해 치료제 사용 이후 달라진 식품 소비 패턴을 분석한 결과다.

식품을 얼마나 샀는지만 달라진 것은 아니다. 어떤 음식을 선택하는지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 코펜하겐대병원 연구진은 GLP-1 수용체 작용제 치료를 새롭게 시작한 293명과 비교군 884명의 슈퍼마켓 구매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 대상자의 영수증 자료를 치료 시작 전후로 비교한 결과, 구매 식품의 평균 에너지 밀도는 100g당 209.4㎉에서 207.3㎉로 낮아졌다.
당류는 100g당 15.7g에서 15.1g으로, 탄수화물은 19.8g에서 19.3g으로 감소했다. 포화지방도 7.3g에서 7.2g으로 소폭 줄었다. 반면 단백질은 6.6g에서 6.9g으로 증가했다.
식품의 가공 정도에서도 변화가 확인됐다. 초가공식품의 비중은 39.2%에서 38%로 1.2%포인트 낮아졌고, 비가공식품 비중은 46.9%에서 47.8%로 0.9%포인트 높아졌다. 탄산음료와 과자, 라면, 소시지처럼 가공도가 높은 식품보다 상대적으로 덜 가공된 식품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구매 패턴이 소폭 이동한 것이다.
다만 이 연구에서 나타난 영양성분 변화의 폭은 크지 않았다. GLP-1 계열 치료제를 사용했다고 해서 식품 선택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구매 패턴이 조금씩 이동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음식에서 느끼는 만족감이나 특정 음식에 대한 욕구가 달라지면서 장보기 품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식사에 대한 욕구와 음식에서 얻는 보상감이 함께 둔화하면서 과거보다 특정 음식을 덜 찾게 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명절처럼 음식 소비가 늘어나는 시기에도 나타날 수 있다. 평소보다 전과 갈비, 잡채, 떡, 한과 등 다양한 음식이 한꺼번에 준비되는 명절에는 식사량뿐 아니라 어떤 음식을 얼마나 구매할지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GLP-1 계열 치료제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명절 식사와 약물 투여 일정을 두고 고민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명절을 앞두고 주사 투여 일정을 조정해도 되는지, 부모에게 치료제 사용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경우 주사제를 어떻게 보관하거나 가져갈지, 명절 음식 가운데 무엇을 먹는 것이 적절한지 등을 묻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GLP-1 치료제 이용자가 늘면서 식품업계뿐 아니라 약국과 소비자용 건강관리 시장에서도 관련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GLP-1 치료제 사용자가 경험할 수 있는 부작용을 겨냥한 제품 판매도 늘고 있다. 메스꺼움과 구토, 변비, 설사 등 위장관 증상에 대응하는 제품을 별도로 묶어 판매하는 방식이다.

비만 치료제 시장 자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4년 2426억원에서 지난해 8195억원으로 증가했다. 1년 사이 시장 규모가 3배 이상 확대된 것이다.
국내 제약사의 비만 치료제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0월 출시가 예상되는 제품으로, 국내 비만 환자 44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 40주 중간 분석에서 평균 체중 감소율 9.75%가 확인됐다.
해당 임상에서 체중이 5% 이상 감소한 환자는 79.42%였으며 10% 이상 감소한 환자는 49.46%, 15% 이상 감소한 환자는 19.86%였다. 환자별 최대 체중 감소율은 30%를 웃돌았다. 다만 이 수치는 40주 중간 분석 결과로, 다른 비만 치료제의 서로 다른 임상시험 결과와 단순 비교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
비만 치료제가 식사량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의 장보기와 외식, 건강 관련 제품 구매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관련 시장의 변화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미국과 덴마크에서 나온 연구에서는 식품 구매량과 선택에 실제 변화가 나타났고, 국내에서는 비만 치료제 시장 확대와 함께 새로운 치료제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